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야 할 '타그리소' 품목요건 진입장벽

지난 주 유한양행은 개발 중인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 레이저티닙(YH25448) 1조4000억 규모의 기술수술 계약을 얀센과 체결했다고 발표해 또 한번 국내 글로벌진출 신약에 대한 희망을 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이 발표한 '7.7약가우대제도' 개정안대로라면 레이저티닙도 앞으로 약가우대를 기대할 수 없다. 더구나 유한의 파트너사인 얀센(존슨앤드존슨)이 대표적인 미국계 다국적사라는 점에 비춰보면 '아이러니'다.

이 개정안을 만들게 한 게 바로 한미FTA 협정에 입각해 약가제도에서 차별적 요소를 제거하라는 미국정부의 요구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12일 히트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개정안은 정확히 시계추를 3년 전으로 돌려놨다"고 했다.

이야기는 단순한다. 정부는 2016년 1월 제약산업육성특별법 제정 등을 계기로 한국을 글로벌 7대 제약강국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하면서 중장기 계획으로 각종 지원책을 내놨다. 이 때는 한미약품이 올리타 등을 포함해 7조원 규모의 잇단 기술수출을 여러 다국적제약사와 성사시킨 이른바 R&D '잭팟'을 터뜨린 직후이기도 했다. 정부가 '제2의 한미약품' 육성 꿈을 키우는 건 너무도 자연스런 일이었다.

그런데 제약계 의견수렴을 해봤더니 국내 약가제도가 국산신약이 해외에 나가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이는 당시 한국이 주로 타깃으로 하고 있었던 중동지역이나 중남미 지역 국가들이 한국의 보험약가를 참조한 영향이었다.

실제 그즈음 글로벌 진출의 기수였던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 신약 카나브가 낮은 약가 때문에 터키 등의 현지진출 계약이 좌초되는 일이 발생했다. 카나브 사례는 한미약품 올리타를 포함해 글로벌 신약을 꿈꾸는 국내 제약사들을 자극했고, 선진국처럼 자국 신약을 지원하기 위한 약가제도 상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정부도 이런 이야기를 귀 담아 듣고 글로벌진출신약에 대한 약가우대를 고민하게 됐는데, 이렇게 나온 게 바로 '7.7약가우대제도'였다.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이 7.7약가제도 3번째 또는 엄밀한 의미에서 2번째 수혜를 받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이 한미 FTA 이행이슈로 내놓은 개정안이 찬물을 끼얹었다.

걸림돌은 ▲새로운 기전 또는 물질 ▲대체가능한 다른 치료법(약제포함) 없음 ▲생존기간의 상당한 연장 등 임상적 유용성 개선 입증 ▲미국 FDA의 획기적의약품지정(BTD) 또는 유럽 EMA의 신속심사(PRIME) 적용 ▲희귀질환치료제 또는 항암제 등 5개 요건을 모두 충족하도록 한 품목요건이다. 

레이저티닙의 경쟁약물은 현재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와 한미약품의 올리타, 2개 품목이 급여목록에 등재돼 있다. 올리타의 경우 신규 투약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레이저티닙이 나올 때는 진입장벽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굳건한 건 타그리소다. 이 신약은 지난해 글로벌에서 1조700여억원어치가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앞으로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데이터만 놓고보면 레이저티닙은 타그리소와 충분히 겨룰만한 상대다.

그런데 정작 한국은 글로벌진출신약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 신약에 약가우대를 해 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FDA의 획기적의약품지정(BTD) 또는 유럽 EMA의 신속심사(PRIME) 적용' 요건은 한국보다 앞서서 미국이나 유럽에서 먼저 허가를 받아오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보다 더 한 건 '대체가능한 다른 치료법(약제포함) 없음' 요건이다. 타그리소가 있기 때문에 레이저티닙은 언감생심 약가우대를 기대할 수 조차 없게 됐다.

제약계 관계자는 "제품화에 성공해야 가능한 얘기이지만, 레이저티닙도 그렇고, '7.7약가우대제도'를 염두에 두고 글로벌에 대한 꿈을 키운 신약후보물질과 회사들이 줄줄이 있다. 이들의 꿈을 날려버릴 것인지, 아니면 개정안을 되돌리거나 대안을 다시 찾을 것인지 정부가 제약산업의 미래를 위해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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