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제약, '7.7제도' 무력화 땐 다른 지원책 필요 공감

[종합] 한국무역상무학회 동계학술세미나

"다국적제약사들은 국내 약가수준이 낮다고 볼멘소리다. 적자라고 한다. 그래놓고 막대한 이익을 내 대부분 본사에 송금한다. 한미 FTA에서 이런 걸 문제삼을 수 없나."

"'7.7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될 경우 국내 신약개발 유인을 위한 다른 제도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최근 열린 경제관련 학술대회에서 나온 주장들이다.

글로벌 진출신약 약가우대제도, 이른바 '7.7약가우대제'는 제약산업계만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한국무역상무학회는 지난 7일 제60회 한국무역상무학회 동계학술세미나 메인행사 중 하나로 열린 '최근 한미 FTA 개정의 평가와 향후과제' 주제 세미나를 열었다.

학회는 이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약가제도와 한국 FTA 이행이슈'를 정면으로 다뤘다. 학회 회원인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제했고, 박성민 HnL법률사무소 변호사,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 안정훈 이화여대 교수 등이 이 주제로 패널토론했다.

김원식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한미 FTA 이행이슈가 된 의약산업 현황과 특성, 글로벌 혁신신약 우대제도, 정책방향 등을 짚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사실상 정부가 약가를 결정하는 비시장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심사평가원 비용효과성 평가 이후 건보공단과 협상에서 가격이 평균 11% 재인하되는 중복적 평가도 이뤄진다. 신약 가격수준은 OECD 평균의 50%를 밑돈다는 지적도 있다"고 했다.

이어 "공급자가 가격을 결정할 때는 경제적 효율성, 정태적 효율성, 동태적 효율성 등 3가지 'efficiency'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적어도 국내 약제비 억제정책은 '동태적 효율성(Dynamic efficiency'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 이행이슈인 '7.7제도'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제약산업은 미래전략산업으로 윈-윈이 절실하다. 정부 대응은 '7.7제도' 폐지로 갈 수 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 신약개발 유인을 저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별도 개발유인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제약산업육성지원특별법에 의한 경쟁력 제고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또 "국내 제약사들이 미국 제약사와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고, 복지부 내 제약산업부서 업무 독립성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성민(서울약대) HnL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이날 패널토론에서 국내 약가제도와 한미 FTA 이행이슈를 둘러싼 5가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내놨다. '7.7약가제도'는 차별적인가, 제약산업 국제통상 협상은 제약강국의 사다리 걷어차기인가, 국내 약가는 낮고 현행 제도는 '다이나믹 이피션시(Dynamic efficency)'를 무시하고 있나, '7.7악가제도' 폐지 시 새로 검토 가능한 국내 신약개발 유인 제도는 어떤게 있을까, 국내 제약기업과 정부는 제약주권이 없는 나라와 제약강국 사이에서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할까 등이 그것이었다.

박 변호사는 '7.7악가제도'는 국내업체와 다국적 업체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제도가 아니라 한국 내에서 혁신을 이룬 신약에 대한 약가우대 제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국내 보건의료 발전, 일자리 창출, 국민보건 향상 등에 대한 기여를 고려해 예외적으로 일정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약가우대하는 걸 부당하게 차별하는 제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그런데도 '7.7약가제도'가 사실상 폐기된다면 과도기적인 수단으로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약가우대 등의 지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제2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 제약산업육성특별법 등을 염두에 둔 것인 데, 최근 제약산업육성법에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약가우대를 명시하는 개정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미국 측의 통상압박에 대해 색다른 해석을 내놨다. 그는 "1987년 물질특허 도입이나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제약산업이 피해산업으로 정해져 정부가 육성지원에 관심을 가졌던 전례 등을 봤을 때 미국 측의 압력이 국내 제약산업에 부정적인 영향만 준 것 아니라고 볼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혁신 '모멘텀'을 제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FTA 이행이슈에서도 미국 측이 정책상의 균형과 형평을 요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국내사, 다국적사, 보험재정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모두 윈-윈하는 쪽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원장은 구체적으로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기업조건(WHO나 식약처가 지정한 필수의약품을 수입 또는 생산해 국내에 공급하는 기업)의 경우 품목에서 혁신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필요한 사항은 아니다. 또 혁신기업인 바이오벤처가 제외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오츠카와 사노피 2개 업체가 포함돼 있기는해도 혁신형제약기업 기준에 대한 다국적제약사들의 불만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문호를 조금 더 열고 혁신형제약기업을 중심으로 우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개정안에는 미국 BTD 등 외국 신속 허가 요건을 포함시켰는데, 불합리한 선택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혁신신약법 등이 통과될 것을 감안해 국내 '패스트트랙' 지정 등을 고려하는 게 합당하다"고 했다.

안정훈 이화여대 교수는 약가우대 제도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안 교수는 "다국적사가 약가우대를 위해 요구하는 혁신가치 범주에는 '실패한 R&D'가 들어가 있다. 가능할지 모르지만 국산 글로벌 혁신신약을 개발해서 해외로 나가려고 해도 최소 10~20년이 걸린다. 정부가 약가제도 등을 통해 지원하고 육성한다고 해서 효과를 볼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이어 "고가약인 하보니나 소발디도 WHO 필수약제로 지정됐다. 새로운 혁신신약은 상대적으로 WHO 필수약제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약가우대 대상인 글로벌혁신신약도 이 기준에 부합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건보공단 약가협상을 이중통제라고 보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살 때 연비만 보고 사지는 않는다. 건보공단은 약가협상에서 경제성 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등 여러 요소들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만의 독특한 제도로 보이지만 선진국도 최근 하보니 등을 등재하는 과정을 보면 유사한 방식을 채택했다. 한국이 선진시스템을 선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걸 입증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국내 약가사후관리제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등재 때 가격이 정해지면 쭉 간다. 외국은 등재이후 주기적으로 검토해서 약가를 내린다. 우리는 사후관리제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면역항암제, '카티', 스핀란자 등이 등재되면 앞으로 약가를 1~2% 깎는게 소중해 질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플로어토론에서 장우순 제약바이오의약품협회 상무는 (통상규정상) '7.7제도' 폐지가 가능한 것인지, '7.7제도' 개선안에 포함된 혁신신약 조건 5가지 중 3가지만 만족해도 인정해 달라고 미국 측이 요구한다면 대응 가능한 정부의 선택지, 개정안에 대해서 미국 정부가 동의하지 못했을 때 이후 예상되는 시나리오 등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김원식 교수는 "개정안이 프레임을 아예 바꿨기 때문에 내용상 '폐지'를 언급한 것이다. 차별적 요소는 다 빠져 있어서 미국 측이 이 문제는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변지혜 박사(심사평가원 연구위원)는 언론보도 내용을 인용해 다국적사들이 국내에서 발생한 이익 대부분을 본사에 송금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미 FTA에서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대응할 방안이 없는 지 물었다.

그는 "항상 답답한게 다국적사들은 국내 약품비의 60%를 점유하면서도 항상 적자고 약가가 낮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배당금으로 본사에는 이익의 상당수를 송금한다. 직원들도 필요없으면 자르고 업무는 아웃소싱한다. 이런 것들에 대해 우리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원식 교수는 "약가를 깎는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수요예측과 필요 등에 맞춰 약가를 조정할 기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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