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현 변호사, 중국 악가정책 변화로 인한 예상 법적쟁점

국내 엄청난 파급효과 예상되지만
심평원 등 내규만 변경 가능성 높아

중국의 새 보험의약품 정책은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에서는 행정규칙이나 내규를 변경하는 선에서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약가참조 등을 감안한 것인데, 개정 예상되는 내규는 심사평가원의 '신약 등의 협상약제 세부 평가기준' 등이 거론됐다.

유지현 변호사(이대의대, 법무법인 광장)는 15일 열린 '중국 약가정책의 변화와 한국의 영향' 설명회에서 '예상규제의 법적 쟁점'을 짚었다.

유 변호사는 먼저 중국 약가정책 변화로 인한 한국의 예상 규제 특징으로 심사평가원 규정(신약 등 협상대상 약제 세부 평가기준)과 건보공단의 약가협상지침 변경 가능성에 주목했다. 엄청난 파급효과가 예상되는데도 국내 제도적 영향은 행정규칙과 내부 규정 변경만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런 행정규칙의 외부적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고 유 변호사는 강조했다.

하지만 법리적인 측면에서 파급효과를 따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유 변호사가 과거 국내 약가정책 변화와 관련 소송결과, 시사점 등을 설명한 결과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도(1999.11) ▲최저 실거래가제 한시적 운영(2002.9) ▲선별등재 방식, 약가협상에 의한 신약 약가결정 방식(2007) ▲리베이트 연동 약가인하(2009.1.13) ▲일괄약가인하제도(2012.4) 등이 해당된다.

유 변호사는 "과거 주요 약가정책의 변화는 보건복지부령 또는 고시 개정에 의한 것이었다. 이런 사례를 참고해 볼때 소송으로 대응하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실제 유 변호사가 제시한 소송결과대로라면 법원은 대부분 정부 측 주장을 인용했다. 가령 최저 실거래가제 한시적 운영의 경우 최저실거래가 상환제도 자체가 위법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선별목록제도와 관련해서는 새로 도입된 제도가 제약사의 구체적인 권리의무나 법률관계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했다.

약가 일괄인하에 대해서도 신청인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건 명백하나 신청인만 기존 약가로 산정받으면 형평성을 잃게 되고, 신청인에게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공공복리에 증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제약사 등이 이처럼 변화돼 온 약가제도와 관련한 소송에서 패해던 건 이유가 있었다. 유 변호사는 판례를 통해 이유를 설명했다. 먼저 행정규칙은 일반적, 추상적 규범이면서 법규적 효력이 없어서(대외적 구속력 없음) 규칙 그 자체에 대한 항고소송은 부인된다. 소송자체가 성립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단, 행정규칙으로 분류될 수 있는 규정도 다른 집행행위 매개없이 그 자체로 직접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나 법률관례를 규율하는 성격을 가질 때에는 행정처분을 인정한다. 과거 급여기준 관련 고시가 이런 경우에 해당돼 쟁송의 요건을 충족했다. 예컨대 향정신병 치료제의 급여기준에 관한 복지부 고시가 다른 집행행위의 매개없이 그 자체로 제약사, 요양기관, 환자 및 건보공단 사이의 법률관계를 직접 규율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된다는 판례가 있었다.

사례는 더 있다. 대법원은 심사평가원의 '방광내압 및 요누출압 측정시 검사방법'과 관련한 사건에 대해 (이는) 요류역학검사가 표준화된 방법으로 실시되지 않아 부정확한 검사결과가 발생하고 이로 인한 불필요한 수술 등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이를 방지하고 적정진료를 유도할 목적으로 정한 급여기준을 구체적 진료행위에 적용하도록 마련한 심사평가원의 내부적 업무처리 기준으로서 행정규칙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법령상 인정되는 적정한 급여에 대항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다만 그 기준이 건강보험법령상 목적이나 취지에 비춰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없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를 재판절차에서 급여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세부기준으로 참작할 수 있을 뿐이라고 했다.

유 변호사는 이 같은 행정규칙의 특성상 심사평가원 규정이나 건보공단 공고 등이 향후 새로 들어오더라도 "처분에 해당하지 않아서 직접 (소송으로) 다투기 어렵다"고 했다.

또 "새로운 규정 또는 공고 도입 이후 개별 약가인하 고시에 대한 쟁송의 경우 새로운 규정 또는 공고가 건강보험법령의 목적이나 취지에 비춰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없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그러면서 "결국 (소송보다는) 규정 또는 공고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변호사는 지난 9월 개정된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세부지침 개정'을 의견개진을 통해 제도를 바꾼 수범사례로 소개했다. 당시 해당 규정은 동일한 효능의 약제가 2개만 존재하고 유일한 대체약제가 생산시설 변경 등의 사유로 원활히 공급되지 않아서 협상대상약제의 사용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해도 실질적인 보험재정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약가가 인하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에 업체는 규정상의 미비 등을 적극 주장하면서 설득했고 건보공단은 이를 받아들여 지침을 개정했다. 협상약제 자체의 일시적 품절 후 일시적 사용량 증가 뿐 아니라 유일한 대체약제의 일시적 품절로 인한 협상약제의 사용량 증가에도 실질적 보험재정 영향을 고려해 협상참고가격을 보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해당 의견서는 유 변호사가 논리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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