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제약 |
청렴경영 붐 이후 10여년, 여전한 실효성 논란

한 주동안 나온 보도자료를 통해 약업계 전반의 분위기를 함께 짚어보는 이주의 주간제약 시간입니다. 매주 그렇지만 주간제약 코너가 일주일 중 가장 머리를 많이 쓰며 작성하는 글입니다. 말만 들으면 편하게 나올 듯 하지만 하나의 내용을 통해 생각을 쭉쭉 펼치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번거롭고 어렵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최근 이 코너를 꾸준히 읽어주시면서 피드백을 주신 한 홍보팀 관계자의 말이 머리에 남은 만큼 어쩌면 민감하고 어쩌면 흥미로운, 그도 아니면 묵혀져 있지만 말하지 않는 이야기를 다루는 데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주 보도자료 중 영감을 얻은 소재는, 제약사들이라면 2년에 한 번은 보낸다는 바로 'ISO 37001'입니다. 일단은 이번주에 온 ISO 관련 자료를 짧게 소개합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6년 연속으로 국제표준 부패방지경영시스템(ISO 37001) 사후심사 적합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 2019년 ISO 37001 최초 인증을 받은 후 매해 사후심사를 진행해 왔으며, 지난해 시스템 운영에 대한 개선 및 적합성을 인정받아 재인증을 획득했다. (중략) 한올바이오파마는 청렴한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대표이사 직속의 윤리경영 전담조직을 설립하고 제도 개선 및 익명제보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내부통합시스템을 구축 및 운영하고 있다.
이번 사후심사 통과를 계기로 한올은 부패방지경영시스템 정착을 위한 자동화 준법감시 시스템 구축 등 사전 리스크 진단과 점검을 위한 조직 내부 감시 시스템을 강화할 계획이다.
안국약품은 한국준법진흥원(KCI)에서 지난 8월 26일부터 27일까지 실시한 국제표준 부패방지 경영시스템(ISO37001) 및 규범준수 경영시스템(ISO37301)의 통합 갱신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ISO 37001, 37301 갱신 심사는 최초 인증 후, 시스템 운영의 점검 및 향상을 위해 1년 단위로 2년간 사후관리 심사를 받고, 최초 심사로부터 3년이 경과되면 실시하게 되는데 최초 인증시보다 관리시스템이 고도화 됐는지 여부도 평가를 받게 된다. 경부적합이 1건 이상이면 인증이 보류가 되며 중부적합이 확인되면 인증이 취소될 수 있다.
안국약품은 2018년 11월 ISO 37001 최초 인증을 받은 이후 2021년 12월 국내 제약사 최초로 ISO 37001, 37301 통합인증을 획득했고, 2022년 11월과 23년 8월에 통합 사후관리심사를 통과한바 있어서 사실상 제약업계 최초의 ISO37001, 37301 통합 갱신 심사를 통과했다. 또한 제반 법률 준수와 부패방지를 위해 전사적인 교육 뿐만 아니라, CP 홈페이지, 내부신고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ISO 37001, 37301 인증 및 도입에만 그치지 않고, 임직원들의 윤리의식 내재화와 회사 내부의 리스크 예방 체계를 더욱 점검 및 개선해 회사의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간략히 ISO 37001을 설명하면 세계적인 표준을 정하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지정한 반부패경영체계를 이야기합니다. 이를 위해 회사는 이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를 확인하고 그 업무의 중요도를 정해 어떤 조직이 회사의 사업계획의 어떤 부분에 이를 적용할 것인지를 정합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부패위험을 가진 요소를 확인해 대응하고 평가한 뒤 정기적인 평가를 진행합니다. 그 다음 그 평가 및 개선사항과 관련된 문서를 만들어 보관해야 하지요. 말만 들으면 어렵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부패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 막고 반성하고 다시 시행하는 과정인 셈입니다.
