박효진 글로벌데이터 이사, 2025 바이오제약 IP 거래 네트워크서 발표
기술이전 87건 중 72% 해외로…책임지지 않는 제약, '해외 입양' 꿈꾸는 바이오
플랫폼·지분형 협력 확산 속 "기술보단 거래구조 설계해야"
"기술은 충분합니다. 다만 거래 구조가 문제입니다."
'2025년 바이오·제약 지식재산(IP) 거래 네트워크' 행사 뒷편 세미나장에서 박효진 글로벌데이터 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국내 기술수준은 높지만 거래 구조는 여전히 수출 위주인데다 그 방식도 제대로 된 가치를 받기 어려운 '급매'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이에 국내 기업의 인식 전환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효진 이사는 지식재산처와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공동 주최한 지난 31일 세미나에서 최근 5년(2020~2024년)간 글로벌 기술이전 데이터를 제시하며 산업의 변화를 짚었다.
그의 결론은 글로벌 시장은 공동개발 중심의 장기 협력 시대로 이동하는 동안 한국은 여전히 임상 이전 단계에서 기술을 조기에 넘기는 구조에 머물러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박 이사에 따르면 글로벌 기술이전 시장은 2021~2022년 팬데믹 시기에 정점을 찍었다. 480건, 330억달러에 달한다. 2024년 현재는 소폭 둔화됐지만 2019년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 중 국가로 보면 미국이 전체 금액의 58%를 차지했으며 생성형 AI 기반 신약 설계·세포유전자치료제(CGT)·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업계의 화두인 AI 기술은 단백질 구조 예측을 넘어 규제전략과 임상 시뮬레이션 등 R&D 밖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유럽은 중소 바이오기업과 대학 간 기술이전이 활발하다. 전임상에서 임상 1상 단계의 거래가 많지만 대부분 공동개발 형태를 채택하고 있다. 부담감을 줄이면서도 좋은 파이프라인을 손에 넣기 위함이다. 독일, 스위스, 영국을 중심으로 희귀질환 및 유전자치료제 기술이 주요 거래군이다.
반면 한국은 거래 시점이 빠르다. 박 이사는 이 지점에서 국내 기업들의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국내 기술이전은 대부분 임상 진입 전 단계에서 이뤄진다"며 "개발 리스크를 피하려는 구조가 기술의 단가를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임상 후반부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채 계약이 체결되는 만큼 거래 규모가 작고 로열티 비중이 낮은 것을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지분투자+마일스톤+공동개발까지
라이선스 인 유행이 바뀌어간다
실제 박 이사는 올해 주요 기술거래 세 건이 세계시장의 방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평했다. 머크(MSD)는 캐나다 베리에이셔널AI(Variational AI)와 생성형 AI 기반 저분자 신약 설계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규모는 3억5000만달러, 선불금은 500만달러였다. 머크가 상업화 권리를 전 지역 독점으로 확보했고 베리에이셔널AI는 플랫폼 기술의 소유권을 유지한 구조다.
두 번째는 한국 GPCR테라퓨틱스와 미국 엑시큐어의 제휴 사례다. 종양 미세환경 내 GPCR 서브타입을 타깃으로 한 RNA 전달 플랫폼 기술이 거래의 핵심이다. 지분투자와 마일스톤 지급이 결합된 구조로 한국 바이오기업이 미국 파트너와 대등하게 공동개발에 참여한 사례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과 레이즈바이오 간 방사선 리간드 치료제 계약이다. 어프런트만 3억5000만달러, 마일스톤은 10억달러 규모로 알려졌다. 대형 제약사가 방사선 치료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신생기업과 장기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대표적 예다.
박 이사는 "세 건 모두 협업·지분·공동개발 중심의 구조다. 단순 라이선스 아웃 중심의 한국 시장과는 방향이 다르다"고 말했다.

거래 중 20%가 '메가딜' 인데
한국바이오 10개 중 7개는 '해외 입양'
문제는 이같은 움직임을 국내 제약기업이 시행하기는 힘들고, 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글로벌데이터가 분석한 내용을 보면 2020~2024년 국내 기술이전은 총 87건, 누적 거래금액은 82억달러 규모다. 이 중 72%는 해외 거래로 집계됐다. 미국 48%, 일본 22%, 유럽 18%, 중국 8% 순이며, 국내 거래는 전체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박 이사는 "국내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받아줄 제약사가 적다"며 "내수 구조의 한계가 기술 수출 조기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 아쉬운 점은 87건 중 18건은 1억달러 이상 규모의 소위 '메가딜'이라는 점이다. 거래 자체는 의미가 있으나 대부분 초기 임상 단계에서 성사된 사례로 분석됐다. 박 이사는 "기술거래가 수출 중심으로 고착되면 산업 내 자본 순환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임상 2상 이상을 국내에서 끌고 가야 협상력이 생긴다. 임상 데이터의 깊이가 거래 단가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정부 역시 2020년 이후 첨단재생의료법 시행, 기술이전 세제 혜택 확대(10→15%), 기술가치 평가제도 개선 등으로 지원책을 강화했다. 그럼에도 늘어난 정책과는 별개로 산업은 여전히 단일 거래 구조에 머물러 있어 국내 시장이 개별기업 중심, 글로벌 제약사와의 접점을 만들 수 없는 형태로 가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효진 이사는 이제 임상비 지원이나 세제 혜택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제약사·연구기관·투자기관이 글로벌 밸류체인 안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기술보다는 거래 구조를 설계해 세계 시장의 '이해 당사자'로 포함되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 이사는 "한국의 기술력은 이미 글로벌 수준이다. 이제는 협상의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공동개발, 플랫폼 기반 협력, 지분형 파트너십이 시장의 표준이 되고 있다. 기술을 조기에 넘기기보다 오래 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