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넘어서는 인간미 담긴 콘텐츠로 차별화해야 고객 피로감 줄여
내부 디지털 역량 부족하면, 고객들에게 디지털 채널 전하긴 불가능

교육멘토 채민정의 "通"하는 제약 마케팅 <27> 디지털에 무엇을 담을까 

채민정 대표
채민정 대표

여기 저기에서 디지털 마케팅을 한다. 코로나로 인해 고객을 만나지 못하니 더 조바심을 낸다. 그런데 잘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회사는 디지털 채널이 대체할 만한 일을 해왔던가?
 
예를 들어 디지털 채널을 활용한 주된 활동을 살펴보자. 주로 정보 전달이다. 지금까지 고객들이 우리 영업사원들에게 주로 물어보던 것들인가? 아니면,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정보인가? 영업사원들은 알아서 고객들에게 똑같은 정보라도 구미에 맞게 수정해서 전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 디지털 툴은 천편일률적인 정보만 전달한다. 그 정보는 고객들이 원하는 정보인가?

지금까지 영업사원들의 역할에 대해 되짚어보자. 제품이나 질환 정보만 전달했던가? 아니면, 지친 고객들의 말벗이 되어준 적은 없는가? 옆 의원이 새로 생겼는데, 지금 어떤 분이 오셨다는 주변 정보를 제공한 적은 없는가? 이 모든 것들을 디지털 채널이 대체할 수는 없다. 만약 고도의 AI를 장착한 기계가 대체해 줄 수는 있겠지만, 당장 만들 수 있는건 아니다. 

그런데, 지금 마케터들은 한가지만 생각한다. 마치 지금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제품 정보에 고객들이 열광했던 것처럼. 하지만, 그런 정보만 전달한 영업사원은 없다. 진짜 그런 영업사원이 있다면, 그 사람은 디지털 채널이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정보 전달만 해왔다면, 당연히 기계든 인간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기계가 영업사원을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 마케팅을 하는 회사 사이트를 들어가면 다 비슷 비슷한 구성이다. 구인구직, 맛집, 환자교육자료, 약정보, 웨비나, 정부지원연구 등. 천편일률적이다. 

만약, 중식당, 일식당, 양식당이 있다면 중식당내에서 비교하고, 어느 날은 중식, 어느 날은 일식 이렇게 먹게 된다. 그런데, 모든 회사가 중식집만 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렇게 너도 나도 디지털 피로도를 올리고 있다. 

이러다보니, 고객들은 한두개 회사 외에는 들여다보지 않으니, 동일한 포맷의 후발주자들은 애가 탄다. 홈페이지 제작회사만 노가 날 일이다. 이 회사 저회사 옮겨다니며, 만들어 달라는 게 똑같으니 복사와 붙여넣기만 해주면 끝이니 말이다. 그 사이트에 한달에 3명이 들어오든, 10명이 들어오든 상관할 바가 아니다. 애초에 그렇게 될 뻔히 예측 가능한 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누군가가 들어오길 기대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긴 한다. 

우리 회사만의 개성이 없는 사이트, 영업사원과 연계가 없이 온라인 혼자 존버하려고 하는 사이트, 내 얘기만 하는 사이트 등 망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이젠 거꾸로 해보자. 우리 직원들의 디지털 역량을 먼저 채우자. 우리끼리 챗봇을 사용해 보자. 사실 영업사원들이 마케팅에 물어보는 질문은 거의 비슷하다. 그리고, 조금만 찾아보는 되는 질문들도 많다. 그런 것부터 챗봇이든 카카오채널이든 만들어서 실험해 보자. 어차피 영업사원들이 궁금한 것들은 고객들이 물어봐서 알아보려고 하는 것들이다. 이들이 이런 디지털 툴에 익숙해지도록 하자. 만약 영업사원들이 디지털 채널에 자신감이 생기면 고객들에게 전달도 잘 되고 본인들이 이 채널을 활용해서 자료를 적절히 찾고 전달할 수 있으니 나에게 더 이상 전화하지 않아 좋다. 어느 경우든 난 이득이다.  

코로나로 고객들을 만날 수 없고, 디테일을 못해 좌불안석인 거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이 있다. 우리 내부 디지털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면서, 고객들에게 디지털 채널을 전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충분히 어떤 것들이 부족하고 전달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영업사원들부터 충분히 설득시킨 후 고객들을 위한 사이트를 열면 늦어도 가장 빛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 

만약 내부적으로 컨센서스 없이 한두부서가 독단적으로 밀어붙여서 사이트를 만들어서 열게 된다면, 몇 달 후 고생길이 펼쳐질거라는 것쯤은 예측할 수 있다. 여러분들의 회사 생활의 수명 연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디지털 채널 구축과 운영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42.195키로 마라톤이다. 호흡을 길게 하고 조금씩 힘을 비축하면서 시작하고 운영하자. 너무 힘들면 쉬어가도 된다. 조급해만 하지 않으면, 몇 년후 꼭 성공할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은 지금 모든 회사가 비슷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니 너무 억울해 하진 말자. 

채민정 바이오 마케팅 랩 대표

20년간 마케터로 일하며 다양한 경험과 문제 해결 능력 보유
성균관대학교 약학과 박사과정
연세대학교 경영학 석사
이화여자대학교 소비자인간발달학 학사
한국룬드벡 마케팅이사
한국노바티스 상무
한국화이자 고혈압, 신경병증성 통증치료제 담당
한국릴리 당뇨, 발기부전치료제 담당
이메일 : minjung.chae@biomarketing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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