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칼럼니트스 '서안'의 'AI를 압도하는 내면 경쟁력' 을 읽고
의료 현장은 언제나 최신 지식과 빠른 판단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환자를 만나는 일은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진료실 옆 서재>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의사가 잠시 멈춰 서서 사람을 이해하는 힘, 진료의 태도,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 고정 코너입니다. 매호 한 권의 교양 도서를 선정해, 의사의 시선에서 읽고 해석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편집자>
진료실 문을 나서면 수많은 데이터와 기술이 우리를 둘러싼다. AI는 이미 영상 판독과 예후 예측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고, 의료 현장에서도 인공지능 기반 의사결정 보조시스템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그렇다면 의사의 역할은 무엇으로 남게 될까?"
이헌주의 'AI를 압도하는 내면 경쟁력'은 이 질문에 기술적인 해답을 내놓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AI가 빠르게 확장되는 시대일수록 우리가 다시 붙잡아야 할 '인간다움'의 본질을 차분히 되짚는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의사라는 직업에 유독 깊게 스며든다.
저자는 오늘날 사회를 이렇게 말한다. 우리 삶에는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마이크는 넘쳐나지만, 그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존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이 문장은 진료실 풍경과 겹친다. 환자는 자신의 증상뿐 아니라, 그 증상이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말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바쁜 외래 일정과 과잉된 정보 속에서 그 이야기는 종종 축약되거나 생략된다.
AI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확률을 제시할 수 있지만, 그 삶을 직접 살아본 존재가 아니기에 삶에 대해 말할 수는 없다. 의사의 진료는 결국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을 함께 바라보는 행위다.
시간은 언제나 미래를 향해 흐른다. 되돌릴 수 없기에 우리는 늘 앞을 본다. 그러나 지나치게 현실적인 목적지만을 향해 달리다 보면, 과정의 의미를 잃기 쉽다. 의학은 정답을 제시할 수 있지만,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책 정보
도서명: 'AI를 압도하는 내면 경쟁력'
저자: 이헌주
출판사: 라이프앤페이지
초판 발행: 2025년 6월 2일
ISBN: 979-11-91462-35-7
저자 소개 (요약)
이헌주 교수는 연세대학교 미래융합연구원 소속 연구자로, 인공지능과 심리학의 융합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 주체성, 삶의 방향성을 탐구해온 심리 전문가다. 상담심리 및 임상 경험을 토대로 기술 중심 사회에서 인간다움의 의미를 조명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환자의 증상 이면에는 언제나 욕구가 있다. 통증 뒤에는 두려움이 있고, 불안 뒤에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환자를 치료한다는 것은 질병만을 다루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의 욕구와 상처를 함께 바라보는 일이다.
회복은 언제나 직선이 아니다. 좌절과 후퇴, 다시 시도하는 시간을 거친다. 행복은 고통을 제거한 상태가 아니라, 고통을 포함한 삶 전체를 감당해내는 힘이다.
기술은 발전할수록 정교해지지만, 환자가 마지막으로 찾는 것은 여전히 사람이다.
『AI를 압도하는 내면 경쟁력』은 의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기술을 두려워하지 말고, 당신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더 깊이 하라고.
놓치기 아까운 책
이 책을 읽은 독자에게 권합니다
질병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구조의 결과로 바라보는 사회역학의 시선. 환자의 증상 너머에 놓인 삶의 조건과 맥락을 이해하고자 하는 의사에게 권한다.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이 끝내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의미'임을 증명한 고전. 치료의 한계를 마주하는 순간에도 환자와 삶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싶은 의사에게 적합하다.
타인의 기대와 역할 속에서 희미해진 ‘나다움’을 회복하는 에세이. 번아웃 이전에 자신의 경계와 욕구를 점검하고 싶은 의료진에게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