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국가필수의약품인데 약가인하는 안되고 철수는 괜찮나
오는 8월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파슬로덱스' 약가 인하 가능성이 제기됐다. 제네릭 의약품 2품목이 급여등재되어 있고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가산 종료가 결정됐다. 문제는 파슬로덱스의 '공급 철수' 이슈다.
이 사안은 국회로도 번졌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출된 서면질의서에는 '파슬로덱스'가 직접 언급됐다.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과 최보윤 의원은 질의서를 통해 "파슬로덱스는 지난해 11월 국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되었음에도, 제네릭 등재에 따른 기계적인 약가 인하가 예정돼 있어 철수가 우려된다. 국민 생명을 지키는 필수 의약품에 대해서만큼은 임상적 대체 가능성, 치료 연속성, 현장 수용성 등을 반영해 제도개선이 필요하지 않냐"고 물었다.
환자의 치료 연속성과 접근성은 보건복지의 주요 사안이고, 큰 틀에서 보면 약가제도 개선을 위한 하나의 구체적인 사례일 수 있지만 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질 검증을 위한 질의로 필요한지 의문이다. 더욱이 이 같은 질의가 제약사와 논의없이 이뤄졌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지금 이 상황은 몇년 전 아스트라제네카의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 사례와 겹쳐진다. 포시가는 2014년, SGLT-2 억제제 계열 중 가장 먼저 국내 출시해 급여등재된 당뇨병 치료제다. 처방 시장에서 줄곧 매출 1위를 수성했지만 제네릭 출시는 버티지 못했다. 2023년 4월 특허만료 이후 후발약들이 대거 등재되며 약가인하가 예고되자 회사는 상한금액 인하 고시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뾰족한 수가 없자 한국 철수를 선택했다. 해당 시장은 또다른 오리지널 SGLT-2억제제와 제네릭들로 메워졌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파슬로덱스 케이스도 같은 결정을 하게 될까. 회사는 '철수'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글로벌 제약사의 '공급 철수' 선택이 압박 수단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파슬로덱스가 국가필수의약품이며 환자들에게 필요한 약인 만큼 약가를 유지하려는 시도는 국내 지속 공급을 위한 본사 설득 방법일 것이다. 글로벌 본사와 정부 사이에 끼인 한국법인의 노력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형평성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할 때, 제도 개선 논의는 필요하되 '공포 마케팅'은 지양돼야 한다.
약가 제도는 시대와 상황을 반영하기 때문에 분명 보완이 필요하다. 단순한 가격 문제를 넘어 임상적 가치를 반영한 '정성적 평가'를 해야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방향이다. 하지만 '약가유지가 아니라면 철수' 식의 논리가 반영된다면 제도 전체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지금 미국의 최혜국 약가 도입 이슈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코리아패싱 방식은 옳지 않다. 약가제도는 신뢰가 중요하다. 신뢰를 철회시키는 저울질을 답습하지 않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