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가격 첫 활용 주목...의약품 관세폐지 등 인센티브도

변영식 법무법인 광장 수석전문위원
약가협상 결과·한국에 미칠 영향 분석

중국정부가 특별협상의약품으로 선정해 최근 신규 등재된 항암제 17개 품목의 가격 수준이 제조국이나 참조국 평균의 36% 수준에서 표시가격이 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간 단순 표시가격 비교수치여서 한국의 위험분담제도 등 각 국가의 특성이 반영된 실제가격 약가수준 비교는 아니다.

또 한국약가와 비교하면 37~107% 수준이었다. 이처럼 등재가격 수준이 낮은 건 중국정부가 참조국가의 최저가를 협상기준으로 활용한 결과로 보인다.

한국약가도 올해 처음 참조가격에 포함돼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이나 중국시장 진출 등을 모색하는 국내제약사의 초미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약제 보장성 강화를 위해 올해 5월 의약품 관세 6%를 폐지하고, 부가세를 17%에서 3%를 대폭 낮춘 점도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 가격을 직접 비교하거나 수치만 참고하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광장의 변영식 수석전문위원은 15일 '중국 약가정책의 변화와 한국의 영향'이라는 주제의 헬스케어 그룹 고객초청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중국 항암제 약가협상 결과와 한국의 영향'을 발표했다.

발표내용을 보면, 중국의 총 보건의료비는 2017년 기준 842조원 규모다. GDP 대비 6.2%를 점유한다. 비용은 정부 253조(30.1%), 사회위생지출(의보 등) 346조(41.1%), 개인 243조(28.8%) 등으로 분담했다.

연도별 총 의약품비와 전체 보건의료비 중 점유율은 2010년 144조 41.6%, 2013년 214조 39.4%, 2014년 227조 37.8%, 2015년 263조 37.7%, 2016년 283조 35.8% 등으로 나타났다. 항암제의 경우 2107년 기준(138개) 21조2000억원으로 약제비의 약 7~8%를 점유했다.

중국은 60세 이상 인구 급증, 과도한 흡연, 오염 노출 등으로 암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 국립암센터는 지난해 429만건의 암환자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는데, 이는 전세계 신규 암환자의 30.4%를 차지한다. 또 매년 암으로 281만명이 사망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추진했다. 변 수석전문위원은 이를 '중국판 암환자 보장성 강화' 방안이라고 명명했다. 중국은 이를 통해  암 5년 생존율을 2030년까지 15%로 개선하는 걸 목표로 설정했다. 미국의 암 5년 생존율은 2015년 기준 30%, 한국은 2017년 기준 70.7%였다.

변 수석전문위원은 "보장성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국가주도 약가협상시스템을 구축했는데 국가개발개혁위원회(NDRC)는 다양한 급여방식을 개발해 적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대상약제 선정은 정부가, 협상은 회사가 선택한다.

한편 중국정부는 의약품 수요 급증에 따른 안정적 공급 필요, 국민의 약가부담 경감요구, 리커창 총리와 국무원의 정책의지 등을 반영한 '건강중국 2030 계획 요강'을 발표했다. 같은 맥락으로 국무원 상무위원회는 올해 4월과 6월 항암제 가격인하를 강력 촉구하기도 했다.

의약품 인센티브 대책으로는 올해 5월1일부로 관세를 철폐하고 부가세를 낮췄다. 이어 중국정부는 올해 8월 의료보험에 신규 항암제를 포함시키기 위해 특별협상의약품 범위를 발표했다. 대상약제 선정기준은 임상적 유용성과 확실한 임상적 결과 및 환자의 급박한 미충족 수요를 고려했다. 참조국가는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한국, 대만, 홍콩, 마카오 등 10개국과 2개 지역을 기본으로 하고, 인도, 러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참고했다.

이를 토대로 협상 의향을 서면 청구한 결과 12개 기업 18개 품목이 협상에 응했다. 서류는 등재시기, 소매가격, 보험가격, 약제계약서 및 합의서에 포함된 정보 등을 받았다.

이렇게 정해진 특별협상의약품은 엑시티닙정제, 오시머티닙메실산염정제, 구연산 익사조믹캡슐, 크리조티닙캡슐, 록소리티닙인산염정제, 아파티닙이말레인산염정제, 닐로티닙캡슐, 페가스파가제주사제, 파조파닙정제, 사과산 서니티닙캡슐, 레고라페닙정제, 세리티닙캡슐, 베무라페닙정제, 세툭시맙주사제, 안로티닙염산염 캡슐, 이브루티닙캡슐, 주사용 아자시티딘, 주사용 옥트레오티드아세테이트 미소구체 등이다.

