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삼성서울병원 백용한 교수, 국립암센터 조유리 교수
"간 기능이 좋지 않던 환자도 기능 유지하며 STRIDE 요법 지속 중"
"기준 치료요법 대비 부작용 빈도 낮아, 고령 환자도 안정적 치료 가능"

간 기능 저하로 치료 어려움을 겪는 간세포암 환자들에게 이중면역 ‘임핀지(성분 더발루맙)+이뮤도(성분 트레멜리무맙) 병용요법(이하 STRIDE 요법)’이 장기 생존 및 삶의 질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치료 옵션으로 떠올랐다.
간암은 국내 암 사망률 2위의 암종이다. 주로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 등으로 인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간암 환자는 간 기능이 저하가 유발될 확률이 더욱 높다.
문제는 진행성 또는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환자의 경우, 간 기능이 저하되면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제한되고, 그 유지 또한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에 의료진은 ‘장기 생존’과 ‘간 기능 유지’를 궁극적인 치료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표적치료제 기반의 간암 치료 요법들이 위정맥 출혈, 간 기능 악화 등 부작용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항암 치료 초기부터 간 기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치료 요법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존재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떠오른 치료 요법이 ‘STRIDE 요법’이다. STRIDE 요법은 3상 임상인 ‘HIMALAYA’ 연구를 통해 절제 불가능 간암 치료에서 현재까지 처음이자, 유일하게 5년 장기 생존 가능성을 입증했다.
연구 결과, STRIDE 요법의 60개월 시점의 전체생존율은 19.6%로, 표준치료제인 소라페닙 9.4% 대비 2배 이상 개선된 생존 혜택을 보였다. 또한 치료 중에도 간 기능 지표인 차일드-퓨 등급과 알부민-빌리루빈(ALBI) 점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으며, 기존 치료제의 미충족 수요였던 위식도 정맥류 부작용을 유의미하게 줄였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STRIDE 요법은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1차 표준치료로, 대한간암학회의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는 가장 높은 ‘A1’ 등급으로 권고되고 있다.
히트뉴스는 지난달 31일 경주에서 대한간학회가 주최한 'The Liver Week 2025' 학술대회에 좌장 및 발표자로 참석한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백용한 교수와 국립암센터 (간)소화기내과 조유리 교수를 만나, STRIDE 요법이 가진 임상적 혜택과 국내 환자 사례를 들어봤다.

대다수의 간암 환자에서간 기능 저하가 보고됩니다.
간암 치료에 있어 '간 기능'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백용한 교수 = "간암 환자의 간 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치료 효과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입니다. 간 기능이 저하된 환자는 항암 치료를 받아도 충분한 효과를 얻기 어렵고, 치료 자체를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간암 환자의 70~80%가 간경변 또는 간경화를 동반하고 있는데, 질환이 진행될수록 간 기능은 점차 악화됩니다. 이에 따라 항암 치료 전 주요 간 기능 지표인 '차일드-퓨(Child-pugh) 등급'과 '알부민-빌리루빈(ALBI) 점수'를 평가한 뒤 치료 가능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차일드-퓨 B 또는 C등급 환자는 약제의 효과가 일부 있더라도 간 기능 저하로 인해 독성과 부작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 1차 치료 이후 후속 치료를 진행함에 있어서도 간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있어야 합니다. 1차 치료 과정에서 간 기능이 저하되면, 이후 치료를 시도할 기회 자체를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자가 간 기능을 잘 유지한다면, 향후 개발될 신약의 치료 기회를 얻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최근 면역항암제 기반의 연구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가 트렌드인 것같은데 그 이유가 있을까요?

