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김인호 교수 인터뷰

"환자는 '편안한 치료' 최우선으로 생각 …의료진과 공동 의사결정 중요"
"바벤시오 유지요법, 치료 효과와 삶의 질을 모두 고려한 치료 가능"

머크(Merck KGaA)는 지난 20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진행성 방광암 1차 치료의 개인화: 환자 관리 최적화(Individualizing first-line treatment in advanced bladder cancer: Fine-tuning patient care)'를 주제로 새틀라이트 심포지엄(Satellite Symposium)을 개최했다. / 사진=황재선 기자

'바벤시오(성분 아벨루맙)' 요로상피암 1차 유지요법을 통해 환자 부담은 줄이고, 생존 기간 연장을 기대할 수 있는 '환자 맞춤형 관리'가 가능해졌다는 글로벌 임상의들의 의견이 공유됐다.

머크(Merck KGaA)는 지난 20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진행성 방광암 1차 치료의 개인화: 환자 관리 최적화(Individualizing first-line treatment in advanced bladder cancer: Fine-tuning patient care)'를 주제로 새틀라이트 심포지엄(Satellite Symposium)을 열고, 글로벌 임상의들의 연구 결과와 치료제 사용 경험을 공유했다.

특히 바벤시오 1차 유지요법을 사용한 5000명의 누적 실사용데이터(RWD)와 요로상피암 치료 환경에서 환자 참여와 공유 의사결정이 중요성에 대한 심도 있는 발표 및 토론이 이어졌다.

RWD 분석 결과, 바벤시오 1차 유지요법 이후 ADC로 2차 치료를 받은 환자의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이 1차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시작을 기준으로 2년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동안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에 효과를 보인 환자의 기대 여명은 12~15개월 수준에 그쳤었다. 

더불어 치료 성적에 주력하는 의사들과 달리, 환자들은 '편안한 치료'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설문 결과가 소개됐다. 과거 바벤시오 주요 임상시험에서 참가자들이 아무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과 비슷한 수준의 삶의질을 느끼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함께 공유되면서, 바벤시오 유지요법이 환자들이 선호하는 기준에 부합할 수 있는 치료법이라는 데 무게를 실었다.

히트뉴스는 ESMO 현장에서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김인호 교수를 만나, 이번 심포지엄의 주요 메시지와 실제 현장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바벤시오 유지요법의 임상적 가치를 들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의료진은 '치료 성적'을, 환자들은 '편안한 치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메시지가 화두였습니다. 치료 현장에서도 이러한 인식 차이가 존재하나요?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김인호 교수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김인호 교수

"실제로 의료진들은 대체로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리는 데에 초점을 두는 반면, 환자분들은 임상 현장에서 편안한 치료 옵션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요로상피세포암뿐 아니라 다른 암종에서도 공통적입니다. 과거 여러 연구에서 치료 접근에 대한 환자 선호도와 의사 판단 간 인식차이가 확인된 바 있습니다. 

생존기간이 크게 다르지 않는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조금 더 편안한 치료를 선택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어떤 치료를 선택할지는 여전히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고, 정해진 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컨디션이 좋지 않은 환자에게 이상반응 부담이 큰 치료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질문은 언제나 남아있습니다."

 

그만큼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치료 방향을 논의하는 '공동 의사결정'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앞으로 의료진과 환자가 공동 의사결정(Shared Decision-Making)을 내리는 과정은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실제 임상에서 고령 환자들이 ‘힘든 치료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분들에게는 치료 효과 못지않게 치료 과정의 편안함과 일상 유지가 중요한 가치가 됩니다. 

이번 ESMO 심포지엄에서 엔더슨 암센터의 엔리케 그란데 교수가 고령이거나 환자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게 면역항암제 단독요법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질문했는데, 환자 입장에서 면역항암제로 치료를 받으면 편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개인적으로 면역항암제 단독으로 요로상피세포암 치료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있지만, 바벤시오의 ‘DISCUS 연구처럼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을 짧게만 사용해도 충분하다는 근거가 제시된 만큼, 환자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초반 2~3개월 정도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을 사용하는 시기에만 환자의 컨디션을 잘 관리한다면, 이후 바벤시오 유지요법 단계에서 환자들이 유의미한 생존 개선과, 편안한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요로상피암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제를 선택할 때 어떤 기준을 고려하나요?

