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약개발기업 꿈꾸는 김훈택 티움바이오 대표

"기술이 좋은 것은 기본이고, 확률이 높은 게임을 하고 싶어요.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개발은 글로벌 신약개발에 확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죠."

티움바이오는 SK케미칼 생명과학부문 혁신신약 R&D센터가 스핀오프해 2016년 12월에 설립된 회사다. 김훈택 티움바이오 대표는 SK케미칼에서 스핀오프했다가 다시 합병된 인투젠에서 신약연구를 했으며, 합병 후 SK케미칼에서 혁신신약 R&D센터장으로 일했다. 당시 SK케미칼에서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를 개발하고, 기술이전 한 경험도 쌓았다. 이 경험을 높이 산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는 티움바이오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글로벌 수준의 신약개발, 유수의 제약회사를 상대로 한 기술이전은 국내 산업계에 몸담으면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영역이다. 컨퍼런스 발표장 먼발치서 봤던 그를 인터뷰할 기회를 얻었다. 인터뷰를 하며, 황 상무가 그의 경험을 높인 산 이유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연구에만 매진하는 학자풍은 아니었다. 희귀질환 치료제를 공략해 글로벌 신약을 만들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고, 과장된 정보로 투자자들을 기만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티움바이오를 경영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티움바이오  판교 본사서 가벼운 차를 기울이며
[취중잡담] 인터뷰를 진행했다.

평소 만나보고 싶었던 이와 인터뷰는 늘 약간의 설렘과 긴장이 공존한다. 설렘과 긴장을 품고 진행한 인터뷰를 마치고 또 한 명의 인생 선배를 만났다는 뿌듯함으로 판교 빌딩 숲을 빠져나왔다.

 

왜, 희귀질환에 주목하시는 거죠?

"사업적 이유가 큽니다. 빅파마가 집중하고 있는 당뇨, 고혈압 등 대중적 질환의 경우 우리가 그들과 직접 경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성공 확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어요. 그러나 희귀질환 등 매출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분야는 자연스럽게 빅파마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희귀질환 영역에서만큼은 우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SK케미칼 시절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를 개발해 보니, 희귀질환 영역만큼은 우리가 일대일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죠.

우리는 대학에서 연구하는 수준을 넘어 투자를 받아 운영하는 곳입니다. 회사 구성원, 기관 투자자, 개인 투자자, 환자, 파트너사 등 모두를 생각해야 합니다. 이들을 위해 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미션이 있습니다. 성공 확률이 높은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설립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상장을 하셨어요.

"투자자와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투자자 분들께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어느 시점에 우리 주식을 사든,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 회사를 투자하신다면 결코 손해를 보지 않으실 것이라고요. 국내 주식시장이 워낙 변동이 크기 때문에, 단기적 주가 관리를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티움바이오의 경영진, 연구진, 미션을 잘 살펴보면, 이 회사는 업의 본질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이구나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실제 다른 회사 주가를 보며, 조급함이 들 때는 없나요?

"단기적 주가 변동에 부화뇌동해서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결국 투자자를 비롯해 많은 분들의 신뢰를 잃을 것이라 생각해요. 저희는 지금까지 투자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봅니다. 결국 우리는 오랜동안 자본시장에서 기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투자자에게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우리 회사는 연구한 과학적 사실을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가의 등락은 간단합니다. 살 사람이 많으면 오르고, 파는 사람이 많으면 내리는 것이죠. 저는 시장의 논리를 믿습니다. 현재의 시장 환경과 우리 주가는 결국 수요자와 공급자가 접점을 만들어낸 것이죠. 조급함이 들지 않도록 수요자가 더 많은 티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개인적 이야기도 궁금한데, 원래 신약개발에 대한 꿈이 있으셨나요?

"어릴 적부터 왜 질병이 생기는지 관심이 많았어요. 이런 관심이 커져 석사와 박사 과정을 병태생리학을 선택했죠. 박사 과정에서는 재조합 단백질이라는 새로운 개념에 매료됐죠. 당시 케미컬 중심의 약물 개발 환경이었는데, 재조합 단백질이 약물이 된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SK케미칼에서 다양한 신약개발 경험을 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순간은요?

