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적응증 홍보? "조루약이지만 발기부전약 성분 함유"
식약당국도 "검토 예정"

씨티씨바이오와 동구바이오제약이 발기부전 및 조루 치료제 성분을 넣은 복합제를 선보이며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급여 의약품이라는 특성을 활용해 한 적응증으로 두 질환의 영업을 하기 위한 '회색지대'를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루증 2차 치료제임에도 사실상 발기부전 적응증을 노리는 듯한 인상에서다.
씨티씨바이오와 동구바이오제약에 따르면 양 사는 발기부전치료제 성분인 실데나필과 조루증치료제 성분인 클로미프라민의 복합제를 오는 30일 출시할 예정이다. 씨티씨바이오에서 생산하는 두제품의 이름은 '원투정'(씨티씨바이오)과 '구세정'(동구바이오제약)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두 가지 성분이 있음에도 적응증 상에서는 조루증 치료제라는 점이다.
처음부터 임상은 '조루' 뿐이었다
암묵적으로 말하는 '그 적응증'
씨티씨바이오의 임상 과정을 보면 개발 당시부터 조루증 환자들에 초점을 맞춰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대조군은 조루치료제인 컨덴시아정(클로미프라민)이 쓰였을 뿐, 비아그라(실데나필)는 없었다. 만약 두 적응증을 모두 노렸다면 대조군에 두 약을 설정했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식약처에서도 허가용 임상 결과에 따라 적응증을 '클로미프라민 단독요법으로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는 조루증의 치료'로 허가했다. 조루 2차 치료제인 셈이다. 식약처의 허가보고서 내용을 보면 이같은 내용이 나온다. 업체 측 역시 성분을 전달하는 것 외는 허가 과정에서 발기부전 질환을 언급하지 않는다.


그런데 허가 이후 양 측의 행보에는 발기부전과 관련된 내용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실제 김영덕 씨티씨바이오 사장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원투정의 차별화된 효능과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발기부전과 조루시장을 빠른 시일 내 장악할 예정"이라며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발기부전 및 조루증 치료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겠다"라고 밝혔다.
세미나를 열었다는 내용의 회사 측 보도자료 사진에서도 발기부전 관련 치료 내용을 의료진에게 소개했음을 알 수 있다.

씨티씨바이오는 해당 치료제를 조루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유에 "근거 기반 연구를 진행했다. 향후 발매 상황을 보며 추가연구를 할 수 있다"며 "다양한 방안을 열어두고 영업을 도와주는 동구바이오제약과 협력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가연구 가능성" 열어놨지만 영업에선 '복합제'
CRO 등서는 "회사의 선택이었겠지만…"
<히트뉴스>와의 질의응답으로 추가 연구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이미 영업 현장에서는 사실상 해당 제품을 복합제로 판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동구바이오제약이 영업 현장에 전달한 설명 자료에는 이같은 내용이 나와 있다.

동구바이오제약 측에 이같은 내용을 묻자 회사 측은 "임상시험을 비롯해 제품의 개발과정에는 공동개발을 진행했던 씨티씨바이오 측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을 아꼈다.
씨티씨바이오 측에서는 '발기부전 적응증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원투정은 조루약이다.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만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임상 전문인 CRO 등에서는 해당 제품은 비급여이기 때문에 의료진의 '오프라벨'(적응증 외 사용)이 비교적 자유로워 임상시험을 조루증에 집중하면서 빠른 제품화를 노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성기능장애 치료제에서 환자 모집과 등록과정이 어려운 만큼 일부 적응증으로 제품을 단기에 내놓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뜻이다.
급여화를 고려하는 제품은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많은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미약품의 천식·비염 복합제 '몬테리진캡슐'(몬테루카스트/레보세티리진)이다. 한미약품은 15세 이상을 대상의 다년성 알레르기 비염 환자와 천식환자 총 224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해 '천식과 다년성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한 환자에서 알레르기 비염증상 완화' 적응증을 받았다.
비교해보면 결국 원투정과 구세정은 비급여를 노렸기에 일단 제품을 출시하는 것 자체에 초점을 뒀지 않겠냐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CRO업체 관계자는 "제품을 뉴스보도로 접하면서 환자모집이 '앤드조건'(조루와 발기부전)이 아니라 조루뿐이어서 의아했지만 회사의 선택일 것"이라면서 "두 약물(대조약인 비아그라와 컨덴시아)을 모두 대조군으로 설정하면 비용 증가,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환자 모집으로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조루만을 적응증으로 한 치료제를 성분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복합제' 홍보하는 것의 타당성 문제는 남는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발기부전 시장의 규모를 설명하며 사람이 적은 조루보다는 발기부전이 더욱 크기에 이같은 판매 포인트를 삼은 것 아니냐고 추정한다.
실제 국내에서 조루증치료제로 사용되는 약물은 모두 씨티씨바이오의 '컨덴시아'정과 휴온스의 '네노마'정, 진양제약의 '클로잭정' 등 3품목이다. 매출과는 다르다지만 이들의 생산량은 지난 2022년 기준 4억원 남짓이다. 반면 발기부전 치료제의 경우 한미약품의 '팔팔정50mg'(실데나필) 한 개 용량의 생산실적이 같은 기간 137억원에 달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조루시장과 발기부전 시장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에서 차이가 크다"면서 "발기부전 시장은 성장세를 거듭하면서 코로나 이후 더욱 커지고 있지만 조루는 워낙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적다"고 설명했다.
식약당국도 지적한 '안전성 미확립'
"적응증 외 홍보 여부 검토 예정"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시장을 노리며 더 큰 매출을 거두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보기도 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루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한 상황에서 발기부전 치료제 관련 내용이 없어 적응증 외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등도 우려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씨티씨바이오 측은 원투정이 발기부전 치료제로 오남용될 수 있다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Q. 약물의 특성상 비급여라는 점에서 환자들에게 사실상 발기부전 치료제로 처방되거나 오인될 가능성이 높은데, 회사차원에서 영업과정에서 유의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지요?
A. 오남용 전문의약품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중요한 경고 및 주의사항 중 (5)번 사항을 유의하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 참고 부탁드립니다. (링크 내용)
5) 이 약은 다음의 환자가 복용 시 주의해야 합니다
(유효성이나 안전성에 대해 확인된 임상 자료가 없음)
- 지난 6개월 이내 생명을 위협하는 부정맥이 있었던 환자
- 심부전 환자 또는 불안정성 협심증을 유발하는 관상동맥질환자
- 저혈압환자(90/50 미만) 또는 고혈압환자(170/100 초과)
- 색소성 망막염환자
* 해당 내용은 히트뉴스와 씨티씨바이오 측이 나눈 질의서 내용을 히트뉴스 작성방침에 맞게 다듬은 것 외에는 변경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식약처 측은 <히트뉴스>가 보낸 두 제품의 홍보자료 등의 내용이 적응증 외 홍보에 해당하는 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광고와 관련 적응증 외 홍보가 이뤄지고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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