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과학적 검증, 규제당국 엄격한 평가 절차 필수
대한약사회가 한미약품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젯(성분 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원료 변경 논란과 관련해 환자 안전과 의약품 품질을 최우선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이 원가 절감을 이유로 로수젯 원료를 중국산 원료 변경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약사회는 5일 입장문을 통해 "의약품 원료 변경은 단순한 경영 판단이나 비용 절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건강과 의약품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제약사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환자 안전이 최우선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동일 성분의 원료의약품이라 하더라도 제조 환경과 생산 공정, 품질관리 수준 등에 따라 실제 의약품의 품질과 안전성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약사회는 "원료 제조 과정에서의 공정 관리, 불순물 관리 체계, 품질검증 시스템 등이 각 제조사마다 상이하기 때문에 단순히 성분명이 동일하다는 이유만으로 품질과 안전성을 동일하게 보장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료 변경은 단순한 공급처 변경이 아니라 의약품의 치료 효과와 환자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충분한 과학적 검증과 규제당국의 엄격한 평가를 전제로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약사회는 과거 사례를 들어 원료 관리의 중요성을 환기했다. 약사회는 "2018년 발생한 발사르탄 원료 불순물 사태 당시 일부 해외 원료에서 발암 가능 물질이 검출되면서 대규모 의약품 회수와 처방 변경이 발생했고 환자와 의료현장 모두 큰 혼란을 겪었다"며 "이 사건은 원료의약품의 제조 공정 관리와 품질 관리 체계가 의약품 안전성 확보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또한 대한약사회는 의약품 원료 선택과 품질 관리는 일반적인 기업 경영 판단과 동일한 기준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한약사회는 "의약품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제품인 만큼 품질관리 책임자와 약사 등 전문가의 과학적 판단이 존중돼야 한다"며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경영상 효율성 논리가 이를 앞서는 상황은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료 공급망 안정성 문제도 언급했다.
약사회는 "특정 국가나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국제 정세 변화나 생산 차질 등에 따라 의약품 수급 불안정이 발생할 수 있다"며 "원료의약품 산업은 의약품 공급 안정성과 국가 보건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기반인 만큼 원료 변경과 같은 사안은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약사회는 한미약품이 원료 변경과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철저한 품질 및 안전성 검증을 전제로 의사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약사회는 "불순물 관리 체계를 포함한 제조 공정 전반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약사사회와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사결정 원칙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논란은 한미약품그룹 내부 갈등 과정에서 촉발됐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경영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신 회장이 원가 절감을 이유로 로수젯 원료를 중국산 원료 변경하도록 지시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로수젯은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결합한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로, 한미약품의 대표적인 주력 품목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해당 제품의 처방 매출은 약 2279억원을 기록하며 회사의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