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hit
시대는 변했는데, '비대면 투약' 반대만 하는 약사회

'이러다 약국들 다 죽는다'는 말이 나온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그 변화에 맞춰 '의료 서비스 소비자'로 불리는 환자 인식도 달라지는데, 이번에도 약국만 제자리다. 약국은 조제약 배송과 화상투약기 등 약국을 향한 '변화하라'는 요구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오는 6월까지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위해 의료법을 개정한다고 밝힌 상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의료 서비스가 급박하게 시작됐지만, 팬데믹이 종식 수순을 밟고 있음에도 한 번 열린 '편의성'이란 문을 다시 닫기 어려워진 것이다. 정부는 의약단체들과 협의체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반대가 가장 심한 곳이 약사회다. 약사회는 처방전 전송, 조제약 배송 등이 포함된 '비대면 투약'에 전면 반대하며 약정협의체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약사회의 입장은 국민 건강을 위해 대면 원칙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대면 원칙이 무너지는 순간 안전한 투약 체계가 무너짐은 물론 동네약국 소멸과 공장형 조제 약국 성행, 법인약국 가속화 등 병폐가 시작될 거라 말한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 이러한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 있을까.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 삶의 모습은 급격히 달라졌다. 스마트폰 보급률은 인간이 편리함에 얼마나 신속하게 적응하는 지를 보여주었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인공지능 발달로 촉발된 사회 변화는 이제 일일이 셀 수도, 미리 예단할 수도 없을 지경이다.
부동산 중개 어플 '직방'은 지난해 메타버스 사무실을 도입해 미국까지 진출했다. 직방은 오프라인 사무실 자체를 없애고 직원들이 메타버스에서 만나도록 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싶었지만 가능해졌고, 많은 기업들이 이 사례를 눈여겨보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서비스가 온라인과 비대면으로 변화할 거란 예상이 가능하다.
약국을 찾는 의료 소비자들은 이제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메타버스에서 사람과 공간을 만나는 게 익숙한 사람들이다. 터치 몇 번으로 메뉴를 골라 음식을 배달시키고 인공지능 챗봇에게 개인적인 문제부터 사회문제의 해답까지 묻고 답한다. 개인적인 문제 중에는 내 몸의 불편한 증상과 질병에 관한 것도 있다. 이들은 이미 상당 부분의 질병 문제를 인터넷과 편의점 상비약에 의존해 해결하고 있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지금 시대를 사는 소비자는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의료 소비자에게 '반드시 약국에 와야만 조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은 어떻게 들릴 지 생각해야 한다. 국민 편의를 위해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판매하게 하자 사생결단의 자세로 반대했던 약사사회를 소비자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국민 편의를 위해 비대면 진료와 투약을 가능케 하겠다'는 정부 주장에 대화의 여지조차 열지 않는 약사사회를 국민은 어떻게 바라볼까.
약사회는 달라지는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이들에게 약국과 약사가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국민 건강을 위한다는 약사회의 주장에 진정성이 있으려면 몸이 불편해서, 시간이 없어서, 근무 중이라 약국에 방문하지 못하는 소비자도 얼마든지 편리하고 안전하게 약을 받고 약사에게 복약지도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무엇인지 대답해야 한다.
환자의 의료 정보를 닥터나우가 갖느냐, 약국이 갖느냐는 차후의 문제다. 의사가 발행한 처방전을 어떤 약국이 받게 만들것인지도 논의 대상에 넣으면 된다. 중요한 건 약사회의 태도다. '단 한걸음도 내딛지 않겠다'는 막힌 사고에서 벗어나 협상테이블에 앉아 비대면 투약이 약국과 약사를 살리면서도 국민에게 도움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약사사회가 비대면 진료에 대해 우려한다면, 그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유관단체를 설득할 의무가 약사회에겐 있다. 협상 테이블에서 무조건적인 반대는 결국 어떤 주장도 되지 못한다. 제대로 된 주장을 관철시키지 못한다면 약국의 미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