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재팬 2024 | 3일차를 맞은 기업에게 물었습니다
일본 상륙을 위한 관계자들의 '공략법'
① 대학부터 공략하라 ② 길게 '네트워크' 쌓아라 ③입맛에 맞는 '메뉴'를 내놓으라

<히트뉴스>는 한국 기업에게 '미지의 시장'이나 다름없는 일본 헬스케어 생태계에서 성공 가능성이 있는지 2023 바이오재팬을 통해 중점적으로 담았습니다. 그리고 2024 바이오재팬에서는 한국어가 제법 도 들립니다. 한 발 더 나아가보려 합니다. 우리 기업이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일본의 플레이어에게서 '공략법'을 들어봅니다.
기업을 노리지 마라
진짜 싸움은 '학교'부터다
국내외 관계자에게 들은 첫 이야기는 국내 기업이 단순히 기업을 대상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에 대한 해답을 들은 곳은 바로 일본 지사를 내고 활발히 활동하며 순환종양세포(CTC)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싸이토젠입니다. 올해 도쿄 미츠이랩에 지사를 낸 싸이토젠은 일본 시장에 진출하자마자 일본와카야마현립대학과 함께 CTC를 이용한 폐암 환자 진단 바이오마커 발굴 및 진단기법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습니다. 지난 7월 일본 바이오기업 중 규모가 매우 큰 다카라바이오와 분석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올해만 40여건의 계약을 진행하는 등 광폭 행보입니다.
물론 CTC 분야는 일본에서도 흥미를 끌만큼 관심있는 소재입니다. CTC 관련 사업을 홍보한 싸이토젠과 시티셀즈 등은 부스에서 끊임없이 기업 관계자를 맞았습니다. ctDNA는 일본에서 잘 사용되고 격리의 편의성과 민감도가 높지만 CTC는 온전한 세포형태로 분리가 가능하고 다양한 분석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과를 내는 데 큰 역할을 한 이해천 일본 법인장은 중요한 영업기밀을 알려주었습니다. 아카데미아 즉 학교를 노리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이해천 법인장이 iPSC 등 세포 분야에서 세계 탑티어로 꼽히는 교토대 의학박사 출신이라는 점이 한 몫 했습니다. 의학을 전공하면서 봐왔던 일본의 생태계를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일본은 아카데미아의 권위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상업화 과정에서 교수들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만큼 연구자들에게 기술을 알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성과를 이끌어낸 방법 중 하나였던 셈입니다. 연구자들이 싸이토젠의 분석기기와 기술을 확인하고 효과를 알게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에서 싸이토젠을 다시 보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해천 법인장은 "일본에서 연구자들을 통해 시장에 접근하면서 기업이 우리의 기술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 점이 주효했다. 기업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신약 개발의 기본이 되는 연구자를 사로잡는 과정을 통해 일본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네트워크의 힘은 여기가 더 세다
밭은 가는만큼 고와진다
첫 번째 공략법이었던 연구진 공략은 자연스럽게 '네트워크'의 힘으로 이어집니다. 많은 국내외 기업 관계자들은 바이오재팬에서 쌓은 연을 꾸준히 이어가며 피드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바이오재팬에서 만난 한 국내기업 관계자는 "일본 시장에서 한국 기업을 볼 때 의아해 하는 점은 '담당자가 이렇게 빨리 바뀌느냐' 입니다. 이같은 질문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일본 관련 취재에서 알 수 있습니다. 일본 바이오업계 관계자들 역시 같은 이야기를 전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 기업의 경우 다양한 업무를 체험하고 기회를 보기 위해 보직 등을 변경하는 상황이 많은 편인데, 일본 시장은 기업이 시장을 뚫기 위해 오랜 시간 접근해야 하는 곳입니다. 바이오 분야 담당자들 역시 이 때문에 오랫동안 같은 업무를 맡거나 최소한 다른 분야에 있어도 관련 업무 중 일부를 이관받아 꾸준히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일본계 기업 직원들이 이직을 할 때 또다른 일본계 회사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그만큼 이들이 쌓아온 네트워크의 힘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바이오헬스케어도 마찬가지라는 평입니다. 행사에 참가한 한 일본 기업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업무의 연속성을 통해 체계적으로 소통이 이뤄지는 것을 선호한다. 새로운 사람이 오면 업무 방식의 차이로 인한 스트레스 등을 받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라며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것이 각각의 업무 처리에서 보다 능숙하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만큼, 한국 기업들 역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각적인 관점으로 사업성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네트워킹을 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바이오재팬에 국내 기업 중 상당수는 사업개발팀이 참가합니다. 시장의 동향을 보고 살 수 있는지, 팔 수 있는지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라고 판단됩니다. 바이오재팬에 참가하는 해외 많은 기업은 사업개발과 더불어 연구인재들이 참석합니다. 가장 초기단계인 학술과 가장 끝단의 현실적 협상이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빅파마와 일본 대기업들의 경우 사내 연구자들의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행사에서 만난 국내 기업 관계자도 같은 부분을 지적합니다. 이 관계자는 "이 행사에는 기본적으로 BD와 R&D 관계자가 함께 와야 한다고 본다. 기술의 가치와 추이를 읽는 동시에 사업적으로 보완을 하면서 이곳에 참가한 기업이 무엇을 원하고 우리의 연구역량 혹은 사업성과 맞는지 등을 확인하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연구원이 많은 만큼 장기적 네트워킹을 통해 관계를 쌓아 나간다면 좀 더 성공적인 일본 시장 진출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조언이 이어집니다.

