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근처 '문전약국' 가보니…
의사 파업 이후 줄어든 환자, 문전약국·주변 상가에도 영향

병원 로비에 들어선 순간, 넓고 쾌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을 바라보면 사람들로 가득 차 멀리 바라보지 못하고 앞에 지나가는 사람만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저 멀리까지 보이는 여유가 있었다. 접수, 수납, 원내약국, 진료과목별로 대기 공간에 마련된 의자도 텅 비어있었다. 직접 방문한 이곳은 동네 병원도 아닌, 서울 중심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오가는 사람의 온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으로 인해 의대생들의 휴학ㆍ자퇴, 전공의 사직서 제출,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까지 이어졌다. 의사 파업 이후로 상급종합병원 수술 및 외래, 응급실(응급의료센터) 방문 환자가 줄어들었다. 이에 결제 대금을 미루거나 비상 경영에 돌입한 병원도 나타났다.

<히트뉴스>는 실제로 병원에 사람이 줄었는지와 이로 인해 주변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확인해보고자 각각 서울 강북과 강남을 대표하는 상급종합병원인 서울대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을 찾아가봤다.

서울대병원 본관 외부 모습 / 사진=김민지 인턴기자
서울대병원 본관 외부 모습 / 사진=김민지 인턴기자

지난 3일과 5일 서울대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내부를 돌아다녀 본 결과, 파업 이후 현장 모습과 인기리에 방영됐던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같은 의학 드라마에서의 대학병원 현장 모습의 괴리감이 느껴졌다. 내부에 배치된 모든 의자에 사람이 앉아 있는 것만 봐왔기에 아직 사람들이 더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남았다는 것은 새로웠다.

병원 근처에 있는 문전약국으로 향했다. 문전약국은 병원에서 나오는 처방전의 약을 조제하는 것을 주로 한다. 대형 병원 옆에 있는 문전약국을 상상해 보면 사람들로 가득 차 북적이는 약국에서 처방전을 제출하고, 약이 나오길 기다리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러나 대학병원 근처 문전약국 상황은 이러한 상상과는 정반대여서 놀랐다.

서울대병원 근처 문전약국 골목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 사진=김민지 인턴기자
서울대병원 근처 문전약국 골목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 사진=김민지 인턴기자

지난달 말 서울대병원 근처 문전약국 거리에 방문해 본 결과, 썰렁했다. 마로니에 공원 쪽 거리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렸지만, 그 건너편인 문전약국이 모인 골목에는 유동 인구를 두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에 그쳤다.

서울성모병원 근처 문전약국에 환자들이 약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 사진=김민지 인턴기자
서울성모병원 근처 문전약국에 환자들이 약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 사진=김민지 인턴기자

이와 함께 지난달 말 서울성모병원 근처 문전약국을 살펴본 결과 서울대병원보다는 병원 및 약국을 이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다시 방문한 서울성모병원에서는 '활발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처음 방문했던 날에는 약국 내부 의자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었지만, 이후에는 1~2자리씩 비우고 앉는 널널함이 생겼고 대기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대학병원 근처 문전약국들은 의사 파업 이후 처방 및 조제가 줄었다고 전했다. A 문전약국 약사는 "실제로 예전보다 많이 준 것 같다"고 말했으며, B 문전약국 약사도 "병원에 사람이 줄어든 건 사실이고, 그래서 약국에도 처방전을 들고 방문하는 사람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의사 파업은 병원, 환자뿐만 아니라 주변 상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다. 병원과 문전약국을 다녀온 후 병원 내ㆍ외부에 있는 상가에도 방문했다. 병원 내부에 있는 카페에는 비어있는 테이블 자리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병원 내부에 있는 한 식당 직원은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며 "매출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의사 파업 이후에 병원에 오는 환자 수가 줄어든 걸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와 의료계 갈등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외래 환자 중에는 약 처방 기간이 늘어나는 등 방문 간격이 늘어난 경우도 있었다. 한 문전약국 약사는 "환자마다 차이는 있지만, 고혈압과 당뇨 같은 만성질환 같은 경우에는 처방 기간이 이전보다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희귀ㆍ난치병으로 대학병원을 다니고 있는 한 환자는 "오늘은 예약에 맞춰서 병원에 잘 왔지만, (의료 대란)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어서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빨리 일이 해결되고 병원이 안정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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