협상참고가격이 된 협상기준(목표약가)은 참조국가 중 최저가가 활용됐다. 협상결과는 어떨까.

협상대상 10개 항암제는 2017~2018년 출시된 신약으로 노바티스와 화이자 품목이 각각 4개와 3개 씩 포함됐다. 폐암의 경우 지오트립, 타그리소, 자이카디아, 잴코리가 등재됐다. 중국 신약도 2개 채택됐다. 노바티스의 골수섬유증치료제 자키비의 경우 최종 협상에서 제외됐다. 서면청구 약제 중 17개가 협상을 마무리한 것이다.

가격수준은 제조국/참조국가 대비 평균 36% 낮았다. 기존 성단위 등재 가격대비 평균인하율은 57%, A7 평균가와 비교하면 21~55% 수준에 분포했다. 한국 보험약가와 비교해서는 37~107% 수준이었다.

변 수석전문위원은 이를 토대로 시사점과 예상이슈, 제약사 차원의 대책 등을 제시했다. 먼저 시사점은 '사용량 대비 가격', '신약등재 격차' 두 가치 측면을 봤다.

변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특별협상은 협상대상약제 선정과 협상의 임의성을 특징으로 한다고 했다. 실제 정부가 선정·제안하고 제약사가 동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변 수석전문위원은 이어 세계 2위 시장, 항암제의 처방규모, 약가인하와 인센티브/규제개선 혜택이 동시에 적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협상결과를 일반화 하는 건 곤란하다고 했다. 가령 20% 정도 관세와 부가세 혜택이 있었고, 인터넷 집중구매제로 제약사 판매관리비를 줄일 수 있도록 한 측면도 있다.

변 수석전문위원은 또 가격은 인하됐지만 사용량은 늘었다는 점에서 약가참조를 위한 제도화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협상한 로슈의 아바스틴과 허셉틴의 매출이 증가했다. 변 수석전문위원은 사용량 증가를 예비해 가격을 낮췄지만 사용량이 대폭 증가해 가격인하분을 상쇄한 결과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한국의 사용량과 약가연동을 연계하는 제도와 흡사하다고 했다.

변 수석전문위원은 또 최근 중국의 임상, 허가, 보험등재 등의 제도개선으로 허가와 등재시점이 미국, 유럽, 특히 한국과 근접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이 한국보다 3~5년이 늦다거나 중국이 한국보다 고가 또는 고가일 것이라는 그동안의 통념은 이번 협상 결과로 인해 재해석이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다.

변 수석전문위원은 특히 NDRC는 앞으로 다양한 급여화 방안을 개발하고 적용해 보험등재를 단축할 계획이라고 했다.

예상이슈로는 한국-중국 간 약가참조, 중국시장 수출가격(한국등재가격)과 기회비용, 해외진출신약 자율가격제, 글로벌혁신신약과 국내개발신약 신약 평가, 국제가격비교 연구 등을 예시했다. 약가참조의 경우 중국은 참조국 최저가를 적용한다.

또 정부와 지불자는 건강보험 재정지속성을 고려한 제도화, 산업계는 제약산업육성과 IRP 리스크, 혁신가치 등에 대해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코리아 패싱'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다국적제약사는 글로벌 승인, 한국제약사는 수출가격  등을 토대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약가인하 요구, 국제가격 참조 관련 현행기준 및 지침 개정 등도 예상되는 이슈라고 했다. 그러나 약가 직접비교는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고, 더구나 국내에서는 국가간 약가참조 연구에 대한 찬반논란이 존재한다고 했다. 국제가격참조와 관련해서는 현재 심사평가원이 외국약가 참조용역을 수행 중이고, 건보공단은 외국약가구조조사를 위한 워킹그룹을 운영 중이라고 했다.

변 수석전문위원은 제약단체 단위와 개별기업 단위로 구분해 향후 대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협회단위로는 중국약가 이슈를 계기로 국가 간 약가비교 연구를 수행하고 신약평가 관련 제도를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글로벌혁신신약 평가방안, 국내개발신약 평가방안, 해외수출가격 이슈 및 해외진출신약 평가제도, 가격참조 제도화 관련 정부와 소통 등도 검토해 볼만하다고 했다.

개별회사단위로는 중국의 등재시점과 예상 등재가격을 고려한 신약 등재전략, 글로벌과 중국 약가를 고려한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중국가격을 참조한 가격승인, 중국약가를 고려한 재평가 및 사후관리 등의 전략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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