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델비·엔허투 병용요법, 화학요법 대체 가능성 입증
'ADC + 면역항암제' 조합에 쏠리는 시선

항암 치료의 '첫 번째 선택지'가 바뀔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항암치료의 시작점으로 여겨졌던 화학요법이 밀려나고, 항체약물접합체(ADC, Antibody-Drug Conjugate)가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1일(미국 현지시각) 발표된 두 건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는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 병용요법은 HER2 양성 유방암에서, 길리어드의 '트로델비(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칸)' 병용요법은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에서 기존 1차 치료 기준을 유의하게 넘어서며, 조기 전체생존율(OS) 또한 기존 화합요법 대비 개선하는 경향을 보였다. 

두 치료제 모두 기존의 화학요법+타깃 치료 또는 화학요법+면역항암제 병용 대비 무진행 생존기간(PFS)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향상을 보였다. 일관된 하위분석 결과, 조기 생존율 향상까지 나타났다는 점에서 단순한 치료 옵션의 확장이 아닌, 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임상 성공은 곧바로 시장 평가에 반영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주요 제약사들이 ADC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텍을 전략적 인수 대상으로 삼는 가운데, 투자업계는 '화학요법의 대체 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보고 ADC 기술을 판단하고 있다. 기술의 고도화뿐 아니라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을 통한 지속효과(duration) 극대화 전략까지 더해지며, 향후 다양한 암종에서 ADC 기반 조합치료가 치료표준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HER2 치료 10년 기준 흔든 엔허투 병용요법

엔허투는 HER2 단백질을 표적하는 항체에 항암 작용을 유도하는 TOP I 억제제(DXd, exatecan 유도체)를 결합한 ADC다. 기존의 '트라스투주맙' 기반 치료제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에서 널리 사용돼 왔지만, 치료 효과가 점차 제한적이며 내성도 빠르게 발생한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특히 2012년 'CLEOPATRA' 임상 이후 'THP 요법(탁세인 + 트라스투주맙 + 퍼투주맙)'은 10년 이상 1차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왔다.

이번 'DESTINY-Breast09'는 이러한 기존 표준요법과 직접 비교를 통해 우월성을 입증한 첫 번째 3상 임상이다. 전 세계 115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연구는 환자를 세 군으로 나누어 각각 엔허투 단독, 엔허투와 퍼투주맙 병용, 기존 THP 요법을 투여한 뒤 결과를 비교했다. 중간 분석 결과, 병용군은 독립중앙심사 기준 무진행 생존기간(PFS)에서 THP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도 의미 있는 개선을 보였으며, 모든 사전 정의된 하위군에서 일관된 효과를 나타냈다.

PFS 개선 효과는 호르몬 수용체(HR) 상태, PIK3CA 유전자 돌연변이 유무, 초기 전이 여부 등과 무관하게 유지됐으며, 일부 환자군에서는 병용군의 효과가 특히 두드러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전체 생존기간(OS)은 아직 분석이 완료되지 않았으나, 병용군에서 생존률 향상을 시사하는 초기 경향이 포착돼 후속 결과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엔허투는 다이이찌산쿄의 독자적인 링커 기술을 기반으로 설계되어 약물 방출 제어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까지 HER2 양성, HER2 low, HER2 변이 폐암, HER2 양성 위암 등 다양한 고형암으로 적응증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번 1차 치료 진입 임상에서의 성과는 엔허투의 개발 여정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전환점으로, HER2 치료 전략의 중심축이 '화학요법 기반 HER2 억제'에서 'ADC 기반 병용 치료'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연구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했다는 차원을 넘어,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에서 항체와 화학요법 병용이 필수라는 기존 치료 패러다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수잔 갈브레이스(Susan Galbraith)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암 R&D 부문 부사장은 "이번 결과는 10년 넘는 기간 동안 사용돼 온 기존 1차 치료 대비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전반에 걸쳐 우월한 효과를 보여준 최초의 사례로, 환자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엔허투+퍼투주맙 병용이 새로운 1차 치료 옵션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로델비 + 키트루다 병용, mTNBC 치료 첫 성공 사례

