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학사분과학회, 23일 신약개발 40년 조망

약학과 제약산업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약학계 리더들이 심포지엄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약학과 제약산업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약학계 리더들이 심포지엄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역사를 통해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를 살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믿는 약학계 리더들이 신약개발 40년의 개별화된 사실들을 통합해 설명하고, AI 신약개발 전문가를 초정해 미래의 신약개발 방향성을 전망하는 심포지엄을 열었다.
 
한국약학의 역사적인 편린마저 놓치지 않고 고증하며 기록하고 있는 대한약학회 약학사분과학회(회장 김진웅, 명예회장 심창구)는 23일 오후 2시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신약개발 패러다임의 전환 : 역사적 조망과 미래'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역사와 관련해 지금까지 개최한 심포지엄은 23회에 이른다.

국내 최초 FDA 신약 '팩티브 개발 과정의 일원'이었던 김애리 차의과학대학교 약학대학 초빙교수(임상약학대학원장)는 심포지엄에서 국내 제약산업 신약개발 40년 발자취를 따라가며 주요 변곡점을 소개하며 "국내 신약개발 역량은 국내 신약에서 글로벌 진출까지 확장됐다"고 조망했다.

김 교수가 인용한 제약산업학 4개정판(2025)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신약이 잉태돼 탄생하기까지 제도적 모멘텀과 산업계의 질적 변화가 있었다. 제도적 측면에서 ①1977년 KGMP(우수의약품제조기준) 도입 ②1987년 7월 물질특허제도 도입 ③2002년 IND(임상시험계획서제출) ④2014년 PIC/s(의약품상호실사기구) ⑤2016년 11월 ICH(국제조화회의) 가입 등이 있다.

산업은 환경에 맞춰 △1960~70년대 완제ㆍ원료 국산화 △1980년대 신공정 개발 △1990년대 신약개발 초기 △2000년대 신약개발 본격화 △2010년대 글로벌 신약 창출 △2020년대 신약 글로벌 시장 창출로 질적인 변화를 거듭했다.

국내 개발 신약 1호는 1987년 생명과학분야에 진출한 SK케미칼이 1999년 7월 14일 시판 허가를 받은 항암제 선플라(주)였으며, 가장 최근 허가 받은 40호는 턱밑 지방 개선 치료 적응증의 메디톡스 '뉴비쥬주'다. 김 교수는 "SK케미칼은 '1세대 항암제 시스플라틴의 부작용을 낮추고 2세대 항암제 카보플라틴의 효과는 보완하는 개념'으로 선플라를 BIC(Best in Class)로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동화약품이 2001년 7월 7일 시판 허가를 받은 국내 신약 3호, 방사성의약품 밀리칸(주)와 관련해 김 교수는 "밀리칸(주)는 당시 병원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한 상황에서 시대를 앞서 나온 것같다"고 평가했다.

김애리 차의과학대학교 약학대학 초빙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김 교수 발표 때 심현주 전북대 약학대학교수가 좌장을 맡았는데, 동아제약에 근무했던 심 교수는 김애리 교수가 천연물신약 스티렌 도 언급해 주면 좋았을텐데라고 말하자 좌중이 웃었다. 청중 가운데는 스티렌 원개발자인 이은방 전 서울대천연물과학연구소 교수도 자리했다.
김애리 차의과학대학교 약학대학 초빙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김 교수 발표 때 심현주 전북대 약학대학교수가 좌장을 맡았는데, 동아제약에 근무했던 심 교수는 김애리 교수가 천연물신약 스티렌 도 언급해 주면 좋았을텐데라고 말하자 좌중이 웃었다. 청중 가운데는 스티렌 원개발자인 이은방 전 서울대천연물과학연구소 교수도 자리했다.

1991년 연구개발에 착수해 2003년 4월 FDA 신약 시판 허가를 받은 팩티브와 관련한 주요 마일스톤을 설명한 김 교수는 "팩티브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LG화학에 이른바 '팩티브 이펙트'를 남겼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LG화학은 이로부터 △글로벌신약 사업개발 역량 확보 △글로벌 제약사와 FDA의 실사 경험 △글로벌 신약개발 과제관리, SOP, 허가자료 문서화를 경험했다"고 평가했다. 제노스코 고종성 대표의 제미글립틴 허가와 해외 진출, 레이저티닙 개발도 팩티브 이펙트의 긍정적 산물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신약개발 40년의 원동력은 △우수한 R&D 인력 △글로벌 마인드 학습 △산학연관 협력 △정부 R&D 지원 및 정책지원이었다고 분석한 김 교수는 BIC(Best in Class) 신약개발을 거쳐 새로운 모달리티, 플랫폼 기술, 인공지능 기발 신약개발 등의 FIC(First in Class) 신약개발로 빠르게 이행되고 있다고 봤다. 그런만큼 바이오벤처 생태계에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도 조언했다.

