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위-복지위 연석 청문회에도 생산적 타협점 못 찾아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정부가 의대 정원 배정삼사위 회의록을 파기했다고 밝혀 적법성 논란이 고조됐다.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정부가 의대 정원 배정삼사위 회의록을 파기했다고 밝혀 적법성 논란이 고조됐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사실 은폐와 위증 의혹으로 정부와 국회가 대치했다. 복지부 청문회에 이은 교육부 연석 청문회의로 생산적 논의를 기대했지만 주요 회의록 파기로 인한 부실 운영과 불신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교육위원회 의학교육소위원회는 16일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번 청문회에는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 외에도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위원장, 강선우 간사, 김윤 의원, 박희승 의원, 백혜련 의원, 국민의 힘 김미애 간사, 김예지 의원, 안상훈 의원, 최보윤 의원,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참석했다.

위원회는 빠른 현안 점검을 위해 전문위원 보고, 부처 입장 청취 등 절차를 생략하고 청문 절차를 바로 개시했지만 자료제출 논란으로 한 시간 가량 현안 질의가 지체됐다. 특히 정부가 의대 정원 배정의 핵심 열쇠를 쥔 배정심사위원회 회의록을 파기했다고 밝혀 파장이 일었다.
 

정부 "배정위 회의록 파기"....국회 "명백한 위법"

교육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간사는 "지난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사 합의로 성명 불상의 의대 정원 배정심사위원장을 증인 명단에서 제외하는 대신 배정심사위원회 회의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기로 약속했었다"며 "그러나 배정위가 비상설, 비법정 위원회로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8조에서 규정하는 회의록 의무작성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했고, 당일 입장을 바꿔 제출한 자료도 매우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문 위원은 이어 "보완자료를 요구하자 참석 위원 전원 동의로 배정심사위원회 협의 내용을 파기했다고 답했다"며 "의료혁신 취지를 무색케 하고 국민의 불신과 불안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교육부 이주호 장관은 이와 관련 "배정심사위는 법정 기구가 아니라 장관 자문을 위한 임의기구로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며 "배정심사위 위원 정보는 개인정보이자 민감사항으로 국회가 원하는 수준의 자료 제출이 미흡한 점은 양해를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배정심사위원회 회의록이 폐기된 경위와 적법성에 대한 논란이 가열됐다. 교육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위원장은 "국회법에 따르면 국가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상 자료 제출 의무에 예외가 없다"며 "개인정보보호법을 근거로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공공기록물관리에관한 법률 제19조의 2에서 누구든지 기록물을 손상, 은닉, 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동법 제27조에 따라 공공기관이 기록물을 폐기하려는 경우 제41조제1항에 따른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의 심사와 제27조의2에 따른 기록물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도 "배정심사위원회 회의록을 언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폐기했는지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며 "위증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장상윤 사회수석비서관, 교육부 이주호 장관, 복지부 조규홍 장관 등 고위 공직자 등이 16일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 장상윤 사회수석비서관, 교육부 이주호 장관, 복지부 조규홍 장관 등 고위 공직자 등이 16일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정부 업무보고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26일  필수의료 혁신전략의 일환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한 의사인력 확충 계획을 확정했으며, 대학별 수요조사와 타당성 검토를 거쳐 올해 2월에 2000명 증원 계획을 교육부에 통보했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2025년 의대 정원 배정 신청 절차를 각 대학에 안내하고 학생 정원 배정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종합적 검토에 들어갔다.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와 소규모 의대에 정원을 집중 배정한다는 복지부 원칙을 토대로 △비수도권에 정원의 약 80% 우선 배정 △거점 국립대는 지역필수 의료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200명 수준 △소규모 의대는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100명 수준으로 배정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25년 의대 모집 4565명 확정....배정위 정원 배분 안갯속 비판

그러나 지난 3월 20일 의대 정원 배정이 완료된 후에도 의대생 집단 휴학, 전공의 집단 사직서 제출, 의대교수 반대 성명 등 진통이 계속됐다. 그러자 6개 국립대학교는 대학별 자체 여건을 고려해 정원분의 50~100% 수준에서 자율적으로 신입생을 모집하게 해달라고 건의했으며, 정부는 이를 수용해 2025년 40개 의과대학의 모집 예정 인원을 올해보다 1507명 늘어난 4565명으로 확정했다.

복지부와 교육부의 경과 보고에도 불구하고 증원 의사결정에 대한 공정성 시비는 계속됐다. 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에서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된 모든 과정 및 결과를 기록물로 생산·관리하도록 하고 있다"며 "의대 증원 관련 대통령 보고사항에 대한 회의록, 대통령 지시사항이 포함된 대통령 기록물 일체를 제출하라"고 압박했다. 

한편 정부는 배정심사위원회의 개최 일시 및 장소, 인원 등 일체를 함구해 눈길을 끌었다. 보건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정부가 배정심사위 회의록을 모두 파기할 정도로 보안을 유지했다지만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김영환 충북지사는 배정삼사위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SNS를 통해 충북의대 정원이 200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자랑했다"고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이 교육부 심민철 인재정책기획관에게 "충북도청 최승환 보건복지국장이 배정심사위 첫 회의에 참석한 것이 사실이냐"고 집중 추궁하자 심 기획관은 "그 부분을 확인해 드리지 못해 송구하다"는 답변만 수차례 반복했다. 

배정심사위원회를 둘러싼 불신이 계속되자, 새로운 위원회를 구성해 합의를 도모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교육위 김영호 위원장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 교육부가 추진한 배정심사위원회 결과를 보니 기준과 객관성이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며 "여·야·정·의료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새로운 배정심사위를 구성하고 배정심사를 재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장상윤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은 이와 관련 "정부 정책 결정에 특정 집단이 오랫동안 반대를 해서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공의 대표, 의대생 대표가 먼저 공론의 장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이주호 장관도 "이 문제의 본질 중 하나는 정부가 의료계를 이기지 못한다는 오래된 믿음이 작용한다는 것"이라며  "배정위원회 배정은 결코 투명성이나 공정성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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