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법안 입안 전 충분히 논의해야 효율적 정책 가능'
"콜드체인 완화 환영... 그런데, 이미 설치한 업체는 뭔가" 

식약처가 생물학적제제에 대한 '콜드체인 의무'를 대폭 완화하면서 유통업계는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책 실행을 위해 선행적으로 움직인 일부 업체들은 이미 설비를 위해 큰 비용을 지불한 터라 허탈함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식약처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생물학적제제 등의 제조판매규칙(총리령)'과 '생물학적 제제 등의 보관 및 수송에 관한 규정(고시)' 개정안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내용은 생물학적 제제 제품군을 위험도에 따라 분류하고 각 제품군에 따른 규정 의무·권장 사항을 세분화했다.

이에 따라 '생물학적제제 등(유전자재조합의약품 포함)' 793개 품목은 위험도가 높은 순으로 △냉장·냉동 보관제품, 백신(545개, 69%) △냉장보관 제품 중 사용 시 비냉장 제품(백신 제외)(164개, 21%) △비냉장 제품(백신 제외)(84개, 10%) 등 3개 제품군으로 구분해 각기 다른 조건에 따라 배송이 가능해졌다. 

가장 문제가 됐던 '인슐린'을 포함한 냉장보관 생물학적 제제 가운데 실온에서 사용하는 의약품은 수송 용기 자동온도기록장치(Data logger), 일명 '콜드체인' 설치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됐다. 배송업체 입장에서는 부담이 대폭 줄어든 셈이다. 

유통 업계에서는 일단 환영하는 입장이다. 모든 생물학적제제를 콜드체인으로 운송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컸다는 의견을 내온 터라, 정부가 현장 건의사항을 적극 반영한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법안 시행에 대비해 유예기간 동안 콜드체인을 완전히 갖춘 일부 업체들은 '이미 많은 비용을 들였는데, 안 해도 되는 것이었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유통업체만 해도 정온장치를 갖춘 온도계 포함 수송장치와 냉동탑차, 전문인력 등을 갖춰 생물제제 정온시스템이 잘 작동하는지 테스트까지 마친 상태다. 

A업체 관계자는 "과도하게 엄격해진 규제가 완화된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나, 법 시행에 맞춰 이미 큰 비용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한 업체들 입장에서는 아쉽고 씁쓸한 건 사실"이라며 "이미 유예기간이 1년 가까이 지나갔다. 법안 시행 전에 충분히 논의해 결정된 안을 업계에 제시했으면 업체의 불필요한 지출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업체가 콜드체인을 갖추기 위해 지출한 비용은 상당하다. 냉동탑차 한 대에만 2000만~3000만원을 들였다. 이 업체는 생물제제 포장박스를 운송하는 과정에 일반 차량을 이용하면 다른 의약품을 운송하며 문을 열고닫는 사이 온도에 변화가 생겨 아예 냉동탑차를 구매했다.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최근 냉동탑차를 5대 추가 구매한 상황이다.

정부의 이러한 결정은 결국 현장의 규제 순응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사례를 경험한 업체들은, 최종적으로 법안이 어떻게 수정될 지 모르니 시행 직전까지 준비를 미룰 거란 우려가 높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결국 유예기간 동안 아무 준비도 하지 않고 있던 업체들이 가장 혜택을 본 셈"이라며 "이렇게 되면 어느 누가 미리미리 규제에 대비해 시설을 바꾸고 인력을 배치하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일을 거울 삼아 향후 시행하는 새로운 법안이나 규제는 현장의 불필요한 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고려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콜드체인 규정 계도기간이 만료되는 내년 1월 17일까지 이번 입법 개정을 시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조회 수렴 기간은 2023년 1월 8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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