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디지털 병리 도입 정책간담회 개최

암 관리 시대…디지털 병리는 환자 장기 관리 열쇠
디지털 병리 도입 막는 것은 초기 비용과 지원 정책 부재
보험 수가 적용에 디지털 병리 특성 반영해야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장기간 보관이 어려운 유리 슬라이드 형태의 병리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초기 비용 및 제도 지원 미비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한병리학회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19일 '디지털 병리, 대한민국 암 관리에 앞장섭니다'를 주제로 정책간담회를 개최하고, 디지털 병리 신속 도입 필요성과 그를 위한 정책 제언 등을 공유했다.

(사진 왼쪽부터) 딥바이오 곽태영 이사, 루닛 팽경현 이사, 한국로슈진단 김형주 전무, 서울성모병원 정찬권 교수, 서울대병원 이경분 교수
(사진 왼쪽부터) 딥바이오 곽태영 이사, 루닛 팽경현 이사, 한국로슈진단 김형주 전무, 서울성모병원 정찬권 교수, 서울대병원 이경분 교수

학회와 협회, 기업(루닛, 딥바이오) 등이 참여한 이날 정책간담회에서 서울대병원 이경분 교수(대한병리학회 정보이사)는 2018년부터 서울대병원에 도입한 디지털 병리 효용성에 대해 설명했다.

 

암 관리 시대…디지털 병리는 환자 장기 관리 열쇠

이경분 교수는 최근 진료 기술 고도화로 조기 진단과 획기적 치료법을 통한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암은 관리가 가능한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디지털 병리 도입을 통해 세밀한 관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20~30년 장기적인 관리 관점에서 디지털 병리는 암의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제작되는 병리 슬라이드의 디지털 보관을 통해 추후 재발·신생 암의 추적 관리가 가능하며, 그에 따른 치료 기회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이경분 교수
서울대병원 이경분 교수

이 교수는 또 디지털 병리 도입으로 기존 '유리 슬라이드-현미경 판독 과정-보관 구조'를 보다 효율화할 수 있으며, 디지털 병리 도입으로 전체 검사 시간 및 판독 시간이 12시간 이상 감소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병리 진단은 분자 검사, 단백질 검사 등 추가 검사가 필요한 상황이 대부분으로, 디지털 병리 도입으로 이 부분들 중간에 관여하는 경유 시간을 대폭 줄인다"며 "이로써 보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과 바이오마커 선정 정확성, 효율화 등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병리 도입으로 확보할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은 병리 데이터의 공유다. 의료기관 이동시 병리 슬라이드를 환자가 직접 들고 이동해야 하는 기존 불편함을 없애는 것은 물론, 동시에 여러 의료진이 접근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극대화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검사실 인력은 적어지고 업무가 늘어나는 최근 상황 속에서 디지털 병리는 암 진단과 관리에서 모든 효율성과 안전성, 환자 편의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병리 도입 막는 것은 초기 비용과 지원 정책

서울성모병원 정찬권 교수(대한병리학회 디지털병리연구회 대표)는 이 같은 강점이 확인되고 있는 디지털 병리 도입을 막고 있는 것은 고가의 초기 비용과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서울성모병원 정찬권 교수
서울성모병원 정찬권 교수

정 교수에 따르면 디지털 병리 도입에 필요한 것은 △장비(병리 슬라이드 스캐너) △EMR 등 기존 프로그램 연동 △데이터 분석·학습 인공지능(AI) △데이터 저장 장치(서버 혹은 클라우드) 등이다. 이중 스캐너의 경우 개당 수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장비 도입부터 고가의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찬권 교수는 이 같은 비용 소요에도 디지털 병리 도입은 현재 우리나라 의료 여건에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활동 중인 병리 의사는 1000명(협회 정회원 1200명 토대로 추산) 정도로 인구 100만명당 19명으로 추산된다"며 "그에 반해 조직 병리는 2022년 9060만건, 세포 병리는 2018년 기준 1000만건에 이를 정도로 과도한 상황으로 디지털 병리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험 수가 적용에 디지털 병리 특성 반영해야

디지털 병리 전환의 어려움은 수가 지급에서 나온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새로운 수가 코드 신설을 위해서는 기존 기술보다 월등한 안전성 및 유효성을 입증하는 등 구체적인 필요성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경분 교수는 병리 진단이 가지는 '최종 진단'이라는 특성이 기존 제도에서 디지털 병리 수가 진입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분 교수는 "병리 진단은 환자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 최종 진단 영역인 만큼, 치료법과 의료행위 수가 지급을 결정하는 안전성·유효성이나 경제성 확보와 달리 이미 높은 정확도와 효과성을 보유하고 있는 영역"이라며 "행정적 효율화와 장기적인 환자 관리를 위한 효과들은 추후 암 관리 등 환자 건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함에도 현재 보험수가 산식으로는 입증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존급여 확인 및 신의료기술평가 후 요양급여비용 보상 형태. 현재 기준에 따르면 디지털 병리 기술은 Level 1에 해당해 별도 보상 미해당 사례로 분류된다.
기존급여 확인 및 신의료기술평가 후 요양급여비용 보상 형태. 현재 기준에 따르면 디지털 병리 기술은 Level 1에 해당해 별도 보상 미해당 사례로 분류된다.

 

디지털 병리 도입, AI 동행은 필수

이날 패널 토론에 참석한 AI 업계 관계자들은 추후 디지털 병리 도입에 AI는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통상적으로 현재 디지털 병리 파일은 2마이크로미터 픽셀을 최소 단위로 8만x6만 픽셀로 구성되는데, 압축을 안할 경우 최소로 여겨지는 용량은 15기가 바이트다. 1440p 화질 영화 한 편에 맞먹는 용량인 셈이다.

곽태영 딥바이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거대한 데이터 해석에 있어 AI는 의사를 보조할 수 있는 필수적인 수단이라고 밝히며, 특히 디지털 전환은 AI가 의사를 도울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인 만큼 조직 형태, 분화 정도를 자동으로 판단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보조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병리 사업 관련 업계 구조(정찬권 교수 발표 슬라이드)
디지털 병리 사업 관련 업계 구조(정찬권 교수 발표 슬라이드)

팽경현 루닛 이사는 현실적으로 레이블링이 불가능한 파일을 걸러주는 워크플로우 개선 및 맞춤 치료를 위한 치료 가이드 보조 등에도 AI 효용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팽 이사는 "현장에서 병리 슬라이드를 스캔하다 보면 조직이 울퉁불퉁하게 보관되거나 초점이 빗나가는 등 디지털화하고 임상 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이미지들이 존재하는데, AI는 이들을 관리해 데이터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암은 맞춤형 치료를 위한 진단과 치료법이 고도화되고 있는데, 환자의 방대한 정보를 분석해 치료 가이드를 만들고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에도 AI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병리 도입은 이미 시작"

정찬권 교수는 디지털 병리 도입은 이미 시작됐으며, 이제는 의료기관 참여 확대와 유지·관리 비용 확보를 위한 보상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미 디지털 병리를 도입한 의료기관에는 현미경이 사라지고 있으며, 시작한 트렌드 전환을 되돌릴 수는 없는 만큼 이제는 확장과 유지 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며 "디지털 병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의료 서비스 향상 및 제공인 만큼 디지털 병리 특성을 반영한 보상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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