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로라 새비지' 영국 리즈 티칭 병원 NHS 트러스트 교수

유럽 화농성 한선염 재단, 1차 치료 가이드라인에 코센틱스 포함
화농성 한선염, 질환정보 부족·의료진 오진 등으로 진단 방랑 잦아
코센틱스, 이전 생물학적 제제 투여·병변 유형 상관 없이 유의미한 효과

유럽 화농성 한선염 재단(EHSF)의 올해 화농성 한선염(Hidradenitis Suppurativa·HS)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 내용에 '코센틱스(성분 세쿠키누맙)'가 1차 생물학적 제제로 추가되면서 기존 보다 더 많은 환자들에 조기 처방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화농성 한선염은 통증을 동반한 염증성 결절, 악취가 나는 농양, 누관(터널)의 병변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영구적인 흉터를 남기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특히 엉덩이, 사타구니, 겨드랑이와 같이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자주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다.

사진=대한여드름주사학회
사진=대한여드름주사학회

문제는 이 질환으로 인한 종기는 염증 또는 농양으로 이어져 악화되고 터지기도 하며, 민감한 부위에 영구적인 흉터를 남기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에 환자의 일상생활을 비롯해 사회적·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비 환자 대비 화농성 한선염 환자의 우울증 발생율은 2.54배, 불안장애 발생율은 2배 높았으며, 자살율은 일반인 대비 2.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화농성 한선염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 제제로 코센틱스가 있다. 염증성 면역질환과 관련된 인터루킨 17A(IL-17A)를 직접 타깃해 사이토카인 등 염증 촉진 물질 방출을 억제해 농양과 흉터를 감소시킨다.

화농성 한선염은 헐리체계(Hurley staging system)를 기준으로 중등도가 정해져 왔다. 경증(Grade 1) 환자는 농양 터널이나 흉터 없이 하나 또는 여러 개의 농양이 나타나며, 중등증(Grade 2) 환자는 여러 개의 농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농루관 및 흉터가 나타난다. 가장 증상이 심한 중증(Grade 3) 환자는 중등증 환자에서 나타난 병변들이 악화돼 이들끼리 광범위하게 연결되고, 흉터와 궤양이 발생한다.

코센틱스는 전신 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중등도에서 중증 화농성 한선염 환자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돼 있다. 다만, 그동안 EADV 등 주요 학회에서 아달리무맙(오리지널 제품명 휴미라)만을 생물학적 제제 중 1차 치료제로 권고해 코센틱스는 조기 사용이 제한돼 왔다. 그러던 중 EADV에서 올해 코센틱스를 화농성 한선염 1차 치료제로 추가 권고하고, 항생제와 생물학적 제제를 같은 선상에서 고려할 수 있는 EHSF의 개정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히트뉴스는 국내에 앞서 화농성 한선염 치료에 코센틱스를 사용해 왔던 '로라 새비지(Laura Savage)' 영국 리즈 티칭 병원 NHS 트러스트(Leeds Teaching Hospitals NHS Trust) 교수를 만나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 내용과 근거가 된 주요 임상 결과, 그리고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치료 환경 개선 방안 등을 들어봤다. 

 

 로라 새비지(Laura Savage) 교수 

소속
영국 리즈 티칭 병원 NHS 트러스트 피부과

주요 경력
건선 및 건선성 관절염 연구 그룹(GRAPPA) 운영 위원
GRAPPA 가이드라인 공동 저자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 TF 초청 멤버
영국 의학 피부과 학회 위원

 

화농성 한선염은 통증을 비롯해 사회적·정신적으로 고통을 겪는 질환이다. 실제 환자들이 겪는 부담은 어떤가요?

"전세계적으로 화농성 한선염은 약 1%의 유병률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되지만, 실제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그 중에서도 약 10%에 불과합니다.

그 이유는 다양한데 많은 환자들이 본인이 화농성 한선염인지, 치료가 가능한 지, 치료가 어떻게 이뤄지는 지 등 그리고 병변이 발생하는 부위로 인해 수치심을 느껴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화농성 한선염 환자들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통증'입니다. 병원에 내원하는 많은 환자들은 의료진에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통증이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이는 가족과 직장 동료 등 주변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환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활동 제약, 농포에서의 악취, 대인 관계 문제 등도 큰 문제입니다. 더불어 높은 동반질환 발병률을 보이는데, 전체 환자의 1/3이 우울증 등 정신과적 질환을 동반하고 있고, 대사성 증후군과 당뇨, 심혈관질환, 염증성 장질환의 위험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화농성 한선염'은 진단 방랑이 잦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요?

