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2025년 심평원 국제 심포지엄 개최
'약제와 치료재료의 허가범위 초과사용 승인제도 현황과 개선방향' 주제

국내 허가초과 항암요법 사용 승인 절차가 지나치게 엄격하고 복잡해 환자 치료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아산병원 이재련 교수
서울아산병원 이재련 교수

서울아산병원 이재련 교수는 29일 심평원 국제심포지엄(주제 약제와 치료재료의 허가범위 초과사용 승인제도 현황과 개선방향)에서 허가초과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가 보편화되면서 많은 환자에서 유의미한 돌연변이가 발견되지만 실제로 이를 표적하는 약제는 소수에 불과하다"며 "대부분 허가 범위를 벗어난 약제를 고려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이를 승인받기 위해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라는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국은 별도 중앙 심의 제도 없이 임상적 판단과 학문적 근거를 바탕으로 사용을 결정한다"며 "우리나라만 유독 다학제위원회 검토 뒤 암질심 승인을 추가로 요구하는 옥상옥 구조를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환자가 불법(off-label) 경로로 약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사례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희귀 돌연변이가 발견된 30대 신장암 환자가 해외에서는 병용요법으로 장기간 치료 효과를 얻었지만 국내에서는 초록 발표만 있다는 이유로 승인받지 못해 치료가 지연된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결국 환자는 불법적으로 약을 사용해 3년간 생존할 수 있었지만, 제도 개선이 없으면 이런 상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암질심 심의 기준이 실제 현장과 괴리돼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재 암질심은 승인 여부를 판단할 때 △교과서 등재 여부 △국제 가이드라인 권고 여부 △3상 임상연구 논문 유무 등을 요구하고, 대체요법이 있다고 평가되면 비용 효과성까지 검토한다. 그러나 이 교수는 "급성 진행암 환자에게는 초기 임상이나 초록 발표라도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는데 현 제도에서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환자 생존권을 제약하는 과도한 장벽"이라고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신규 신청된 허가초과 항암요법 89건 중 절반 이상(56%)이 불승인됐으며, 항암제 불승인율은 비항암제(3.8%)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 교수는 "사전 신청 제도에 대한 종양내과 의사 대상 설문에서 67%가 불만족을 표했고, 불승인 사유조차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로 인해 의료진의 40%는 재신청 의사 자체를 포기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제도 개선 방향으로 △다학제위원회 심의를 거친 기관은 암질심 심의를 생략하고 사용 승인 가능 △학회 전문가 의견을 의무적으로 반영하는 분과 중심 심의 도입 △비용 효과성 평가 항목 제외 등을 제안했다. 그는 "현재 제도는 최소한의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라는 본래 취지를 넘어선 장벽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암질심이 환자 권익을 보호하는 장치가 되려면 간소화와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박경화 교수도 "카보플라틴은 1989년 승인된 오래된 약이다. 싸고 좋은 약이지만 유방암 단독요법에는 허가가 없어 사용할 수 없다"며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이미 표준치료로 자리 잡은 요법조차 한국에서는 허가사항이 없어 불법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허가 만료돼 누구도 적응증 확대를 추진하지 않는 올드 드럭은 허가사항에 대해 업데이트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허가초과 기본정신은 최소한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베네핏을 얻을 만한 환자에 대해 전문가들이 선택하고 트레이닝된 전문가에 의해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심평원, 식약처 등이 학회와 협업해서 시스템화하고 케이스나 데이터를 쌓아서 급여승인 또는 허가사항에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 측은 제도의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는 입장을 보였다.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의약품은 안전성과 효과성을 바탕으로 필요한 환자에게 적기에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비용 효과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또 "일본은 소아 연령 적응증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하고, 대만은 원칙을 지키면서도 케이스별로 예외를 인정하는 사례가 인상적이었다"면서 "우리 제도 역시 현장 의견을 수렴해 유연하게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도 현 제도의 취지를 강조하면서 세부 기준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진미령 유전자재조합의약품과 보건연구관은 "식약처는 2010년부터 허가초과 사용 승인 지침을 운영해 왔고 제출 자료 범위에 따라 어떤 근거로 승인할 수 있을지 등급화해 평가한다"며 "소아나 임산부, 희귀질환 환자처럼 시급성과 특수성이 있는 경우에는 일반 적용증과 달리 케이스 보고만으로도 인정하는 등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 연구관은 "지침은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현장 의견을 반영해 왔으며, 앞으로도 학회와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수렴하겠다"며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 접근성을 보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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