"요로상피세포암의 경우, 70대 이상 고령층의 환자가 많은 질환입니다. 과거에는 80대 환자에게 항암 치료를 거의 시행하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80대 초반 환자분들도 항암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요로상피세포암의 치료 전략을 수립할 때는 환자의 선호도나 연령, 병기뿐 아니라 질병의 진행 속도, 전이 양상, 환자의 선호도를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다만 고령 환자가 많은 질환 특성상, 해당 연령대에 맞는 치료 목표를 설정하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령 환자는 생존 기간을 몇 달이라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얼마나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가 역시 중요한 가치입니다. 즉 단순히 오래 사는 것 뿐만 아니라, 여명을 편안하고 품위 있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치료의 또 다른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질병이 비교적 완만하게 진행되는 경우나, 폐나 림프절에만 전이가 있는 경우에는 치료 선택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게 됩니다. 이 유형의 환자군은 과거에도 백금기반 화학항암요법과 면역항암제 조합에 잘 반응하는 경향이 있었고, 한 번 반응을 보이면 치료 효과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백금기반 화학항암요법 이후 바벤시오 유지요법으로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치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반면, 젊고 치료 의지가 강한 환자이거나, 질병이 매우 공격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라면 상황이 다릅니다. 이런 경우에는 백금기반 화학항암요법, 항체약물접합체(ADC) 등을 포함해 어떤 치료가 더 효과적일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최근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이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항암화학요법+바벤시오 유지요법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파드셉(성분 엔포투맙 베도틴) 병용요법은 백금기반 항암치료 없이 요로상피세포암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기전의 옵션입니다. 초기 임상 데이터 공개 당시 사망 위험 감소 측면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실제 임상시험에서도 수치상으로 우수한 결과를 보이고 있으나, 연구에서 확인한 데이터를 실제 임상 현장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 이유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전신 상태가 양호한 경우가 많은 반면, 실제 임상에서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환자 비중이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종양이 매우 공격적이거나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선택하겠지만, 간이나 림프절에만 전이가 있는 환자처럼 상대적으로 질병의 조절이 가능한 상황의 환자라면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과 바벤시오 유지요법의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바벤시오는 임상시험과 실사용데이터(RWD)가 거의 일관된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굉장히 드문 일입니다. 이 특성 덕분에, 의료진들이 환자 치료에 대한 신뢰와 확신을 가지고 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항암화학요법을 3주기만 시행해도, 바벤시오 유지요법 치료 성적에 차이가 없다는 'DISCUS' 연구 결과도 소개됐습니다. 어떤 임상적 혜택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현재 국내에서 급여 기준에 맞춰 4~6주기간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이 시행된 후, 반응한 환자에 한해 바벤시오 요법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의 최적 주기는 의료진 사이에서 꾸준히 논의돼 오던 주제입니다. 과거에는 이에 대한 전향적 근거가 부족했지만, 바벤시오 주요 임상인 'JAVELINE Bladder 100' 연구를 통해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을 꼭 6주기까지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경험을 통해 생긴 것 같습니다.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도 환자의 컨디션과 부작용 부담을 고려해 4주기 정도까지만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도 그 기준을 명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점에서 DISCUS 연구가 임상 현장에 주는 의미는 분명합니다.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을 장기간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환자에게 불필요한 항암 부작용 부담을 줄이면서도 바벤시오 유지요법을 통해 장기 치료 효과와 삶의 질(QoL)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환자 중심적 측면에서 '치료 효과와 삶의 질을 모두 고려한 치료'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합니다."

 

향후 국내 급여 기준에 해당 변화가 적용될 여지가 있을까요?

"아쉽게도 탐색적 2상 임상인 DISCUS 연구의 한계로, 급여 기준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힘들듯 합니다.

다만 제 경험상 실제로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을 3주기로 시행하든 4주기로 시행하든 효과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향후 임상적 근거를 더욱 축적한 후 논의를 확장해야 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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