"화농성 한선염은 진단까지 5~10년이 소요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질환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환자들이 어떤 진료 병원으로 가야할 지 몰라 외과, 성형외과, 산부인과, 소화기내과 등을 전전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진료 과정에서 오진되거나 진단 실패로 질환명을 전달받지 못하기도 합니다.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왔다 하더라도 해당 의료진이 질환에 대한 적절한 경험과 지식이 있어야 진단이 가능한데, 피부과 전문의 외에 다른 과에서는 아직까지 이 질환에 대한 경험이나 정보가 제한적인 게 현실입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영국 리즈 티칭 병원의 경우, 다른 진료과 또는 주변의 다른 병원들과 협력해 다학제적 팀을 구성하거나, 질문지를 배부해 지난 6개월 간 여러 신체 부위에 농양이나 종기가 발생한 환자가 있었는지, 이런 환자의 경우 화농성 한선염으로 의심해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EADV '유럽 화농성 한선염 재단(EHSF)' 가이드라인에 코센틱스가 화농성 한선염 1차 생물학적 제제로 추가됐습니다.

"그동안 화농성 한선염 치료로 적응증을 허가 받은 생물학적 치료제는 아달리무맙이 유일했습니다. 최근 아달리무맙 이후 8년 만에 새로운 화농성 한선염 치료 생물학적 제제로 코센틱스가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화농성 한선염은 헐리체계 등을 기준으로 중증도가 구분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병변의 면적이 크지 않은 환자들도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5곳 정도의 병변을 보이는 경증 환자가, 새로운 가이드라인 하에서는 중등증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중등도-중증 환자의 생물학적 제제 사용에 앞서 12주간 선제 돼야 하는 항생제 투약 기간 또한 감축돼 환자들이 적절한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조기에 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은 코센틱스 대상 임상인 'SUNNY' 연구를 근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결과를 소개해주세요. 

SUNNY 연구 HiSCR 달성률 결과 / 사진=한국노바티스
SUNNY 연구 HiSCR 달성률 결과 / 사진=한국노바티스

"코센틱스의 3상 임상인 SUNNY(SUNSHINE, SUNRISE) 연구에서 2주 간격, 4주 간격으로 코센틱스를 투약한 결과, 투여 주기 간 유의한 차이는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치료 1년(52주차) 시점에 일차유효성평가변수인 'HiSCR 50 달성률'은 SUNSHINE 연구에서 2주 및 4주 투여군 각각 56.4%, 56.3%, SUNRISE 연구에서는 2주 및 4주 투여군 각각 65.0%, 62.2%로 나타났습니다. HISCR 50 달성률은 기존과 비교해 농양 수 또는 배액 누공(draining tunnel)의 증가 없이 농양 및 염증성 결절 수의  50% 이상 감소 달성한 환자 비율을 말합니다.

병변 유형에 따라 HiSCR 달성률을 살펴본 하위 분석 결과, 염증성 결절이 1개 이상 있는 환자에서 치료 1년 시점의 HiSCR 50 달성률은 4주 투여군에서 74.4%, 2주 투여군에서 78.1%로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치료가 보다 까다로운 농루관이 최소 한개 이상인 환자에서 1년 시점 HiSCR 50 달성률은 4주 간격 투약군에서 54.8%, 2주 간격 투약군에서는 58.4%로 나타났습니다.

더불어 환자들의 삶의 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인 통증의 경우, 코센틱스 투여군에서 최소 30% 이상 통증 감소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기존 아달리무맙을 투여한 환자에서 효과도 주목된다. 

이전 투약 여부에 따라 효과가 다를 것으로 판단하시나요? 

"아직 화농성 한선염 환자를 대상으로 과거 생물학적 제제 투약 이력에 따른 치료 반응 차이를 평가한 데이터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근거 기반으로 답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SUNNY 임상에 참여한 1084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이 중 255명(23.5%)은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한 경험이 있었고, 위약군 및 829명(76.5%)은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한 경험이 없는 환자들이었습니다. 

