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약가제도 개편 좌표 맞추기 '지금이 골든타임'

약가 개편을 둘러싼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재정 지속가능성'을, 업계는 '산업 기반 붕괴'를 말한다. 국회가 공론의 장을 마련해 이해관계 완충을 시도하고 있지만, 간극을 좁히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말하는 약가제도 개편은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과제다. 인구 고령화로 약제비가 매년 증가해 건보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기등재 의약품 가격은 손을 대지 않을 수 없는 영역이 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간 자국산업 보호 관점에서 높은 약가를 유지했던 제네릭 산업의 우산을 이제는 걷을 때가 됐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여기서 나온 절감 재정을 희귀질환 치료제와 신약 접근성 강화라는 새로운 정책 목표에 투입하겠다는 계산이다. 

산업이 느끼는 위기감은 가볍지 않다. 제네릭 중심 기업일수록 충격은 크고 직접적이다. 약가 조정이 단순한 '재정 절감' 수단으로 인식될 때 산업과 연결 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업계는 가장 우려하고 있다. 고환율, 고금리가 장기화되며 대외 경제 환경이 일제히 '마이너스'를 가리키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제네릭'을 통한 수익 기반마저 약화될 경우 R&D 투자 유인, 품질 경쟁, 공급 안정성 강화로 이어지는 '투자 지렛대'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런 가운데 시간은 정부 편으로 빠르게 흐르고 있다. 정부는 상반기, 기업의 R&D 투입·성과지표를 중심으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를 손질하고 7월에는 제네릭 산정률을 개편할 계획이다. 산업계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의 강경 기조에 '이미 정해진 싸움을 하는 것 아니냐'는 허탈감이 번진다.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는 이유는 목표의 차이보다 소통의 괴리에 가까워 보인다. 정부는 11.28 약가 개편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업계 의견과 관계부처 입장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강조했지만, 업계는 사전 조율 없이 갑작스럽게 전달된 통보로 받아들이고 있다.  

물러섬이 없는 대치에 국회의 고민도 깊다. 약가는 재정, 산업, 환자 접근성을 동시에 조율해야 하는 정책 도구이자 시장 주제 간 신뢰를 상징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 프리픽

최근 약가개편 토론회를 주최한 이언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제약산업은 단순한 시장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전략 산업이자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연구개발과 혁신에 투자하는 기업이 정당하게 평가받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제약산업이 R&D 투자 규모, 제조 혁신 역량, 원료의약품 자급도, 전문 인력과 디지털 인프라 등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약가정책은 산업 경쟁력 제고와 의약품 공급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산업 전환을 전략적으로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행위별 수가제와 민간 중심 공급체계에서 의료이용량과 의약품 처방량을 통제하기 어렵고 제네릭 난립과 비효율적 산업 구조가 고착돼 왔기 때문에 구조전환을 미룰 수 없다"면서도 "정부 약가 개편안은 단순히 건강보험 재정절감을 목표로 설계되어선 안되며, 개편안이 정책 목표를 실제로 달성할 수 있는지 충분한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약가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복지부 김연숙 보험약제과장은 이날 "지금이 산업체질을 바꿀 골든타임"이라며 "약가 개편으로 업계가 우려하는 매출 손실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제네릭 중심 구조를 넘어 글로벌 신약강국으로 가는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정책적 명분에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문제는 속도와 경로다. 충분한 설명 없이 반복되는 '체질 개선'이라는 말은 개혁의 방향이 아닌 정책적 압력으로도 들릴 수 있다. 

규제는 시장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한 번 어긋난 좌표는 되돌리기 어렵다. 정책을 관철하는 강경한 어조보다 산업에 명확한 '시그널'을 주기 위한 영향 평가와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정부가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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