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 자체보다 '왜 그런지'와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깊이를 더하며' 지속적으로 기술이전(L/O)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올해 1분기만 알테오젠, 올릭스, 지놈앤컴퍼니 등이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반면, 한올바이오파마와 티움바이오처럼 기술반환 소식을 알린 기업은 한때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고,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기술이전은 '성공', 기술반환은 '실패'라는 이분법적 시각이 강하다.

그러나 실제 기술이전 계약 구조와 반환 배경을 들여다보면, 이 같은 이분법적 해석은 과도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마일스톤 기반의 계약은 본질적으로 '조건부 성공'을 전제로 하며, 글로벌 제약사의 전략 변화, 개발 중 우선순위 조정, 사업성 평가 변경 등 다양한 사유로 계약이 해지될 수 있기 때문인데, 오히려 최근에는 기술반환 자체보다 그 이후의 대응 전략이 기업의 진짜 역량을 보여주는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반환, 마냥 부정적으로 볼 필요 없어"

기술반환은 개발 실패로만 해석할 일은 아니다. 기업 내부의 가치 평가나 포트폴리오 조정 결과일 수도 있으며, 오히려 반환을 통해 원개발사가 다시 선택권을 갖는 경우도 적지 않다. A사의 사업개발(BD) 부문 전문가는 "기술반환이 악재로만 여겨지는 경우가 많지만, 권리를 회수해 자산을 재정비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한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가장 일반적인 기술반환의 원인은 임상이나 개발 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경우다. 이때 파트너사는 내부적으로 해당 자산의 리스크/수익 비율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전략적 이유로 개발을 중단하게 된다. 특히 항암제처럼 임상 1상 성공률이 50~60% 수준에 그치는 분야에서는 반환이 드문 일이 아니다. BD 전문가는 "개발 단계마다 성공률을 곱하는 구조인 만큼, 최종 상업화까지 가는 기술은 소수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는 다른 유형의 전략적 기술반환도 존재한다. 일부 글로벌 제약사는 경쟁 제품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유망 후보물질을 도입한 뒤 실제 개발은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오리지널 약물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경쟁 후보를 사들여 시장에서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기술 싹 자르기' 전략이다. BD 전문가는 "이 경우 원개발사가 가치를 실현하려면, 조기에 권리를 회수하고 상품 가치를 보존해야 한다"며 "실제로 소송이나 중재를 통해 반환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올바이오파마의 사례는 이러한 능동적 대응의 대표적 예다. 자가면역질환 항체치료제 '바토클리맙(HL161)'은 2017년 중국 하버바이오메드(Harbour BioMed)에 기술이전되었으나, 수년간 주요 적응증 개발이 지연됐다. 한올은 파트너사가 계약상 의무인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노력(Commercially reasonable effort)’을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 절차를 통해 계약 해지를 추진하며 기술권 회복에 나섰다. 반환이 기업의 전략적 선택이었음에도, 반환 공시 직후 주가는 하락했다. '기술반환'이라는 단어 자체가 시장에 부정적으로 인식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BD 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오히려 바람직한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파트너가 기술을 확보한 채 개발을 지연하고 있다면, 특허 만료 전에 권리를 회수해 다시 개발 가능한 상태로 돌려놓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상품 가치 보존 차원에서, 반환은 필요한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티움바이오의 기술반환은 성격이 달랐다. 이탈리아 키에지(Chiesi Farmaceutici)에 기술이전된 호흡기 질환 치료제 'NCE401'은 2018년 계약 이후 6년이 지나도록 신규 유도체 후보조차 발굴되지 못했다. 사실상 개발이 장기 지연된 끝에, 키에지는 권리 반환을 통보했고 계약은 종료됐다. BD 전문가는 "이 정도 기간 동안 개발 진척이 없었다면 실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반환 사유가 명확한 만큼, 시장의 평가는 비교적 일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술반환은 단순한 실패로 해석하기 어려운 경우도 존재한다. 반환의 배경과 맥락에 따라, 전략적 회수일 수도 있고 권리 보호 조치일 수도 있다. 결국 기술반환은 그 소식 자체만으로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기 어렵다. 

 

"속출하는 사례들, 어쩌면 당연...중요한 것은 대응 준비"

B사의 벤처캐피털(VC) 심사역도 비슷한 입장을 내보였다. 그는 "마일스톤 베이스의 기술거래는 본질적으로 불완전한 구조"라며, "임상 등의 과정을 거치며 기술 검증이 반복되기 때문에 언제든 반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이전 성공 사례가 늘어난 만큼, 반환 사례 또한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시장 유동성 확대와 거래 건수 급증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술반환이 반드시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반환 이후 다른 주인을 만나 성공하거나, 적응증을 재설정해 개발이 이어지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며, "반환 사유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이후 어떤 전략을 취했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응 전략에 대해서도 그는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반환의 원인이 데이터 자체일 수도 있지만, 포트폴리오 조정, 경쟁 환경 변화, 마케팅 전략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기술의 사업성과 데이터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적응증 개발 가능성이나 수요 기업의 니즈를 미리 파악해두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면, 반환은 다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전략 변경으로 재수출한 사례도 있어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이전 이후의 '관리 전략'이다. 단기 실적 중심의 파트너십은 기술의 생명력을 오히려 단축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반환이 발생했을 때, 적응증 전환 가능성을 검토하고, 후속 기술이전을 위한 재정비에 신속히 나서는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반환을 '결말'이 아닌 '조정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기술사업화의 다음 단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기술반환 이후 다시 기회를 만든 사례도 적지 않다. 유한양행은 2009년 엔솔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 후보물질 'YH14618(SB-01, 레메디스크)'을 도입해 국내에서 임상 2b상까지 진행했으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해 개발을 중단한 바 있다. 이후 미국 바이오텍 스파인바이오파마(SpineBioPharma)에 기술이전되었고, 해당 회사는 2018년 개발 권리를 확보한 뒤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3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으며 임상을 재개했다. 국내에서는 좌초된 파이프라인이 해외에서 다시 개발 동력을 얻은 사례다.

한미약품의 경우 비만·당뇨 복합 치료제 'HM12525A'를 2015년 얀센(Janssen)에 기술수출했지만, 2019년 얀센이 내부 기준에 따른 개발 중단을 결정하면서 권리를 반환했다. 그러나 1년 뒤인 2020년, 한미약품은 이 물질을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해 머크(MSD)에 재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얀센에게는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자산이 MSD에게는 전략적으로 의미 있는 후보물질로 재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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