제약업계에서는 ISO 37001을 비롯한 반부패 관련 표준 가이드라인이 투명한 제약업계를 만든다는 데 동의한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실제 2021년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한국투명성기구와 함께 제약업계 임직원 4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회사의 청렴 수준은 ISO 37001을 도입한 기업이 회사 청렴 수준 5점 만점 기준 4.34점으로 당시 도입추진 중인 회사(4.29점), 미도입 회사(3.89점)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교육과 위험성 평가 등의 프로그램 참가가 영향을 끼쳤다. 또 임원 및 간부, 동료직원의 반부패의 태도 등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설명입니다.
제약업계에서 이같은 ISO 37001이 시작된 계기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제약협회(현 제약바이오협회)의 수장을 맡았던 이경호 제20대 회장 임기때부터 본격적인 붐이 일었다라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입니다. 이 때 상황을 한 번 살짝 짚어보겠습니다.
이경호 회장이 취임 이후 내세웠던 가치 중 하나는 유통질서의 문란함을 막자는 것이었습니다. 의약분업 이후 이어지던 의약품 유통의 불투명 속에 의료기관 1원 낙찰 등을 비롯해 문제들이 터져나왔는데 당시 제약협회는 한국의약품유통협회와 함께 성명을 발표하고 투명화를 위해 특단의 제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해행위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두 협회의 대응은 적극적이었고 이같은 흐름이 ISO 37001의 인증으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기준 ISO 37001 인증을 받은 곳은 총 70곳입니다. 전체 기업이 290곳에 달한다는 점에서 적게 느껴지지만 아직 바이오기업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약기업만으로 한정되기에 비중은 더욱 늘어납니다. 즉 국민들 사이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는 기업은 받을 만큼 받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약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인증의 실효성 문제는 여전합니다. ISO 인증을 받는다고 이같은 행위가 사라졌느냐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2022년 10월 2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제약 및 의료기기 분야 리베이트 사건 통보 가이드라인' 관련 보도자료에는 공정위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불법리베이트로 제약 및 의료기기 분야에서 리베이트 관련 처리건수는 14건에 달했습니다. 이 중 2017년 녹원메디칼 등 의료기기를 제외하면 절대다수가 의약품 제조업체입니다. 물론 그 해 행동이 적발된 경우가 적다고 하지만 이 회장 재임 당시 벌어졌던 일이 절대다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업계의 노력을 일부 회사가 무색케 하는 행동이라는 평가였습니다.
이같은 ISO 37001 인증 역시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부패에서 자유롭다'는 인식을 주는 사실상의 면죄부라는 평가였습니다. 이는 인증제도 자체를 두고 시민사회단체 등이 문제로 제기하고 있는 지점에서 그 평가의 근거를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 각종 인증과 관련 심사원의 개별 영업행위나 허위기록 작성, 심사반 구성위반 문제 등을 지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이같은 노력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결국 구성원보다 경영에 필요한 요소가 매뉴얼에 맞춰 정착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자체가 오너십이 강한 곳이 많고 절차 외 '오더'가 많은 이상 부패 가능성이 있는 행위 자체를 아예 '룰대로' 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는 최근 불고 있는 업계의 ESG 경영과 맞물립니다. 이 역시 '그린 워싱' 등의 실효성 이슈가 나오고 있는 것도 판박이입니다. 업계의 노력을 무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제약사도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에도 동의합니다. 그럼에도 실효성을 채우기 위해 개별 기업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비판 역시 피할 수 없습니다.
국내 제약사에서 CP 분야를 담당했었던 한 인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ISO 37001과 더 강도높은 37301 등이 국내 기업에게 끼친 영향을 부인할 수는 없는데요, 업계를 둘러싼 처벌 규정과 규제 변화 등의 영향이 더 컸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제약사들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같은 이슈가 나오는 게 이런 이유거든요. (중략) 제일 좋은 방법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행동에 오너십이나 개인의 일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겁니다. 처벌이 무서워서가 아닌, 처음부터 할 수 없는 환경 자체를 만들지 않으면 이런(ISO 인증 실효성 등의) 이슈가, 아마도 이렇게 계속 기사화되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