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약품, 독립운동사부터 최초 특허 등록 상표까지 '한눈에' 전시

동화약품이 서울시 중구 순화동 신사옥을 준공하면서 회사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기념관을 열었다. 1897년 처음 순화동에 자리잡은 동화약방 표석은 물론 자료, 영상 기록물이 가득한 '동화 라운지'다. 히트뉴스 취재진이 대한민국 제약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념관을 다녀왔다.
동화약품의 신사옥명은 '빌딩1897'이다. 회사의 창립연도 1897년을 기념한 것으로 동화약품은 1996년 한국기네스협회로부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제약회사로 인정받았다.
신사옥은 연면적 1만5821㎡(4785평) 규모로 지하 5층, 지상 16층으로 구성됐다. 2022년 11월 21일 착공해 2025년 7월 15일 준공됐다.

30일 오전 10시경 '빌딩1897'에 도착했을 당시 커다란 부채표꼴 모양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짙은 회색 디자인바탕에 동화약품의 '부채꼴' 로고가 있었다. 그 밑 나무들도 부채꼴이었다.
입구에는 'DONGWHA1897 LOUNGE’라고 쓰인 간판이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오른편에는 카페, 왼편에는 전시관이 있었다.

전시의 스토리는 '생명을 살리는 물, 세상을 향한 좋은 바람'라는 제목과 함께 "1897년 9월 25일, 노천 민병호는 질병의 고통에서 민중을 구호하겠다는 뜻을 품고 아들 민강과 함께 이곳 순화동 5번지에 동화약방을 열었다"라는 글귀로 시작됐다.
이어 "동화약방은 대한민국 제약 산업이 태동한 현장이자 국내 최초의 신약 활명수의 고향"이라며 "동화는 제약보국 신념으로 누구나 의약품의 적절한 사용법을 읽고 활용하도록 한글 설명서(용약보감)를 배포했고 일제 강점기 시절에도 만주로 진출해 안동약방을 설립했다"고 덧붙였다.

전시관에서는 100년 동안 보존된 수많은 사료와 자료들의 향연이 이어졌다. 1897년 대한민국 최초의 신약 '활명수'와 '동화약방 용약보감' 도 눈길을 끌었다.

주목할만한 대목은 동화약방이 대한민국 기업 최초로 1909년 특허국에 처음 등록한 '환약'과 '백응' 상표등록증도 전시됐다는 점이다. 동화약방은 그 이후 활명수 14종의 상표를 등록했다.

상표등록증 옆 동화약방의 창업주이자 독립운동가 '민강'의 초상화가 있었다.
동화약품은 "민강 초대 사장은 민족기업가이자 독립운동가"라며 "동화약방을 상하이 임시정부의 연락 거점 연통부로 활용하고 활명수의 수익금을 독립자금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1931년 민강 사장은 건강 악화로 타계한 이후, 1937년 보당 윤창식이 동화약방을 인수했다.
회사는 "보당 역시 신간회와 보린회를 통해 민족을 도왔다"며 "보당은 동화를 인수한 뒤 곧바로 사규를 재정비했으며 중일전쟁과 태평양 전쟁으로 기업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만주의 안동 지점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1938년 설립된 동화약방 만주국 안동(지금의 단둥시) 지점은 1942년부터 현지 공장을 세워 활명수를 비롯한 제품들을 생산해 동포들에게 공급했다. '만주국 활명수 상표등록 증명서'와 '만주국 안동 수입허가 신청존안' 관련 사료는 이를 보여주는 사료였다.

특히 안동약방에서는 우리나라 제1호 여성 약사 장금산이 관리약사로 발탁돼 1945년까지 근무했는데 그의 생생한 사진도 전시됐다.

해방 이후 동화약방은 '동화약품 공업주식회사'로 사명을 바꾸고 생산라인을 정비했다. 1965년 순화동에 제1공장, 이듬해 2공장을 지었다.

전시관에서는 1965년에 제1공장과 제2공장의 노동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전시관의 중간 지점을 지나자 1973년 동화약품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설립한 희귀약품 센터 관련 영상도 등장했다. 파킨슨병, 한센병, 백혈병 치료제와 해독제, 수술 관련 약품을 갖추고 1970년대 말 정부가 희귀약품센터를 맡을 때까지 계속됐다.

까스활명수(1967), 상처 치료제 '후시딘'(1980년), 종합감기약 '판콜'(1968년) 등의 광고 모습 사진도 전시됐다. 알프스-디의 스포츠 광고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동화약품이 개발한 세계 최초 간암 치료용 방사성 의약품 '밀리칸 주'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동화약품은 2001년 7월 국산 신약 3호 '밀리칸주'의 임상3상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밀리칸은 세계 최초의 간암치료용 방사성의약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렇듯 '동화 라운지'는 한 기업의 연혁을 넘어 대한민국 제약 산업의 시작과 성장, 그리고 시대의 굴곡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에서 나와 순화동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누구나 129년의 시간 속에서 생명과 산업 그리고 역사가 어떻게 축적돼 왔는지를 한눈에 마주할 수 있었다. 과거의 유물, 현재의 성취와 미래가 공존하는 이곳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 제약 산업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현장이었다.
추운 겨울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실 겸 서대문역에 있는 동화라운지를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