모두가 '피앙세'일 순 없다
확실한 타깃은 '필요충분조건'
바이오재팬은 부스 구성으로만 봤을 때 글로벌 빅파마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빈곤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CDMO 등은 앞으로 나서는 반면 파트너링에서는 매우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파트너링 부스에는 둘째 날 복작복작 거리는 소리가 파티션을 넘어 프레스센터까지 전해집니다. 상담과 기술이전 논의가 매우 활발한 편입니다.
이번 행사에서 파트너링 부스를 차린 곳을 자세히 보면 CDMO보다 기존 빅파마입니다. 일라이 릴리, 베링거인겔하임, MSD, 아스트라제네카 등을 비롯해 일본 기업 중에는 다케다약품이 파트너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 일본 기업 관계자는 사흘간 상황을 전투 같았다고 표현합니다. 기술이전을 받을 만한 주요 신약물질을 잔뜩 모아서 확인해야 하고, 회사도 같은 분위기라고 했습니다. 행사 첫째 날 9일과 그 이튿날 국내 기업들은 논의를 깊이있게 진행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기술을 넘기려는 회사와 받으려는 회사의 '미스매치’인 셈입니다.
일본 기업 관계자들은 한국의 개발 물질들이 흥미를 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설득하는 과정은 다소 아쉽다는 '혼네'(속마음)를 전하죠. 먼저 임상을 통한 효과성과 안전성을 입증할 만큼 시험을 진행하지 못했다는 이들의 생각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2일차 스케치의 이야기처럼 일본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파이프라인을 잘 '드롭'시키지 못합니다. 그만큼 신중하게 하나하나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여기에 국내 바이오산업의 뛰어난 기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본에 비해 떨어지는 인지도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기반적 문제도 있습니다. '예외적인 상황' 말고는 더욱 촘촘히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일본 외 빅파마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기술을 확인했다 하더라도 향후 상업화 과정에서 생산 계획 및 제조사이트, 연구를 맡은 이들의 약력과 그동안 성과, PMDA의 규제 통과 가능성까지 다양한 요소를 확인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뭐가 이렇게 까다롭냐'라는 말이 나올법 합니다. 신약 개발에서 자금 문제로 곤란을 겪는 초기 신약벤처 투자에게는 '경력있는 신입사원을 뽑겠다'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의 빗장을 푸는 방법은 이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를 가져가는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만든 메뉴를, 잘 먹어줄 사람에게 가는 것입니다. 올해 나온 바이오USA 관련 기사를 보신 분이라면 당시 MSD가 '동물용 의약품'을 중점적으로 보러왔다는 내용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빅파마의 전략은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명대사처럼 '오늘은 너로 정했다' 라는 뜻입니다.
행사에 참가한 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부스를 보러온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가 우리 회사의 홈페이지를 찾아 무엇을 만드는지, 연구진이 누구인지, 위치는 서울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등을 세부적으로 파왔더라"라며 "심지어는 한국에서 유사기업이 어디인지 등까지 알면서 질문을 하다보니 좀 놀랐다"고 전했습니다. 우리 기업을 향한 관심도는 높지만 이같은 관심을 우리 기업이 채울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말로 이어집니다.
또 하나는 그들의 위시리스트를 맞추는 방법입니다. 국내에서도 '콕핏'이라는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다케다약품은 자사가 지금 보는 약물이 어떠한 형태의 기술로 만들어져, 어떤 적응증을 가지면 좋은지를 명확하게 전합니다. 이 날 참가한 다이이찌산쿄 등도 엔허투 이후 포스트ADC를 위한 '위시리스트'를 만들어 참가자들을 맞이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파이프라인이 어디 회사에게 먹힐 수 있는 제품인지, 그리고 왜 당신을 선택했는지를 강조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 일본 제약사 관계자는 "파트너링을 진행하면서 주요하게 보는 것은 우리의 방향과 맞느냐다. 최대한 그 요구에 부합하는 회사와 더 큰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우리에게도 상대방에게도 더욱 명확한 목표를 줄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