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안전상비약 13개 품목 유지·판매 중
특별 이상 사례 발견되지 않으면 '안전상비의약품' 유지
"특정 제품만 무기한 유지되는 것은 불공정"
편의점 터줏대감 '타이레놀'은 정당한가
안전상비약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고, 제품 브랜드 가치를 확고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중소·중견 업체들이 해당 시장을 비집고 들어오려는 시도를 할만 하지만, 특별히 포착되는 움직임은 없어 보인다. 여기에는 드러내지 못할 사정이 있었는데...

[끝까지HIT 3호] 24시간 연중무휴 점포에서 의약품을 팔 수 있도록 지정한 안전상비의약품(이하 '안전상비약') 약국 외 판매 제도가 시행된 지 어언 10년이 지나고 있다. 초기 지정된 안전상비약 해열진통제·감기약·소화제· 파스 등 13개 품목이 현재까지도 가감 없이 유지돼 판매되고 있다.
타이레놀 등 특정 브랜드만 무기한 유지되는 것이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환자 스스로 판단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안전상비약의 목적과 취지에 맞는 것일까. 산업계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안전상비약, 편의점에 들어오기까지
안전상비약 품목은 주로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사용하며 환자 스스로 판단해 사 용할 수 있는 것으로, 해당 품목의 성분, 부작용, 함량, 제형, 인지도, 구매의 편의성 등을 고려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20개 품목 이내로 지정해 고시하고 있다.
안전상비약은 약국이 문을 닫는 공휴일, 심야 시간대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를 위해 도입됐지만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약사회가 편 의점 의약품 판매를 반대하는 오래된 명분이다.
안전상비약이 도입된 2012년, 약사회와 보건복지부는 첨예한 협상을 거쳐 4개 효능군·24개 품목을 '안전상비의약품' 후보군으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유통실적 여부가 존재하지 않는 11개 품목을 제외했고, 13개 품목만이 안전상비약으로 지정됐다.

생존한 안전상비약은 삼일제약의 어린이부루펜시럽, 한국얀센의 타이레놀시리즈, 동화약품 판콜에이, 동아제약 판피린티정, 대웅제약 닥터베아제, 베아제정, 한독 훼스탈골드정, 훼스탈플러스정, 신신제약 신신파스 아렉스, 제일헬스사이언스의 제일쿨파프 등이다.
품목 선정의 핵심은 '안전성'
당시 품목 선정에 중요 요소로 작용했던건 당연 안전성이었다. 약사의 복약지도 없 이 판매되는 안전상비약의 특성상 이 부분은 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였다.
업계에 따르면, 복지부가 해당 제품의 안전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고려한 요소는 매출과 점유율이었다. 매출과 점유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부작용 등 안전문제의 발생 빈도가 낮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대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안전상비약 지정 이전에도 점유율이 높아 브랜드 가치가 큰 제품들이었지만, 안전 상비약으로 지정된 이후 안전한 의약품이라는 이미지까지 장착하면서 그 가치는 더 높아졌다. 다만, 대부분의 안전상비약이 단일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봤을 때, 그 제품만이 고유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효능·효과 등 같은 허가사항을 가지는 제네릭(복제약)은 시중에 널리 퍼져 있고,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 기 때문이다.
제3조(재검토기한) 보건복지부장관은 「훈령· 예규 등의 발령 및 관리에 관한 규정」 (대통령훈령 제334호)에 따라 이 고시에 대하여 2016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매 3년이 되는 시점(매 3년째의 12월 31일까지를 말한다) 마다 그 타당성을 검토하며 개선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복지부는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에 관한 고시'에 따라 3년마다 각 품목의 타당성을 검토해 개선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에 복지부는 안전상비의약품의 품목조정 을 논의하는 '지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해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운영한 바 있다. 위원회는 의약품 수요 등을 고려해 가감해야 할 품목과 해외 안전성 사례 등을 논의 했으나, 약사사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품목조정 없이 유지돼 처음의 안전상비약이 지금까지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안전상비약 시장은 커지는데, 품목은 붙박이

