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JAPAN 2023 후일담] 국내 제약바이오에 묻습니다

김이랑 온코크로스 대표 "혁신수요 있다…밸리데이션 등 결과 중요"
김태형 롯데바이오 책임 "매력적인 요소 있어…필수는 트랙레코드"

일본 요코하마에서 얼마 전 열린 '바이오재팬 2023'에는 국내 기업 40여곳이 참석, 세계 시장과 일본을 두드리기 위한 미팅과 파트너링 논의를 가졌다. 부스를 차리거나, 차리지 않은 곳이 한데 어우러져 K-제약바이오를 알리는데 힘썼다. <히트뉴스>는 바이오재팬 2023 현장에서 진행한 미니 인터뷰 4건을 정리한다.

아시아 국가에 구애하는 일본, 그리고 우리의 기술을 바탕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K-제약바이오의 이야기를 이날 참가한 4개 회사 △롯데바이오로직스 △온코크로스 △유한양행 △GC녹십자(가나다순) 관계자에게서 직접 들어봤다.

① 라이징스타가 보는 '일본, 갈 만합니까?
② 빅 전통제약사의 옆나라 공략은 그린 라이트?

"AI 신약 개발, 혁신적 시장 수요 있다

이젠 '보여지는' 결과도 중요"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기업 온코크로스의 김이랑 대표는 그야말로 정신없이 파트너링과 논의를 위해 십 수개의 미팅을 분주히 뛰어다녔다. AI 신약 개발이라는 분야가 조금씩 업계의 머리에 각인되고 있지만, 기술 가능성과 향후 시장을 보는 눈은 이제 신기함이 아닌 '옥석'을 가리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바이오재팬에 참석한 김이랑 대표는 우리 기업이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말과 함께 시장 진출을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히트뉴스  지난해 바이오재팬에도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다수 미팅 및 파트너링 논의를 진행하신 걸로 아는데요. 해외 시장에서도 이른바 영미권 기업과 일본 기업의 느낌이 좀 다른 편인가요?

 김이랑 대표  글로벌을 향하는 기업과 로컬(일본 내) 기업의 수요가 조금 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글로벌 빅파마의 일본 지사나 글로벌을 노리는 경우는 본사의 기술과 타깃의 혁신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요. 일본 기업의 경우 혁신성과 함께 좀 더 빨리 상용화가 가능한 방향을 선호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히트뉴스  일본만의 색채가 어느 정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네요.

 김이랑  일단 특이한 점이 이 행사는 글로벌한 파트너링 행사잖아요? 근데 발표를 들어보면 일어로 하고 있어요. 확실히 일본만의 세계가 구축돼 있다는 생각이 들죠. 근데 과학적 측면으로 생각해보면 단순히 세계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보다 뭔가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는 느낌이 들어요.

일본에서 노벨상이 많이 나오는 것도 그런 시류에서 자기의 것을 하면서 생기는 일이라고 보죠. '엔허투'의 경우만 봐도 기존에 항체약물접합체(ADC)의 개념이 있기는 했지만, 길게 끌고가면서 만들어낸 것이니까요. 일본을 '갈라파고스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걸 부정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충분히 긍정적인 의미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온코크로스 김이랑 대표
온코크로스 김이랑 대표

 히트뉴스  이런 차원에서 봤을 때 최근 일본 정부를 비롯해 각종 제약바이오업계가 한국에 구애를 하는 과정 그리고 국내 업계에 일본은 '매력적인 시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요?

 김이랑  AI 신약 개발을 하는 입장에서는 많은 고객사를 필요로 합니다. 일본을 큰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에도 빅파마가 많지만, 일본은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라고 보여집니다. 중국도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협업이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어느 정도 합리적인 부분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이번에 많은 미팅을 진행하면서 AI 신약 개발은 이제 걸음마 단계를 넘어섰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미국에서는 나스닥 상장 등 성과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남들이 하지 않는 영역의 수요를 진행하는 혁신적 기술의 수요가 있다고 보여지고요. 그 과정에서 이제는 여러 회사가 (AI 신약 개발의) 옥석을 가리려고 합니다. 밸리데이션이 됐느냐의 부분 같은 것이죠. 국내 기업과 일본 기업이 교류를 통해서 아카데믹한 필터링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인큐베이션할 수 있는 협업 모델 정도는 필요하다고 보여지기도 합니다.

 히트뉴스  어느 정도 색채도 있다, 그리고 가능성도 있다라는 말을 함께 주셨습니다. 근데 일본 기업의 경우 국내 기업이 어느 정도 도전 가능성을 느끼면서도 사실은 진입장벽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측면도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 기업이 향후 일본 시장에 진출해야 할 때 유의해야 할 점도 있을까요?

