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가원, 설명도 없이 개정규정 홈피에만 업로드

정부과 보험당국이 글로벌 진출신약 약가우대제도, 이른바 '7.7약가제도'를 사실상 사문화하는 개정안을 원안대로 확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은 한미 FTA 이행이슈로 미국 측의 요구에 의해 마련됐었는데, 시각차이는 존재했지만 국내 제약계는 물론 다국적 제약업계, 시민사회단체들까지 나서 문제를 제기했었다. 특히 제약바이오협회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약가정책의 전면수정을 요구한다'는 제목으로 이례적으로 비판수위를 높여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었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달 28일 개정해 사흘 뒤인 같은 달 3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은 개정안에서 단 한글자도 바뀌지 않은 채 원안 그대로 반영됐다.

이른바 글로벌 진출신약 약가우대 내용을 담은 '7.7약가제도'는 이 규정 중 '6조의3(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평가하는 경우)'에서 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약가우대를 받기 위한 기업조건과 품목조건을 열거한 것이다.

개정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기업조건은 'WHO에서 추천하는 필수의약품 또는「약사법」제2조에 따른 국가필수의약품을 수입ㆍ생산해 국내에 원활하게 공급하는 것으로 확인되는 기업이면서,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지 않는 기업이 요양급여대상 여부 결정신청을 한 경우'로 바꿨다.

제외대상으로는 두 가지를 제시했다. 약제급여목록표에 등재된 약제를 원활히 공급하지 않았거나 약사법47조2항(불법 리베이트)을 위반해 행정처분 또는 법원 판결이 확인된 업체가 해당된다.

이중 급여의약품을 원활히 공급하지 않은 업체에 대해서는 '예외의 예외'를 다시 정했다.

불가피한 사정은 고려하겠다는 것인데, ▲제조소가 가동 중단 되거나 폐쇄되는 경우 ▲생산?수입?판매를 위한 인ㆍ허가가 정지되거나 취소되는 경우 ▲안전성ㆍ유효성에 새로운 문제가 발생되는 경우 ▲공급 요청량이 급격히 증가하여 현재 생산?수입량으로 공급이 부족하게 되는 경우(단, 예상청구금액 이내인 경우는 제외한다.) ▲기타 천재지변 등 업체가 통제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품목조건은 기업조건을 충족한 업체가 결정신청한 약제가 세계최초로 허가된 혁신적인 신약인 경우에 적용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기전 또는 물질, 대체가능한 다른 치료법(약제포함)이 없는 경우, 생존기간의 상당기간 연장 등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이 입증된 경우, 미국 FDA의 획기적의약품지정(BTD) 또는 유럽 EMA의 신속심사(PRIME)로 허가된 경우, 희귀질환치료제나 항암제 등 5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해야
'혁신적인 신약'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이런 조건 외에도 '기타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심사평가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엔 우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예외 항목의 경우 구체적인 절차나 기준 등이 없어서 실제 적용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내용은 아니다.

사후관리 내용도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WHO에서 추천하는 필수의약품 또는「약사법」제2조에 따른 국가필수의약품의 생산 또는 공급을 중단하거나 기업 또는 품목기준에 부합하지 않게 된 경우 해당 약제의 상한금액을 조정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심사평가원장에게 의무를 부여했다.

또 약가우대를 받은 업체는 매년 심사평가원장에게 관련 입증자료를 제출하도록 강제했는데, 자료 제출방법 및 시기 등 세부사항은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심사평가원장이 별도로 정하도록 했다. 시행 후 운영실적이나 현실여건 변화 등을 매 5년마다 검토해 보완한다는 재검토기한도 부칙에 뒀다.

정부와 보험당국은 이런 중요한 제도변화를 통상의 보도자료나 참고자료 등의 통해 알리지도 않았다. 심사평가원 홈페이지 '규정란'에 게시된 내용은 업데이트 한 수준에서 행정처리를 마무리했다. 관련 사실을 알고 경로를 따라 몇단계를 거쳐야 볼 수 있는 내용이다. 한미 간 FTA 이슈였고, 국내개발 신약에 중요한 이슈가 되는 제도가 이렇게 '구름에 달 넘어 가듯이' 처리되는게 합당한 것인지 의구심도 든다.

제약계 관계자들도 구전을 통해 들었지만 이처럼 규정이 개정돼 확정된 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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