이영미 유한양행 부사장은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개발과 성공사례를 통한 제안'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최근 글로벌 제약산업은 블록버스터 신약 중심의 개발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고 있으며, 기술과 자본, 데이터 중심의 R&D 전략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한국 제약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혁신 전략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통상 블록버스터는 연간 매출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인 약물을 말하는데, 국내 시장에서는 연간 매출 100억원 이상이면 블록버스터라 부르기도 한다.        

'글로벌 제약산업이 블록버스터 약물에 열광하는 이유'와 관련해 이 부사장은 상위 20개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36개 블록버스터 약물이 총매출의 70% 비중을 차지하고 최근 승인된 4개 약물이 총매출의 28%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록버스터 약물은 제약사의 매출 기여도가 압도적으로 높다"면서 "블록버스터의 압도적인 매출은 매출이 작은 약물의 손실을 메꿔주고, 높은 위험도의 신약 개발을 지속할 수 있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약학대학생들이 입학 당시 연구, 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다가 졸업 무렵 변심을 한다"면서 "우리나라 신약개발 단계가 많이 높아져 연구개발 분야에 기회가 많은데, 이 같은 사실을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 영감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걱정스러운 충고를 했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나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차 의과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2020년부터 노보렉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손우성 대표는 '분자에서 데이터로, AI가 정의하는 신약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손 대표는 "인공지능(AI)과 자동화는 과학 방법론과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촉진하며, 단순한 연구개발(R&D) 가속화 도구를 넘어 신약개발의 구조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면서 "가설 생성부터 후보물질 발굴, 임상시험 설계, 심지어 원고 준비에 이르기까지 연구의 전과정을 자동화함으로써 AI는 과학적 발견의 속도와 규모를 재정의하고 있다"고 했다.

손 대표는 "한국제약산업이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려면 파편화된 분자중심의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협력적인 데이터 중심의 생태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글로벌 파트너십과 M&A를 통한 개방형 혁신을 수용해 외부기술과 데이터를 흡수하는 한편 AI의 예측을 신속하게 검증할 수 있는 전문가를 확보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대한약학회 학술대회라는 점에 주목해 손 대표는 "학계는 전통적인 지식 전달 방식을 넘어서 산업계와 긴밀히 협력해 AI 기반 신약개발, 실제 데이터를 활용한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AI 윤리 및 연구 재현성에 대한 이해를 갖춘 현장 실무형 '데이터 약사'를 양성하는 혁신적인 교육 과정을 개발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김진웅 회장은 심포지엄에 앞선 인사에서 "우리나라 신약개발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변화의 흐름 속에서 미래의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의미있는 자리"라며 "신약개발의 역사적 뿌리에서부터 첨단기술이 여는 미래까지 다양한 과점이 어우러지는 학문적 축제의 장"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교수로 연구와 교육에 열정적이었던 심창구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는 정년 무렵부터 약학사분과학회 산파 역할을 수행하는 등 약학 및 제약사의 토대를 구축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수로 연구와 교육에 열정적이었던 심창구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는 정년 무렵부터 약학사분과학회 산파 역할을 수행하는 등 약학 및 제약사의 토대를 구축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대한약학회 약학사분과학회는 2018년 12월 20일 창간된 '약학사회지'를 비롯해 총 8권을 발간해 한국 최초의 약대학장, 한국 약사제도의 변천, 신약개발과 약학대학 연구비의 역사 등 사료를 발굴하고 검증한 기록을 차곡차곡 싣고 있다. 

정년 퇴임에 근접했거나 정년 퇴임한 교수와 공공기관 전 기관장 등 한 시대를 이끈 약학 및 제약계 거물들의 참여가 많은 약학사분과학회는 1915년 6월 12일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약학 교육기관인 조선약학강습소가 개소하며 한국 약학의 첫걸음이 시작된 이후 역사적 행적들을 꾸준히 추적, 검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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