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위와 2위간 파마-파마 신약 공동연구의 어제와 오늘

오픈 이노베이션 시대, 매출 1위 유한양행과 2위 GC녹십자가 19일 희귀질환 고셔병 치료제를 공동으로 연구개발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을 때 제약바이오산업계는 이 '파마-파마의 자발적 협력'에 반색했다.
마흔 다섯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와 예순일곱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는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상호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1967년 창립한 녹십자는 2017년 말 기준 자산 1조5757억원에 매출1조984억원이며, 1926년 출범한 유한양행은 자산 2조946억원에 매출 1조4622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매출 1위와 2위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빅파마'들이다.
NRDO, 개발중심 벤처기업 브릿지바이오 이정규 대표는 "파마-파마, 상위 제약사들간 협력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상징적 협력"이라고 평가했다.
파마가 벤처 파이프라인에 논독들인 연구 협력, 벤처가 파마 파이프라인을 가져다 개발하는 협력, 벤처대 벤처 협력을 넘어 파마와 파마간 협력까지 국내 제약바이오생태계가 오픈 마인드,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유연해 지고 있다.

서울약대 67학번 동문 이종욱과 김원배 의기투합
매출 1위와 2위, 파마-파마간 공동 신약개발연구 협력은 '유한양행과 녹십자 협력' 이전에도 있었다.
1998년 3월9일 동아제약과 유한양행은 골다공증 치료 신약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 협약을 했다. 2001년까지 3년간 각각 50억원씩 100억원을 투자하고 개발이익을 균등하게 공유한다는 '공동연구 협약서'를 교환했다.
골다공증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자 두 회사는 복지부 당뇨특성화 센터 지정을 계기로 당뇨분야로 타깃을 옮겨가며 협력을 이어갔지만, 결국 두 회사는 예상대로 되지 않아 협력을 종료했다. 동아제약 2003년 매출은 4929억원, 유한양행은 3065억원으로 1, 2위였다. 이 때 동아는 항암제, 위염치료제를 개발 중이었고, 유한은 간장질환치료제와 위궤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었다.
두 회사가 R&D 협력에 나선 것은 요즘처럼 오픈 이노베이션이 활발하지 않은 시대적 상황에서 눈 밝은 두 연구소장의 의기투합에서 비롯됐다.
당시 이종욱 유한양행 연구소장(현 대웅제약 고문)은 유한 단독의 신약개발은 쉽지 않겠다 싶어 동아제약 측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었으나, 성사되지 못하다 서울약대 67학번 동기생인 김원배 동문이 연구소장으로 부임하는 계기로 뜻을 합쳤다. 부족한 연구비와 연구인력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것이었다.
역할도 분담했다. 약리 등 기초연구에 강한 동아제약과 유기합성능력 및 신약후보 도출 능력이 뛰어난 유한양행이 손잡으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두 연구소장은 판단, 회사를 설득했다. 이에 따라 유충식 동아제약 사장과 김선진 유한양행 사장은 1998년 3월9일 웨스틴 조선호텔에 제휴 협약을 위해 나타났다.
공동연구를 발의했던 연구소장이 다른 곳으로 옮긴데다가, 가시적 성과가 지지부진하면서 두 회사의 의기투합은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파마-파마간 공동 연구 협력은 대략 20년 잠복기를 거쳐 바이오토양이 폭신폭신해 지자 '유한양행-녹십자 협력'의 묘목으로 다시 싹을 틔웠다.
이번 파마-파마간 협력은 1998년 첫 협력 모델과 달리 신약 타깃이 고셔병으로 명료한데다 다양한 협력의 모델이 개발된 시점이라는 점, 연구자들의 협력 마인드가 훨씬 개방적이라는 점에서 더나은 결과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