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3개월 날려도 대처 머뭇거리는 곳까지
컨소시엄형 공동생동·맞수탁 등 '번거로운' 절차 등도

#. 최근 국내 제약 A사는 제품을 출시하고도 원하는 만큼 시장에 약을 내지 못하고 있다. 위탁 생산을 맡은 B사가 제조물량 증가로 인해 A사의 계약 물량을 온전히 제때 출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A사는 공급이 늦어지자 방안을 강구했지만 실제 B사와 갈등은 만들지 않기로 결정했다.
#. 최근 해당 제제 제네릭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정작 제품을 허가받은 C사는 움직일 수 없다. 위탁 생산을 맡은 D사의 타 제제 생산량 증가로 제품을 길게는 수 개월까지 받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C사는 지체상금 등 계약 이행에 따른 책임을 아직도 묻지 않고 있다.
의약품 위수탁 납기 지연 문제에서 위탁 제약사들이 손놓고 제품만 기다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수탁사 측에 책임을 묻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내부적으로 납기 지연에 따른 협의가 어느 정도 진행됐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업계가 서로 그 책임을 쉽게 물을 수 없는 분위기라고도 이야기한다. 수 많은 업체가 서로서로 제네릭 위수탁으로 묶여 있어 자칫 각을 세웠다가 결국 서로의 제품을 '인질삼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제약업계 다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위수탁 제품 납기 지연으로 제품 수급이 원활치 않은 제약사들 사이에서 미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A사와 C사의 경우를 제외하고서라도 각 제약사가 적게는 수 개 품목에서 많게는 수십 개에 달할 만큼 업계 안에서 납기 지연 문제는 일상화 됐다.
실제 예상 공급 일자가 3개월 이상 늦춰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국내 중견 제약사인 E사는 지난 1월 중순 자사 고혈압복합제 출시 일정을 4월 이후로 예측했고, F사는 위수탁에 강점이 있는 회사에게 제조를 맡겼지만, 아직 고혈압 치료제의 공급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또다른 G사는 주요 제품을 포함한 총 다섯 품목의 호흡기질환 및 당뇨 제품의 출하 시점을 미정으로 잡았는데 실제 제품을 내놓으려면 올해 상반기 말이나 돼야 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나마 생동을 통한 자사 제조전환으로 '남 탓'을 할 제품은 줄었지만, 가격대가 높지 않으면서 많은 생산량이 필요한 호흡기질환 등의 제품은 약가 상한 금액 자체가 낮아 위수탁을 맡기는 것이 수지가 맞는다. 여기에 서류 허여 등으로 공동생동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컨소시엄형 제품은 아예 빠져 나가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위탁했던 제품이 납기지연으로 시장에 풀리지 않을 경우 업계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 먼저 계약 당시 담겨 있던 조항을 활용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체상금이다. 계약을 체결하면서 당사자가 의무를 위반하면 의무불이행 기간을 계산해 일정한 금액을 손해배상하기로 한 금액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각 회사가 맺은 기준에 따라 다르다지만 계약금액과 지체일수, 지체상금율을 계산해 회사 측에 이를 청구하는 형태로 배상을 받는 형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구체적인 조항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당수의 회사가 계약을 칼같이 지키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먼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위수탁 과정이 밀리는 것이 너무 당연해지면서 협의로 인해 서로가 어느 정도는 양해를 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뜻이다.
그 과정에서 일부 제약사가 소극적으로 생산 예정 물량을 늘려주거나 위로금 차원의 일부 금액을 제공하는 사례도 있다보니 여기서 어느 정도 상황을 정리하기도 한다.
또 하나는 앞에서 나온 위수탁 과정에서 서로가 물려 있다는 데서 시작된다. 앞서 나온 회사 중 G사의 경우 위탁사의 일부 제품을 자신들이 직접 위수탁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서로가 서로의 제품으로 물려 있는 이상 양 측이 서로 감정싸움만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불순물이나 임의제조 문제로 피해를 입으면 소송이라도 제기한다지만 위수탁 지연 역시 책임을 묻기 어려운 점도 있다. 더욱이 정부에서 일부 제제의 생산을 독려하면서 일정상 나머지 제품의 스텝이 엉키는 경우도 빚어졌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지연 문제는) 회사의 계약규정에 근거하지만 실제 계약서상 조항이 얼마나 매뉴얼대로 될 지는 회사의 판단에 달려 있다"며 "(서로 묶인 곳의 경우) 서로 불필요한 싸움을 만들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는 것을 가급적 숨기려는 업계의 보수적인 성향과 동료의식 등도 지금 같은 (서로 어느 정도 사정을 봐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이미 각 회사별 제품이 각각 위수탁과 위수탁으로 묶여 있다는 것은 혹여 사이가 틀어졌을 때 제품 출시를 위한 준비 등에 더 많은 힘이 들어간다는 뜻이니까 업계에서도 그 책임을 함부로 물을 수 없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