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파마 컨퍼런스서 나온 미국과 캐나다의 고민
좋은 데이터+인프라 구축+전문가 협력 있어야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AI가 산업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하지만 정작 AI활용을 가속화하는 미국 등 해외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한국도 알고 있다. 데이터의 질과 속도, 비용의 문제라는 것을 말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25일 개최한 'AI파마 코리아 컨퍼런스 2025'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캐나다와 미국의 사례가 나왔다. 이들 사례의 핵심은 빠른 속도와 정확성을 함께 갖추려는 '다듬기'의 필요성으로 정리된다. 그리고 결국 답은 뭐든지 '모여야 한다'였다.

속도 향상, 비용 줄이고, 데이터 질은 높인다

캐나다 토론토대는 왜 '자율 연구실' 꾸렸나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조셉 브라운 박사 연구진은 신약개발 실험실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자율 구동형 연구실' 모델을 소개했다. 브라운 박사에 따르면 SDL은 설계·합성·실험·분석의 전 과정을 AI와 로봇이 자동으로 반복 수행하도록 구축된 플랫폼이다. 기존 신약개발 과정이 수많은 연구원들의 수작업과 시행착오로 이루어졌다면 SDL은 이 모든 과정을 자동화하고 지능화하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SDL은 속도뿐만 아닌 AI가 생성한 데이터를 다시 모델로 환류시켜 예측 정밀도를 극대화하는 순환 구조까지 만드는 것이 목표다. 즉각적 피드백을 통해 AI 모델의 학습 능력을 지속적으로 꾸준히 높이면서 궁극적으로 신약개발의 고질적인 문제인 높은 실패율을 낮추기 위한 발판이 되겠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질량분석기를 활용해 정제 과정 없이 단백질 결합력을 측정하는 '직접 생물학'(Direct Biology) 접근법을 도입해 실험 단계를 간소화하고 데이터 획득 속도를 높이도록 했다. 전통적인 개발에서 정제 과정 속도를 줄이고 비용도 감축하는 동시에 신속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조셉 브라운 박사
조셉 브라운 박사

여기에 나노스케일 합성을 통해 고비용 빌딩블록(Building Blocks) 활용도 눈에 띈다. 연구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다양한 물질을 탐색할 수 있도록 세팅했다. 시약의 양은 줄어들고 효율적인 시험이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다중 조직 오가노이드(Organoid) 기반 임상 예측 강화를 통해 실제 인체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약물의 효능과 독성을 평가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는 자연히 임상 성공률 향상으로 이어진다.

브라운 박사는 SDL을 2030년까지 전 세계 연구자들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연구소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과 함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생물학적 접근 방식의 혁신을 통합해 신약개발의 효율성과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팀 월버그 CPO
팀 월버그 CPO

 

수십년 논문, 한땀한땀 데이터로 꾸렸다

의료기관+IT까지 맞물린 CAS의 개발 프로젝트

미국화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 산하 기관인 CAS의 팀 월버그 CPO는 여기에 AI 자체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학회의 노력을 전했다. 'Science-Smart AI'로 불리는 프로젝트다.

월버그 CPO는 먼저 AI가 데이터가 풍부한 영역, 예를 들어 G단백질 연결 수용체(GPCR)와 같은 잘 연구된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지만 자료가 부족하거나 상충하는 경우 예측 신뢰도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적은 양의 데이터라도 과학적으로 정제하고 구조화된 세트가 정확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CAS는 이를 위해 1500여명의 박사급 전문가들이 모아놓은 수십년 간의 과학문헌을 직접 큐레이션해 현존 최대 규모의 과학 지식 관련 데이터셋을 구축했다. 단순한 데이터베이스가 아닌 화학 물질, 반응, 속성 간의 복잡한 관계를 AI가 이해하고 추론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화된 지식 체계를 만든 것이다.

CAS가 수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바로 유수의 의료기관인 클리블랜드 클리닉 그리고 IT기업인 IBM과 손을 잡은 알츠하이머 연구다. CAS가 구축한 '과학 지식 그래프'라 불리는 데이터셋을 바탕으로 의료기관은 전문성을, IBM은 양자컴퓨팅을, CAS는 콘텐츠 및 데이터 전문성을 통해 타깃 물질에 나서고 있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

'기반 개선' 절실히 느낀 AI 선진국의 자구책

AI를 먼저 활용한 영미권이 기존의 체계를 다듬는 배경에는 AI 신약개발의 딜레마가 숨어있다.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가 AI의 혁신적인 능력에 기댔지만 정작 현재까지 AI 기반 신약 후보 물질은 2·3상의 벽에서 가로막혔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것이 데이터의 품질, 일관성의 부족, AI를 활용하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속도 그리고 전문성있는 주체라는 '인프라' 개선을 절감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 설명이다.

두 사례는 결국 단순 알고리즘의 도입이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없다는, '해보고 나서 느낀' 문제점의 개선책인 셈이다.  AI 업계가 쉬이 말하는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이기도 하다.

월버그 CPO는 "AI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를 '성공의 삼각형'이라고 한다"며 "도메인 전문가(제약회사, 과학자 등), 기술 및 알고리즘 개발자,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이터 전문가 세 주체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CAS는 클리블랜드 클리닉 및 IBM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 모델을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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