"너무 많아서 손에 꼽을 수가 없는데요(웃음), 사실 제가 입사할 당시만 하더라도 SK케미칼은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벤처 마인드를 가진 선구자였다고 봅니다.

제 성향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해서 SK케미칼에 입사하게 됐는데요, 출근하면 쥐 사육 케이지 200~300개를 닦는 게 일과의 시작이었죠. 정말 힘들다고 생각한 순간 기능 연구원이 들어왔죠. 그래도 당시 굴뚝에 걸린 초승달을 보며 퇴근할 때 '그래도 나는 인류를 위해 열심히 일 했다'라는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즐겁게 연구했던 기억이 나요.

1993년 에이즈치료제를 개발할 당시도 기억에 남아요. 당시 에이즈바이러스 자체가 잘 규명이 안 됐던 시기였거든요. 효능 평가를 위해 바이러스 실험이 반드시 필요했는데,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니 다들 이 작업을 꺼렸죠. 그 때도 손을 번쩍 들고 자원했죠.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요."

 

대기업 SK케미칼에서 인투젠이라는 벤처로 가셨는데요.

"그 당시 제가 30대 중반이었는데요, 일종의 무언가를 증명해 보이고 싶은 야망(ambitious)이 있었어요. SK라는 대기업을 나와 벤처로 가겠다는 사람이 적었는데, 제가 가겠다고 하니, 다들 놀랐어요.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저할 이유가 없었죠."

 

SK케미칼을 나와 창업을 결심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가 있었나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그동안 해왔던 연구개발을 신약으로 꽃피우고 싶었죠. 좀 단순하게 생각한 측면도 있어요. (누군가에게는 오만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 후 , 퇴직금과 기본적인 연봉으로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으니,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파이프라인 별로 예상하는 기술이전 시점이 있나요?

"임상 2상 내에서 여건이 되는대로 모두 기술이전을 하자는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술이전 상대는 신약개발 역량이 풍부하고, 제약 마케팅 경험이 있는 곳입니다. 더 나은 곳에 기술이전을 해 잘 개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미국법인 이니티움은 뭐하는 곳인가요?

"이니티움은 항체 개발과 글로벌 네트워킹을 위한 곳입니다. 우리 회사가 항체를 자체 개발할 도구(tool)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BMS, MSD 등 다국적사에서 항체 연구 역량을 갖춘 분들을 영입해 항체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니티움을 보스턴에 세운 이유는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때문입니다. 실제 미국의 다른 지역 대비 보스턴에 회사를 두는 것이 더 많은 비용을 필요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지만, 글로벌 제약회사와 네트워킹을 위해서는 보스턴이 최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회사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CEO의 여가시간은 어떤가요?

"골프와 독서를 주로 합니다. 골프는 정신과 육체 모두를 챙길 수 있는 활동입니다. 골프를 못 치면, 홀을 많이 돌아다녀야 하니 육체적 건강을 챙길 수 있고, 공이 잘 맞는 날이면 모든 스트레스를 공에 날려 버릴 수 있죠. 사람들과 골프를 치며 많은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요.

SK 임원 시절엔 자기개발서적을 많이 읽었는데, 창업하면서는 인문학 책을 많이 읽어요. 최근엔 역사서를 많이 보고 있어요. <왕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조선시대 왕을 다룬 책을 재밌게 읽었어요. 당시 성군들이 통치하던 시기를 보면, 자신들이 업적을 쌓을 수 있는 제도가 잘 마련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이런 점을 보면 회사를 운영할 때, 내부 규정과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제약바이오 생태계 성장을 위해 티움바이오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 우리 회사에 있는 분들의 경험과 노하우, 열정이 합쳐져 큰 시너지를 만들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전문성을 확보한 희귀난치질환의 연구개발 단계에 집중해 희귀난치질환 영역에서 글로벌 신약연구개발기업으로 인정받고, 환자들에게 더 나은 삶과 희망을, 믿고 투자해 주신 주주분들께는 실질적인 이익을 나눌 수 있기를 원합니다.

우리의 연구개발 여정이 우리나라가 제약·바이오의 강국이 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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