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피바이오 '부스트 젤리' 제품. 작년 7월 30일 허가 받아
대형제약사들도 알피바이오에 비타민 젤리 구애의 손짓

OUTPUT 젤리 일반약과 표제기 그리고 나비효과
[끝까지 HIT 13호] 일반의약품 젤리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알피바이오는 최근 비타민 젤리를 허가받았다. 건강기능식품 형태의 젤리는 나왔었지만 일반약 젤리는 처음이다. 약국가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일반약 젤리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형제약사들도 알피바이오의 비타민 젤리를 향해 구애의 손짓을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표준제조기준(이하 표제기) 확대'가 만들어낸 나비효과다. 표제기 몇 줄만 바꿨을 뿐인데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침체된 일반의약품 시장이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알피바이오의 '일반약 젤리'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업계와 약국가는 일반약 젤리의 어떤 측면을 주목할까. 식약처 표준제조기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알비파이오 R&D, 마케팅 부서는 물론 일선 약국가의 약사, 제약사 개발 본부장을 만나 이같은 질문에 해답을 구했다.
작년 여름, 알피바이오는 일반의약품 젤리 제형 품목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알피바이오 측은 "2022년 표준제조기준 개정 이후 처음으로 허가받은 의약품 젤리 제형"이라며 "해외에서는 이미 젤리 제형이 의약품으로 판매되고 있어, 이를 참고해서 개발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식약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알피바이오는 '부스트 젤리' 제품을 2024년 7월 30일 허가받았다.
츄어블 특허 기술 결정적...보관 편의성도 높다
주성분은 '타우린, 아스코르브산, 티아민질산염, 리보플라빈부티레이트,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으로 활성 비타민 제제다. 특별한 사실은 일반약 젤리가 기존에 없던 제형이란 점이다. 시중에는 건강기능식품 젤리만 판매되는 상황이다. 비타민 제제도 정제와 시럽제가 대부분이다. 식약처가 표제기 빗장을 풀고 알피바이오가 허가에 성공한 덕분에 이제는 약국에서 비타민 젤리를 씹을 수 있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알피바이오는 어떤 전략을 통해 식약처 허가에 성공했을까. 알피바이오 관계자는 "우리는 의약품 시장에서 연질캡슐 점유율 1위 기업이다"며 "외형확장을 위해 연질캡슐 제형에서 구현할 수 있는 츄어블 타입의 구미젤리 제형을 표제기 규제 완화 이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의약품의 젤리 제조에 대한 특허와 상표를 출원한 계기"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알피바이오는 2021년 10월 27일 '구미젤리 형태의 츄어블 연질캡슐 조성물'에 관한 특허(네오츄 기술, 등록번호 10-2438852)를 출원했다. 특허청은 특허 공보를 통해 "본 발명은 피막 성분 및 내용물 성분에 젤라틴이 함유된 구미젤리 형태의 츄어블 연질캡슐 조성물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용물에 젤라틴을 첨가하여 제형화함으로써 단단하면서도 탄력성이 있고, 검성과 점착성, 씹힘성이 우수한 츄어블 제형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피바이오가 이미 표준제조기준 확대 이전부터 젤리 제형에 대한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에 허가 과정이 한결 수월했다는 뜻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알피바이오 관계자는 "젤리라고 했을 때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질감과 맛이 있는데 의약품에서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며 "첨가제인 겔화제의 종류 및 배합비율에 따른 식감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이미 건기식 젤리제를 통해 쌓은 노하우와 맛을 완성하는 비법들을 축적한 경험, 그리고 기술력 덕분에 원하는 식감을 구현해낼 수 있었다"며 "이는 첨가제에서 특별한 이슈가 없는 원료를 사용한 점과 함께 식약처 허가를 얻어낼 수 있었던 이유"라고 덧붙였다.
