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몰에다 오프라인 영업사원이 시너지 창출
국내제약사들, 유명제품 '투트랙 유통' 속속 시도
도매만 공급하던 제품, 약국 직거래까지 확대 해
제약회사들이 온라인직영몰과 자사 영업사원으로 직접 거래를 늘리고 있다.
완제품이 '제약회사-도매업체-약국' 순으로 유통되는 전형적 루트를 벗어난 시도가 속속 늘어나고 있는 것인데, 대표적인 사례가 제약사가 자사 영업력을 풀파워로 끌어 올린 약국 직거래다.
이같은 배경에는 어려워진 영업환경에서 활로모색과 함께 제약사 직영몰 확대, 데이터산업의 고도화가 있다.

유명 제품 유통 경로 다각화...도매·직거래 '투트랙' 시도
국내 한 제약사는 그간 도매로만 유통해온 TV광고 A제품을 약국 직거래까지 확대 유통하는 방침을 논의 중이다. 일부 영업사원들이 이 상황을 약국에 전달하면서 약국가에선 내년부턴 영업사원을 통해 A제품을 주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제품의 경쟁제품을 가진 B사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사도 해당 제품을 도매를 통해서만 유통해왔는데, 자사 온라인몰과 영업사원을 통한 직거래 확대를 대안으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TV광고 종합비타민을 보유한 C사는 아예 실험을 전제로 유통경로 변화를 결정한 경우다. 이 제품은 포장 단위에 따라 도매 유통, 약국 직거래 등으로 유통을 이원화해왔으나, 도래에만 유통해온 덕용포장도 온라인몰에 함께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제약사들은 전략적으로 제품에 따라, 또는 같은 제품이라도 덕용, 소량포장 등 포장 단위에 따라 도매 유통과 약국 직거래 등으로 나눠 유통해왔으나 이 패턴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제약사들이 일반의약품 매출 향상을 위해 약국 판촉과 약사 마케팅, TV광고를 필두로 한 소비자 마케팅에 집중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매출 극대화를 위해 약국에 이르는 유통경로를 다각화하는 방법까지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원인으로는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과 어려워진 영업환경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결정적 계기는 제약사 직영의 의약품 온라인몰 보편화였다. 대웅제약의 더샵을 필두로 한미약품 온라인몰의 HMP몰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일동제약(일동샵), 보령제약(팜스트리트)이 뒤를 이었고 최근 중외제약(JWP몰, JW샵), 광동제약(KD샵), 동성제약(DSP몰), 동화약품(동화eMall), 한국코와(코와몰) 등이 연이어 문을 열었다. 모두 약사 혹은 의사를 대상으로 한 직영몰이다.
유명 일반약을 보유한 제약사들 대다수가 자사몰을 구축한 만큼, 자사몰과 기존 영업사원의 시너지를 매출 견인으로 연결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매출 성장 면에서 적지 않은 가능성을 보이는 직영몰도 포착된다. 모 온라인몰은 코로나 이후 매출이 계속해서 성장했는데, 올해 매출은 특히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담당자들이 내년도 목표 설정에 곤혹스러워할 정도라는 후문이다.

데이터 사업 가능성 열려 있어..."제약사, 직영몰 집중할 것"
'도매 독점 제품'이 약국 직거래로 점차 빠져나가는 셈이지만 유통업계는 당장 큰 타격은 없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명 제품들은 이전부터 직거래가 많았던 데다, 대중 광고를 집행하는 유명제품일수록 약국과 마찬가지로 유통업체가 받는 마진이 적기 때문이다. 약국 직거래 제품이 몇개 늘어난다 해서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거란 예상이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선발주자인 더샵과 HMP몰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곳이 없다시피 하다. 이런 현상은 선두주자를 제외한 대부분 직영몰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라는 반증"이라며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유통경로에 변화를 주며 여러가지 대안을 실험해보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당장 매출보다 미래 효용 가능성을 크게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이미 만들어 놓은 온라인 플랫폼이니 최선의 결과를 위해 어떻게서든 효용성을 높이려 고민하는 게 당연하다"며 "당장 큰 매출을 기대할 수 없다 해도 이젠 비대면 기반의 온라인주문시스템을 버리고 갈 수 없는 시대다. 코로나를 겪어보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서울의 한 약사도 제약사의 직영몰이 당장의 효과보다 앞으로 더 큰 가치를 가지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매출이라는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영업사원과 온라인몰이 시너지효과를 낸다면 더 많은 유명제품들이 온라인몰 유통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이러한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몰은 제약사 입장에서 데이터로 활용했을 때 더 큰 가치가 될 수 있다. 이미 제약사는 거래가 큰 주요 약국을 특별 관리하고 있는데, 이를 온라인몰을 통해 데이터화할 수 있다면 그 가치는 당장 얼마의 매출에 견줄 바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미 일부 제약사들은 매출 상위권 약국 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각종 혜택과 서비스로 VIP약국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몰과 영업사원이라는 툴을 활용하면 상위 20%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파레토법칙에 따라 하위 80% 약국은 도매를 통해 유통하되, 매출이 큰 주요 약국은 제약사가 직접 관리하는 게 가능해진다.
이 약사는 "직영몰 판매데이터가 누적되면 데이터 분석과 가공이 고도화됨에 따라 매출에 따른 약국 관리는 물론, 약국 주문 패턴, 제품 판매 세부 데이터 가공이 가능해진다. 상위 100개 약국만 추려도 약국 전반적인 판매 추세를 알 수 있을 정도가 될 것"이라며 "제약사 입장에선 VIP마케팅, 일명 '귀족마케팅'을 통해 매출이 큰 약국을 충성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것도 있지만,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온라인몰 매출 증대는 필수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