생물학적 제제 사용 경험이 있는 환자에서 치료 16주차의 HiSCR 달성률은 코센틱스를 2주마다 투약한 그룹이 37.0%, 4주마다 투약한 그룹이 38.8%, 위약군이 27.3%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생물학적 제제 사용 경험이 없는 환자들에서는 코센틱스 2주간격 투여군이 45.6%, 4주간격 투여군이 45.4%, 위약군이 34.2%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반응은 52주차까지 지속되었으며, 안전성 측면에서는 두 그룹 간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 연구 결과와 생물학적 제제 치료 이력이 없는 환자만을 대상으로 진행된 휴미라의 'PIONEER' 임상 연구를 살펴봤을 때, 치료 반응률은 거의 유사하게 나오는 경향이 보입니다. 다만 직접 비교(Head-to-Head) 임상이 아니기에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습니다.

만약 추가적인 분석을 진행한다면, 어떤 약제가 더 우위에 있는지 판단할 수 있겠지만 아직 구체적인 데이터는 없습니다. 즉, 실질적으로 각국의 치료 환경과 급여 승인 여부가 어떤 생물학적 제제를 먼저 사용할 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에서 코센틱스가 화농성 한선염 치료로 급여등재되지 않았다. 영국은 어떤 기준에서 이를 사용하고 있나요?

"영국에서는 화농성 한선염의 치료 목적으로 생물학적 제제를 투약하기 위해서 질환 진단 후 약 12주의 기간 동안 경구 항생제 또는 리팜피신이나 클린다마이신 등과 같은 항생제 병용요법을 선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최소 5개의 염증성 결절이 있을 때 중등증으로 분류돼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을 충족하게 됩니다. 

영국 의료 시스템은 특징적으로 화농성 한선염을 포함한 일부 피부 질환에 대해 생물학적 제제를 처방할 수 있는 전문 센터가 지정돼 있습니다. 이 이유로 환자들은 코센틱스와 같은 생물학적 제제를 처방 받기 위해 지정된 병원을 찾아가야 하는 고충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영국의 피부과 전문의들이 정부에 지속적으로 이의제기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화농성 한선염은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각 이해관계자별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화농성 한선염은 100명 중 1명 꼴로 발병할 수 있는 질환으로, 적지 않은 환자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자신의 질환을 제대로 인지하고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이 매우 적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환자, 보건의료 전문가 모두의 동참이 필요합니다.

먼저, 환자 입장에서는 화농성 한선염이 '치료를 받아야하는 질환'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질환이 만성화되거나 악화되기 전, 발병 초기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젊은 세대에서의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합니다. 

한국에서도 유명 가수가 화농성 한선염 투병을 고백하면서 많이 알려졌다고 하셨는데, 요즘 대중들은 소셜미디어(SNS)를 많이 사용하는 세대인만큼 유명인이 나서 질환에 대한 경험을 공유해준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질환을 알게 되고, 병원을 찾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제약사 입장에서도 환우회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지난 수년 간, 여러 염증성 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들이 진행돼 왔습니다. 이를 통해 환자들은 질환 진단과 치료 과정에 대해 알게 되고,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제를 처방 받을 수 있는 단계에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설명했던 내용을 한 번 더 반복하자면, 보건의료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필요합니다. 환자들의 증상을 통해 질환을 의심하고 적절한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이는 피부과 전문의 외에도 화농성 한선염 환자들이 찾아갈 수 있는 모든 진료과를 대상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코센틱스는 작년 12월 국내에서 화농성 한선염 적응증을 획득했다. 처방을 고려하는 국내 의료진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코센틱스는 여러 면역 매개성 질환에 대해 훌륭한 전적을 쌓아온 효과적인 치료제입니다. 전 세계에서 연간 100만명의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고, 이들의 데이터 및 주요 임상 연구를 통해 다양한 특성을 가진 환자에서 유의미한 안전성과 유효성 그리고 내약성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건선, 화농성 한선염 환자를 비롯한 다양한 면역 매개성 질환에서 신속하고 일관적인 효과를 체감했습니다. 한국의 의료진에도 코센틱스가 환자들을 이들 질환으로부터 자유롭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우수한 치료제라고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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