젤리 제형은
개봉 후 사용기한 제한이 없어
경제적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알피바이오 비타민 젤리의 또 다른 특징은 의약품 '보관'이다. 알피바이오 관계자는 "액제나 시럽제는 물을 함유하고 있어 미생물 오염에 취약하고, 보존제 사용이 필수적인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젤리 제형은 수분 함량이 낮아 미생물 성장 가능성이 줄어들고, 유효성분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액제나 시럽제의 경우 개봉 시에는 사용기한을 약 1달 정도로 하고 이후 폐기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젤리 제형은 개봉 후 사용기한의 제한이 없기에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대형제약사 4곳 젤리 구애...약국가 '감기약 해열제 젤리' 기대
알피바이오의 일반약 젤리 허가 소식이 전해진 이후, 제약업계도 들썩이고 있다. 히트뉴스 취재 결과, 대형 제약사 4곳이 알피바이오 측에 일반약 비타민 젤리 출시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비타민 젤리도 매력적이지만 젤리 제형의 미래를 보고 뛰어드는 것이다. 당장은 비타민 젤리에 초점이 쏠려있지만 향후에는 감기약, 진통제 등 다른 일반약을 젤리로 출시할 수 있다. 그야말로 제형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알약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어린이와 노인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 젤리는 정제나 캡슐 제형에 비해 씹어서 섭취할 수 있어 복용 옵션 다양화 측면에서 제약사들이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약국가에서도 기대감이 엿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기본적으로 일반의약품은 건강기능식품과 지위가 다르다"며 "건기식은 '건강에 도움을 준다', 의약품은 '효과가 있다'는 개념이다.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건기식 보다 의약품의 지위가 높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런 측면에서 젤리처럼 먹기 편하고 맛이 좋은 비타민 OTC가 만들어진다면 약국가에서도 반응이 좋을 것"이라며 "알피바이오가 OTC 젤리 허가를 얻는데 성공하고 업계가 뛰어들어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은 매우 중요한 이정표다. 죽어가는 일반의약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약사도 "장기적으로 감기약과 해열제 등이 젤리 형태로 출시될 수 있다면 약국 입장에서도 굉장히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다만 식약처가 일반약 표준제조기준을 통해 감기약과 해열제를 허용해줘야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감기약, 진통제 '젤리 시장' 열릴까...'표제기 확대' 관건
식약처의 '의약품 표준제조기준 확대' 조치가 없었다면 비타민 젤리제 허가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표제기는 일반약에 사용하는 성분 종류와 규격, 함량, 각 성분간 처방 등 허가사항을 표준화한 매뉴얼로 1994년 복지부 고시로 도입된 제도다. 제약사가 표제기 대로 제조하면, 식약처 신고만으로 일반약에 대한 제조와 판매가 가능하다.
식약처는 지난 2021년 7월 '비타민, 미네랄 등 표준제조기준에 경구용젤리제·구강붕해정·구강용해필름 제형과 메코발라민·코바마미드·타우린 배합성분을 새롭게 추가한다'고 밝혔다. 해당 내용으로 고시가 개정됐고 2022년부터 비타민 젤리를 일반약으로 제조할 수 있는 규제가 풀린 것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일반약 표준제조기준 업데이트가 지지부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들린다. 표제기 전면 확대로 더욱 많은 효과와 제형에 따라 일반약을 출시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내 제약사의 개발 본부장은 "식약처는 2~3년에 한 번씩 제한된 부분에서 아주 조금씩 표제기를 확대하고 있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OTC 전담부서를 두고 모노그래프 형태로 표제기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부분과 차이가 있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그는 "더구나 2020년 당시 업계는 일반약 젤리 뿐만이 아니라 첩부제를 포함해서 표제기 성분을 추가하고 함량과 제형을 풀어달라는 제안을 했었다"며 "하지만 식약처가 젤리만 받아줘서 업계의 아쉬움이 컸다. 그런 측면에서 젤리형 비타민 출시는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식약처가 표제기 규제를 유연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제약 분야의 변호사는 "규제기관 입장에서는 의약품의 효과와 안전성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규제를 풀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표준제조기준 한 줄만 바꾸면 환자도 업계도, 약사와 같은 전문가도 모두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측면에서 식약처가 규제 완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이어 "진통제나 감기약 등 섭취 난이도가 있는 약제에 관해서는 제형의 적용 범위 확대가 의약품 소비자에게 사용 편의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킨다"며 "그런 측면에서 규제당국도 표제기 확대를 위해 보다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제형에 따라 인체에 미칠 영향이 차이나는지 여부는 밀도 있는 심사로 대체하는 방법을 마련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