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만료 리피토를 두고 선택한 화이자의 대단한 모험
특허만료 리피토를 두고 선택한 화이자의 대단한 모험
  • 채민정 대표 (바이오마케팅랩)
  • 승인 2019.10.30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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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이나 임상활동 슬그머니 접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1999년 국내 출시돼 21년째를 맞은 리피토는 2009년 특허가 만료되었지만 여전히 고지혈증 치료제 가운데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다. 특허만료 후 제네릭 경쟁과 보험약가 인하에도 불구하고 외래처방액 1위로 역주행한 이런 약물이 지금껏 있었나 싶을 정도로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매출 고공행진의 숨은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특허가 만료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하기로 한 경영진의 대담한 결정이다. 이런 이유가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 있지만, 2009년 당시에는 신약을 가지고 있는 외자사나 국내사들이 특허만료가 되면 마케팅이나 임상활동을 슬그머니 접거나 제한적으로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수십개에 가까운 제네릭이 출시를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결정했다는 자체가 엄청난 결단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다국적사는 투자를 지속하려면 본사를 설득해야 하는데, 특히나 미국에서는 제네릭이 나오면 몇 달 만에 10-20%대로 매출이 고꾸라지기 마련이라 이런 한국의 결정을 지지했다는 것도 대단한 모험인 것이다. 리피토는 특허만료 이후에도 AT-GOAL(2010년)과 AMADEUS(2013년), ROLLER-KOST (Real World of Lipid-Lowering Therapy in Korean Stroke Patients, 2014)등 한국인 대상 세부질환에 대한 대규모 임상시험을 실시하였다.

출시 20여년 넘었지만 화이자는 리피토 임상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두 번째로 무엇보다 어떤 환자에게 스타틴을 치료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전체 고지혈증 시장의 밭을 갈았다는 점에서 지속적 성장의 발판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특히 리피토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임상자료가 많았기 때문에 시장이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1차 선택제로 자리매김 한 것이다. 미국심장협회(AHA)와 미국뇌졸중학회(ASA)가 2011년 발표한 뇌졸중 1차 예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허혈성 뇌졸중 일차예방을 위해 관상동맥질환, 당뇨병과 같은 심혈관계질환 고위험군은 생활습관 개선요법과 함께 국제 콜레스테롤 교육 프로그램 (NCEP III) 가이드라인에 따라 스타틴으로 LDL을 저하시킬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뇌졸중 2차 예방 지침에서 동맥경화에 의한 허혈성 뇌졸중과 일과성 허혈발작이면서 LDL-C 100mg/dl 이상인 환자에게 이상지질혈증 관리를 위해 스타틴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최근 업데이트된 가이드라인들 모두 리피토의 글로벌 임상인 SPARCL(Stroke Prevention by Aggressive Reduction in Cholesterol Levels)이 핵심 근거로 사용되어 리피토가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로 인해 가장 수혜를 받은 제품이 되었다.

세 번째 한국의 특수한 정책이 리피토의 성장을 도왔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사후 약가평가제도가 오리지널과 제너릭 약제간 가격차를 없애 역설적이게도 제너릭과 동일약가인 오리지널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가격 저항이 사라지면서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같은 값이면 제너릭보다 오리지널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매출이 계속 성장중인 리피토는 최근 사용량 약값 연동협상에 따라 약값이 내려가 일부 복제약보다 저렴하게 처방받을 수 있다. 요즘은 다른 오리지널 약제도 리피토 전략을 답습하면서 특허만료가 되더라도 지속적 투자를 하며 매출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약제들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리피토처럼 대규모 임상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리피토 임상을 지속적으로 진행. 

네 번째, 리피토는 스타틴 계열에서 네 번째로 론칭한 약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irst Mover Advantage라는 마케팅 불변의 법칙을 거스르는 약제가 되었다. 후속 제품인 에제티미브 복합제들이 출시되었지만 리피토는 건재하다. 복합제를 처방하는 이유는 단일제로 충분히 치료되지 않는 환자들을 위해서이다. 그런데 리피토는 이미 단일제로 용량에 따른 맞춤치료를 제안하고 있다. 일례로, 제 2형 당뇨병 환자 440명을 대상으로 LDL-C 수치에 따라 리피토 10mg, 20mg, 40mg 으로 ‘환자별 맞춤 치료’를 실시했다. 이런 리피토 메시지가 먹히는 이유는 무엇보다 8만명 이상 다양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400건의 광범위한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거가 완료되었으며,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2억 명 이상의 임상경험이 리피토의 효과 및 안전성 프로파일을 입증하고 있다. 글로벌에서 이렇게 투자한 이유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10대 사인 1위는 허혈성 심질환이고 2위는 뇌졸중이다. 전세계에서 이 두 질환의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unmet needs가 크기 때문에 리피토로 이 두 질환을 예방하는 것을 입증하면 폭발적으로 매출이 늘것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즉, 먼저 시장에 경쟁자들이 있거나 특허가 만료되었더라도 질환의 시장성이 충분히 크다면 눈치볼 일이 전혀없다.

언제까지 리피토의 고공행진이 지속될지 알수는 없지만, 다른 제약사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어 약물의 증거를 지속적으로 수집하여 Evidence Based Medicine이 자리잡으면 하는 바람이다.

채민정 대표.
채민정 대표.

 

**필자소개 : 20년간 마케터로 일하며 다양한 경험과 문제 해결 능력 보유

성균관대학교 약학과 박사과정
연세대학교 경영학 석사
이화여자대학교 소비자인간발달학 학사
한국룬드벡 마케팅이사
한국노바티스 상무
한국화이자 고혈압, 신경병증성 통증치료제 담당
한국릴리 당뇨, 발기부전치료제 담당
이메일 : minjung.chae@biomarketing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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