삼중음성유방암(mTNBC)은 유방암 중 가장 치료가 어려운 유형으로,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HER2 모두에 음성이다. 이는 곧 현재 사용 가능한 대부분의 표적 치료제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뜻이며, 전통적으로 화학요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암종이었다. 게다가 전이성 mTNBC 환자는 5년 생존율이 12%에 불과하며, 1차 치료 이후 절반 이상의 환자가 질병 진행이나 전신 상태 악화로 인해 후속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길리어드는 이러한 의료적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TROP-2 표적 ADC인 트로델비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병용하는 전략을 'ASCENT-04/KEYNOTE-D19' 임상으로 시험했다. 이 임상은 HER2 음성이면서 PD-L1 발현(CPS ≥10)이 확인된 44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트로델비+키트루다 병용군과 화학요법+키트루다 병용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비교했다.

그 결과, 트로델비 병용군은 독립중앙심사(BICR) 기준으로 기존 치료군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고 임상적으로도 설득력 있는 무진행 생존기간 개선을 달성했다. 전체 생존율은 아직 분석 시점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병용군에서 조기 향상 추세가 나타났고, 반응률(ORR), 반응 지속기간(DOR), 환자 보고결과(PRO)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이어졌다.

트로델비는 항체가 TROP-2 항원을 인식해 암세포에 결합한 후, 링커가 분해되며 세포독성 약물 SN-38을 방출한다. 이때 암세포뿐 아니라 주변 미세환경까지 영향을 미치는 '바이 스탠더 효과(bystander effect)'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작용기전은 면역항암제 병용 시 면역 반응을 보조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으며, 실제 임상에서도 시너지 가능성이 관찰됐다.

디트마 베르거(Dietmar Berger) 길리어드 최고 의학 책임자는 "이번 연구는 항체약물접합체와 면역항암제 병용이 전이성 유방암의 초기 치료 단계에서 갖는 혁신적 가능성을 처음으로 입증한 결과"라며 "치료가 어려운 암종에서 새로운 치료 경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길리어드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트로델비+키트루다 병용요법에 대한 1차 치료 적응증 승인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후속 임상으로, PD-L1 음성 또는 면역항암제 비적응 환자를 대상으로 한 ASCENT-03, 조기 TNBC 환자를 대상으로 한 'ASCENT-05', H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위한 'ASCENT-07' 등을 통해 적응증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폐암, 난소암, 자궁경부암 등 TROP-2 발현률이 높은 고형암에서도 트로델비 기반 병용 전략의 가능성이 활발히 검토되고 있다.

 

"1차 치료 진입이 관건… ADC 밸류, 임상 성패에 달렸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업계는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한 벤처캐피털 심사역은 "트로델비, 엔허투, 엔포투맙 베도틴 사례를 보면, 항체약물접합체(ADC)가 점차 1차 치료제로 진입하고 있으며, 기존 화학요법을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ADC 기술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이유도, 장기적으로 화학요법 전체를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ADC는 약효 지속기간이 짧다는 기술적 한계를 안고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면역관문억제제(ICI) 등 병용 전략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독요법도 특정 암종에선 의미 있지만, 병용에서 시너지가 입증된 만큼 앞으로는 병용 중심의 전략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라고도 평가했다. 그는 "이미 시장 기대는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이며 향후 임상 성과가 밸류 유지의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심사역은 "최근 항암 치료는 초기부터 강하게 질병을 조절하려는 전략이 중시되고 있으며, ADC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1차 치료 진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암종에서 동일한 전략이 적용되긴 어렵기 때문에, 병용 약물 조합이나 적응증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엔허투는 현재 HER2 초저발현 환자까지 적응증 확대를 시도 중이며, 직접 비교(head-to-head) 임상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주요 암종에서 1차 치료 옵션으로 자리잡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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