안전상비약 시장은 2013년부터 꾸준히 성장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완제의약품유통정보집'에 따르면, 안전상비약 공급가액은 2013년 약 153억원에서 2020년 약 457억 원 규모로 연간 평균 24%씩 증가했다.
이처럼 안전상비약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고, 제품 브랜드 가치를 확고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중소·중견 업체 들이 해당 시장을 비집고 들어오려는 시도를 할만 하지만, 특별히 포착되는 움직임은 없어 보인다. 여기에는 드러내지 못할 사정 이 있었는데, 이미 안전상비약 품목이 너무 당연시 돼 진입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다.
안전상비약을 보유한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주기적으로 안전성 자료들을 복지부에 제공하고 있으며 특별한 이상 사례들이 발견되지 않을 시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은 자동 유지된다고 밝혔다.
안전상비약 진입기회 조차 얻기 힘든 현실은 공정한가
이 때문에 업계는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다. 초기 안전성과 브랜드 가치를 기준으로 지정된 부분은 인정하지만, 특정 제품만 무기한 유지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의견이다.
편의점 업계도 유사한 입장이다. 국내 대형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유통할 수 있는 품목은 이미 정해져있어, 점주들은 그 중에서 일정 품목을 발주해 들여 놓기 때문에 어떤 업체를 고를지에 대해선 고려할 여지조차 없다"고 밝혔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만약 기 안전상비 약과 같은 성분의 제네릭에게도 입찰 등과 같은 공정한 지정 기회가 주어진다면, 시도 해볼 의향은 있다"며 "다만, 이미 지정된 업체와 의약단체들의 반발이 심할 것을 고려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정부가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정부와 유관단체와의 품목 수 확대 논란은 배제하고, 지정된 효능군에 대한 성능 단일제는 다양한 업체에 주기적으로 기회를 줬으면 한다"며 "자율 경쟁적 입찰을 통해 소비자는 약가 인하의 혜택을, 업체는 홍보·매출 증가 등 부가적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상비약 판매 10년, 품목확대를 두고 정부는 국민의 응급상황 시 건강권 보장과 의약단체는 부작용 등으로부터 환자 안전 확보를 주요 쟁점으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업계는 그만큼 품목확대는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정해져 있는 기 효능군·성분에 대해서는 새로운 입찰 기준을 확립해 다양한 업체에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소심한 의견 표출을 하기 시작했다.
안전상비약 지정에 여러 업체에게 기회를 주는 게 안전성, 품질 등 우려 요소만 있 을까. 오히려 긍정적 부분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안전상비약이라는 큰 시 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업체들은 품질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 소비자들은 자율경쟁으로 인한 가격혜택을 받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기사수정 이력
히트뉴스는 기사 내용 중 잘못 기재된 부분이 있어 해당 내용을 수정합니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돕고자 수정된 내용을 아래와 같이 표기합니다. '안전상비약 품목' 표도 함께 수정됐습니다.
<수정 전>
생존한 안전상비약은 삼일제약의 어린이부루펜시럽, 한국얀센의 타이레놀시리즈, 동화약품 판콜에이, 판피린티정, 대웅제약 닥터베아제, 베아제정, 한독 훼스탈골드정, 훼스탈플러스정, 신신제약 신신파스 아렉스, 제일헬스사이언스의 제일쿨파프 등이다.
<수정 후>
생존한 안전상비약은 삼일제약의 어린이부루펜시럽, 한국얀센의 타이레놀시리즈, 동화약품 판콜에이, 동아제약 판피린티정, 대웅제약 닥터베아제, 베아제정, 한독 훼스탈골드정, 훼스탈플러스정, 신신제약 신신파스 아렉스, 제일헬스사이언스의 제일쿨파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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