조유리 교수 = "아무래도 표적치료제만으로는 전체생존기간(OS) 개선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면역항암제 도입 이후 간암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다른 암종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트렌드입니다.
한국에 국한한다면, 보험 급여 체계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한국은 해외와 달리 건강보험 급여 기준으로 치료법들이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표적치료제인 렌바티닙(오리지널 렌비마)을 1차 치료제로, 2차 치료제로 소라페닙(오리지널 넥사바)을 급여 적용 받아 사용했다면, 이들 요법을 실패한 이후에나 옵디보(성분 여보이)+여보이(성분 이필리무맙) 병용요법 등을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제약으로 인해 면역항암제 기반 치료를 1차 치료제로서 사용하도록 우선 고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면역항암제를 2차 치료 이상에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국내 간암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이 2022년 이후 4년 만에 시작될 예정입니다. 이 가이드라인은 대한간암학회와 국립암센터가 2014년 제정한 이후 4년마다 개정을 거치고 있으며, 저는 이번 개정 작업에 총괄 간사로 참여 중입니다.
개정 과정에서는 모든 전신 약제를 대상으로 2차 치료에 대한 메타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며, 올해 하반기에 초록을 공개하고, 2026년 6월경 최종 가이드라인에 해당 내용을 반영해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STRIDE 요법 환자 케이스가 소개될 예정입니다.
STIRDE 요법의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해당 발표는 지난 5월 31일 발표됐습니다. ☞ 기사 바로가기)
조유리 교수 = "간암 치료가 본격적으로 면역항암제 시대에 접어든 지금,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 외에 또 하나의 주요 선택지가 생겼다는 점은 매우 의미가 큽니다.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 병용요법인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과 달리, STRIDE 요법은 두 가지 면역항암제를 사용해 정맥류 출혈 관련된 부작용을 상대적으로 줄였고, 내약성도 확실히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발표에서는 STRIDE 요법의 간 기능 유지 효과와 함께 HIMALAYA 5년 추적 연구를 통해 확인한 장기 생존 가능성을 설명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간 기능이 좋지 않았던 환자에게 STRIDE 요법 투여를 통해 거의 완전관해(CR)에 도달한 사례도 함께 소개하려 합니다.
이 환자는 당시 간 기능이 차일드-퓨 B등급으로 좋지 않았지만, 상태가 더 악화되지 않고 현재까지 6~7개월 이상 치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사례는 STRIDE 요법이 간 기능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인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또, STRIDE 요법은 고령 환자도 큰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약제입니다. 기존 경구 표적치료제는 고령의 환자들이 3등급 이상의 심각한 부작용을 겪으면서 치료를 힘들어하는 경우들이 종종 생깁니다. 치료 도중 약물 독성으로 인해 손발 피부 상태나 전신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반면, STRIDE 요법은 초반에 면역 관련 중증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후에는 안정적으로 치료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70~80대 환자들도 해당 요법을 잘 견디며 투여 받고 있습니다."
백용한 교수 = "개인적으로 아직 STRIDE 요법이 비급여인 관계로 처방 경험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기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을 처방해본 경험을 고려할 때, STRIDE 요법이 출혈 위험을 낮춘다는 점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치료제를 선택할 때는 치료 효과와 함께 안전성 프로파일도 매우 중요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아바스틴은 천공, 궤양 등 출혈이 생기는 경우가 실제 많이 관찰됩니다. 간암 환자는 기저 간경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에는 출혈이 없더라도 질환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문맥 혈관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며 정맥류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항약물항체(anti-drug antibody)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항약물항체는 인체 면역계가 특정 약물을 인체를 공격하는 항원으로 인식해, 이를 중화하기 위해 생성한 단백질입니다. 특히, 티쎈트릭의 항약물항체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항약물항체가 조기에 생기는 경우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STRIDE 요법의 경우 이러한 항약물항체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낮은데, 이는 상당한 장점일 것입니다."
다양한 장점에도 아직 급여 장벽을 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 보험당국 측에 전할 메시지가 있으실까요.

백용한 교수 = "대한간학회에서도 STRIDE 요법의 급여 필요성에 공감하며, 관련 의견서를 보험위원회에 제출해 급여 적용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행정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돼 급여가 되기를 기대하는 중입니다.
물론 보험 재정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고가 신약 급여 문제는 쉬운 과제가 아니라는 점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임상적 근거가 확실하고 국민 건강에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치료 요법인 만큼 빠르게 급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보다 최신 치료에 대한 접근이 늦어져선 안 될 것입니다."
조유리 교수 = "STRIDE요법은 현재 실비보험이 있는 환자나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대안으로 제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추후 급여 적용된다면, 그 외 환자들에게도 장기적인 치료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고령 환자에게도 널리 사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환자의 생존율을 높여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는 것은 국가기관 및 전문의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STRIDE 요법처럼 간암 1차 치료제로서 우수한 임상적 혜택이 뒷받침된 치료법이라면 당연히 급여가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간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응원과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조유리 교수 = "면역항암제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간암 환자들이 훨씬 전신상태를 잘 유지하고 부작용의 빈도도 낮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기존 표준치료제인 소라페닙 대비 반응률과 부작용 발생률이 크게 개선된 만큼, 치료 전부터 미리 부작용을 걱정하며 두려움을 갖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드물지만 완전관해 사례도 보고되고 있는 만큼, 환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치료에 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백용한 교수 = "저는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먼저 간암 고위험군인 만성 B형/C형 간염 환자, 간경변 환자,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6개월에 한 번씩 간 초음파 검사를 받으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정기 검진을 통해 종양을 조기에 발견한다면, 근치적 치료가 가능해질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간암 발생 연령이 고령화되며 현재는 50대뿐 아니라 60~80대 고령층도 국가 암 검진을 통해 연 2회의 감시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으니 반드시 활용하시기를 바랍니다.
두 번째는 의료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상의와 치료를 이어 가셨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진행성 간암이나 4기 진단을 받았을 때, 과거에 사용되던 세포독성항암제의 부작용을 생각하시고 치료를 포기하거나 낙담하는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 사용되는 면역항암제는 탈모나 심한 구토 같은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부작용 발생률이 낮고, 일부 완전관해 케이스가 보고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치료받으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