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킬러로 눈총받던 온라인 게임 인프라의 파괴적 혁신을 기대

2020 상반기, 디지털 헬스케어 대표주자의 희비소식 [하]

**글=이병일 닥터온 대표

[상] 디지털신약 대표주자 '아빌리파이마이'는 어떻게 추락했나

 

먼 여정을 시작한 디지털 신약의 도전

최근 코스닥 기술상장특례 심사평가를 앞두고 일선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군에서는 밸류에이션이 미국시장을 따라 과도하게 매기는 경향이 없지 않다. 아직 원격진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디지털 신약에 대한 수가에 대한 논의도 없는 한국적 상황에서, 일선의 스타트업이 부담하는 리스크와 불확실성은 아직 해소된 것이 아니다. 그 또한 프로테우스 사례처럼 독이 될 수 있다.

아직 디지털 신약은 진료 현장에서 리얼월드데이터(RWD)로서 환자 증상에 대한 변화나 효과를 안정성을 가지고 확인하고 평가할 수 없다면, 처방할 이유가 약한 편이다. 환자입장에서도 디지털 접근성 및 이용성 자체가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이용능력(Digital literacy)과 가이드라인에 따른 일상 건강 습관의 간섭(Healthcare Engagement) 자체가 거부감이 되고, 제약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 현장에 있는 진단기기를 통해 책임 있는 의료 전문가로부터 받는 치료와 달리, 디지털 신약의 중재는 관련 설명의 이해와 번거로움, 패치나 디지털 웨어러블 기기의 착용과 장착에 있어서 불필요한 이목과 불편함, 이동형 디지털 기기의 특성상 충전의 번거로움, 원외 예측 및 통제가 어려운 상황의 돌발적 간섭과 단절, 측정 및 진단 후 치료적 개입이 지체 될 경우 가지게 되는 약한 자기 효능감(Self-efficacy) 등이 잠재한다.

증증질환의 경우 무엇보다 복합적으로 연결된 의료 전반의 서비스가 유기적이지 못하고 네트워킹이 불안정한 경우, 개별 '부분 최적' 서비스로는 이론적으로 충족되지만, '전체 최적'으로서 의료 서비스는 '맥락적 붕괴'를 환자경험으로 안겨줄 수 있다. 반대로 경증의 질환의 경우 소프트한 접근의 디지털 치료 자체에 거부감이 들거나 강력한 약물적 중재가 아닌 방식 자체가 근본적인 의구심을 얻을 수도 있다.

국내에서 디지털 치료제가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사례는 없다. 전문 인력을 보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심사 자체가 애로사항일 것이다. 가이드라인과 기준이 완비되지 않은 혁신 기술의 임상 입증에 대한 부담이 크다. 다만 미국식 FDA의 흐름은 한국의 식약처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 최형진 교수팀 디지털 플랫폼 활용 비만치료 학술 발표 사례 및 관련 앱/대시보드 화면
서울대 최형진 교수팀 디지털 플랫폼 활용 비만치료 학술 발표 사례 및 관련 앱/대시보드 화면

다만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을 승인 받은 것에는 서울아산병원 강동화 교수가 주도한 VR을 통한 시야장애 환자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인 '뉴냅비전'이 있다.

또 인하대학교 최성혜 교수팀이 주도한 치매예방을 위한 다중영역 인지기능 향상을 위한 연구를 중심으로 ㈜로완의 경도 인지장애 환자 뇌학습 지원 '슈퍼 브레인' 사례, 작년 하반기 ㈜에임메드의 게임형 ADHD 디지털 신약 개발 및 임상시험 계획 발표가 있었다.

최근에는 서울대학교 최형진 교수팀에서 눔(Noom), 인바디(Inbody) 등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활습관을 교정해 비만을 치료하는 인지행동치료와 관련한 효과에 대한 학술지(JMIR. mHEALTH and uHealth) 발표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은 기준 속에 의료진 입장에서는 '디지털 신약'의 한국 시장 수용과 수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적극적 추진을 주저하게 된다. 조급한 산업계에서는 메디컬 심장부를 회피해 웰니스 시장으로 진입을 모색하거나, 규제기관 인허가 없이 일반 공산품으로 사업화하는 전략도 고려하는 실정이다.

