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약가제도' 개선안을 바라보는 시선들

약사단체·제약협회·KRPIA 논평
그림 속으로 들어간 '떡'
누구도 환영않지만 이유는 달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7일 저녁 공개한 한미FTA 보건분야 원포인트 이행이슈인 이른바 '7.7약가우대제도' 개선안에 대해 제약단체 뿐 아니라 보건시민단체까지 비판의 날을 세우고 나섰다. 개선안을 걷어치우라는 결론은 같지만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특히 국내제약계의 '분노 게이지'는 폭발직전까지 상승했다. 이런 논평은 오늘(12일)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히트뉴스는 지금까지 나온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글로벌의약산업협회 등 3개 논평을 비교할 수 있도록 다시 정리해봤다. 사실상 시민사회, 한국제약, 외국계제약 등 각 진영의 입장과 후속대응은 이렇게 3가지 갈래로 유형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논평을 낸 건 한미FTA 협상 당시 가장 '전투적으로' 반대투쟁에 나섰던 단체 중 하나인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였다.

이 단체는 지난 9일 '약가 우대 잔치를 멈추어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7.7약가우대제도'는 처음부터 만들어져서는 안되는 제도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요점을 정리하면 이렇다. 시민사회단체는 애초부터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약가우대정책에 강하게 반대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국내 제약사 우대 제도를 밀어붙였고, 이 것이 다국적제약사에 발목을 잡혀 특혜를 전면 확대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됐다.

이 단체는 특히 이번 개정안이 다국적제약사에게 더 유리한 방식으로 제안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업요건을 WHO 필수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정해 다국적사가 포함될 확률이 아주 높고, 제품요건에도 미국이나 유럽에서 신속 허가를 받은 희귀의약품과 항암제에만 인정하도록 해 국내사가 아닌 다국적사에게만 사실상 길을 터줬다고 했다.

이 단체는 또 이미 경제성평가면제, 위험분담제도 등 국내 제도에서도 다국적사의 항암제나 희귀질환치료제는 충분히 혜택을 받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혁신신약이라는 명분으로 특례를 추가하는 건 한국민에게 부담만 더 지우는 것이라고 했다.

이 단체는 건강보험재정과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국내 제약사를 발전시켜보겠다던 정부의 허황된 꿈이 결국 다국적사의 배만 불려주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야기했다며, 이런 약가우대 잔치를 멈추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아예 '7.7약가우대제도'를 폐지하라는 목소리인 것이다.

같은 날 오전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성명에 합류했다. 이 단체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약가정책의 전면수정을 요구한다'는 제목으로 분노한 국내 제약사들의 정서를 담아냈다. 정부정책과 관련해서는 보기 드물게 비판 수위가 높았다.

이 단체는 이번 개정안은 한국 제약산업을 한미FTA의 희생양으로 삼은 비상식적인 결과물이라고 했다. 미국 측 요구에 굴복한 개악이고, 정부 정책이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의지를 말살하는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한 건 아닌 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유감의 정도도 '심대하다'라고 표현했다.

이 단체는 '7.7약가우대제도'를 마련한 건 국내 보건의료에 기여한 신약을 우대해 제약산업의 R&D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국민보건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였다면서, 개정안은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연구개발과 국내임상 등의 조항을 모두 삭제해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더구나 국내 의약품정책 수립에 미국 FDA나 유럽 EMA의 신속심사 승인을 조건으로 삼은 건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제약사들에게 연구개발을 사실상 포기하라고 종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이번 개정안은 전면 수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국적제약사들을 회원사로 둔 글로벌의약산업협회도 같은 날 오후 논평을 냈다. 그런데 이 단체조차 개정안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다. 다만 국내 제약계와 달리 '분노와 개탄'보다는 '유감과 아쉬움'을 전하는 메시지였다. '기대'에 비해 결과가 부족하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 단체가 아쉬움과 유감을 표명한 건 "이번 개정안이 무엇을 위한 우대요건인지 불분명하다"는데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혁신신약 약가우대라는 본제도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비현실적인 조건이며, 글로벌 신약에 대한 차별요소를 없애겠다고 해놓고, 아예 국내외 제약사 모두 해당되는 신약이 거의 없을정도로 관련 규정을 사문화시킬 수 있는 개정안을 내놨다고 했다.

이 단체는 "특히 희귀질환치료제나 항암제로 한정하고 여기에 대체가능한 치료법이 없는 경우로 제한해 사실상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신약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세계 7대 제약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정부목표에 부합되지 않는 우대요건인만큼 의견조회 기간 중 제약계와 추가 논의를 통해 현실적인 조건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했다.

보건시민단체나 제약바이오협회는 다국적사에 더 유리한 제도라고 '역차별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데 반해, 글로벌의약산업협회는 누구도 먹지 못하도록 그림 속으로 '떡'을 집어넣었다고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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