 

'게임 중독'에서 '중독 치료 게임'으로, 5년내 게이머와 의사 협업시대 올 것

세계 최고 게임강국, 대한민국 노하우가 곧 디지털신약 개발의 인프라

얼마전 대한민국의 중소도시 속초가 갑자기 구글 지도와 연동된 해외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 '포켓몬Go'의 캐릭터 수집 성지로 북적였던 기억을 떠올려 본다. 현지를 찾은 이들은 열심히 걸어 다니며 의도치 않은 헬스케어앱(?) 기능 수행에 바빴다.

미국 대통령 영부인이 소아청소년비만 예방 캠페인을 위해 춤을 추며 5년간 펼친 'Move 캠페인' 효과보다 이 디지털 증강현실(AR) 앱게임 '포켓몬Go'가 단 5일간 유도한 보행 효과가 더 컸다고 한다.

물론 VR, AR같이 신기술은 초기에 호기심 어린 감탄(Wow Effect)을 받은 이후, 시장의 실수요에서는 단절을 겪기도 한다. 얼리어답터의 소비는 짧게는 2주, 길게는 2달 사이 유행(Fad)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시장전체의 반응으로 착각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오락적 효용은 빨리 달아오른 만큼 체험 후 빨리 식는 리스크도 잠재한다. ‘오락’과 ‘생명’의 관점과 호흡은 명백히 다르다.

헬스케어 산업의 엄격성과 신뢰성은, 어려운 검증절차를 통해 시장진입을 통과한 이후에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장점이 될 때도 많다. 그래서 이 신중한 의료산업에서 '파괴적인 혁신'으로서 '디지털 신약'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은 아직도 미묘한 양가의 감정과 시선으로 존재한다.

극도로 세분화된 의료산업은 그 엄격성 만큼이나 본질은 '환자의 절박성(Unmet Medicine Needs)'에 근거한 최종적인 건강결과 (Health Ouctome)이라는 의료의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또 '희귀질환' 같이 현장에서 수요의 절박성이 앞서고 유효성이 부작용을 상회하는, 실제로 존재하는 니즈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또 의학적 완성도에 있어 '디지털 신약' 역시 섬세한 디지털 인터페이스 경험 디자인(UI/UX)과 개발 운영의 노하우를 요구한다. 그 임상 적용 세부에서는 디지털치료를 의도한 게임의 경우도 디테일한 그래픽 표현 능력, 속도, 스토리텔링, 네트워크 운영, 보안과 버추얼 보상 경험 등 기술적 완성도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온라인 게임 인프라는 그동안 '게임 중독'의 비난을 듣고 무익한 타임 킬러(Time Killer)로 눈총을 받던 시선에서 벗어나, K한류를 주도하는 글로벌 오락 산업의 첨병이 되었다.

K게임의 수출(7조7800억원)은 글로벌로 널리 알려진 K팝(6100억원)의 12배를 상회한다. 이 인프라가 만약 5년 내 '중독을 치료하는 게임'으로 '파괴적인 혁신'에 자원이 투입될 경우, 한국발 블록버스터 '디지털 신약'을 만드는 소중한 경험적인 산업 인프라가 될 수도 있음을 주목한다.

언택트 시대 이후 대변동에서 산업세대에게 눈총을 받아온 온라인 게임 산업이 한국의 디지털 신약 개발에서 또다른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의료진과 함께 '파괴적 혁신'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는 역설이다.

물론 그 전제가 되는 임상연구와 실제 리얼 사이트에서의 검증은 국가의 '의료 수가'와 관련한 제도적 합의와, 서로 결이 다른 두 산업의 협업마인드가 선결되어야 한다.

단, 모든 약은 독성이 있듯 부작용 없는 약은 없다. 산업경계를 허무는 ‘혁신’은 산업의 ‘개방’을 통한 본질적 이해를 전제로 한다.

글로벌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 대한민국 게임산업계의 축적된 역량이 의료산업에 투입되거나 화학적으로 결합된 10년 후를 기대한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 디지털 신약 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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