 김이랑  일본에서 적용되겠지만 단순히 일본만의 문제는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초반에는 기술만 보고 '우와' 하던 때였지만, 지금은 여러가지를 평가하는 경우가 있어요. 먼저 기술의 독창성은 기본이겠고, 두 번째는 AI의 정확도입니다. '기술을 써서 했습니다'라는 것이 아닌 정말로 그 기술을 이용해 '맞는 것이 나오느냐'를 증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실제 저희의 경우 미팅을 진행하면서 상대방이 긍정적으로 봤던 부분은 자체 연구실을 가지고 있고 동물실험까지가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됐다'가 아닌 '예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게 AI 신약 개발 기업이 진출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력적 요소 있어

트랙레코드 갖추는 건 필수"

바이오재팬을 처음 찾았다는 롯데바이오로직스 부스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과자로 유명한 그 롯데가 맞느냐'(일본에서는 아직도 식료품 기업의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는 반응부터 '자사를 알리기 위한 공격적인 움직임'이라는 반응까지 다양한 말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말은 '업계에 진심으로 뛰어들기 시작했구나'라는 것이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이 우시, 삼성바이오로직스, 후지필름 등 동아시아권 기업의 치열한 전쟁터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움직임은 자못 흥미로웠다. 인터뷰에 응한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 비즈니스 개발팀 김태형 책임 역시 이러한 관심 속에서 향후 인지도를 높이며, 우리 기업이 가지는 이미지를 적극 알리겠다고 답했다.

 히트뉴스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롯바가 나왔다'는데 놀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단독 부스까지 열었는데요. 바이오재팬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태형 책임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USA, 바이오 Japan, CPhI 등 다양한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해 글로벌 잠재 고객사와 미팅 및 파트너십을 구축하려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바이오제약사들과의 협업 기회 구축 및 일본 제약시장 내 롯데바이오로직스 인지도 향상을 위해 이번 바이오재팬에 참석했습니다.

 히트뉴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경우 CDMO 분야에서는 신생 회사인데요. 이번에 파트너링 미팅 등을 진행하면서 이들이 한국 CDMO 업계의 환경을 어떻게 보고 있던가요?

 김태형  일본 내 바이오 콘퍼런스 참여는 바이오재팬이 처음이지만, 일본 외 아시아권 글로벌 제약사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회사들도 롯데그룹이 가진 글로벌 사업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CDMO 사업 진출 후 빠르게 성장하는 부분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특히 뉴욕 시러큐스 공장 확장과 송도 메가플랜트 건설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난해 6월 회사를 설립한 이후 8개월 만에 시러큐스 제조소 인수를 완료하고, 송도 부지의 매입 계약까지 마무리하는 등 그 속도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 곳도 있었습니다.

 히트뉴스  그러면 이번 부스 운영에서는 타 기업에게 어떤 부분을 주로 강조했는지요? 업계의 반응 역시 궁금합니다.

 김태형  저희는 이번에 시러큐스 제조소의 제조 기술, 공정개발 서비스, 품질 시스템, 증설 계획, ADC 기술 플랫폼 역량과 함께 국내 송도 바이오플랜트 설립 및 바이오벤처 이니셔티브 조성 등 자사의 차별화 역량을 주로 홍보했습니다.

특히 시러큐스 제조소의 경우에는 생산 시설뿐만 아니라 평균 바이오 경력 15년 이상의 핵심 인력들을 99.2% 승계한 점을 어필했습니다. 또 인천광역시와 토지매매 계약 체결을 통한 국내 바이오플랜트의 구체적인 조성 계획도 전했습니다. 실제로 일본의 많은 잠재 고객사들이 '롯데'라는 네임밸류와 지리적 이점에 관심을 보였고요. 국내 바이오플랜트의 구체적인 건립 일정과 생산 역량 등을 논의하며, 실제 위탁생산(CMO) 가능성을 타진했습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김태형 책임
롯데바이오로직스 김태형 책임

 히트뉴스  이번 질문은 인터뷰를 요청드린 이유기도 합니다. 최근 일본의 경우 제약바이오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잖아요. 특히 일부에서는 이른바 한국 기업을 유치하는 '코로케이션' 전략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CDMO 업체가 봤을 때 일본의 우리 업계를 향한 구애는 어느 정도 매력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김태형  일본의 의약품 시장은 미국과 유럽 다음으로 큰 세계 3위 규모로, CDMO 사업에 있어서 굉장히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저희 역시 이번 기회를 토대로 일본 현지의 주요 제약사와 파트너링 미팅을 우선 진행하고, 미국ㆍ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권 지역으로도 타깃을 넓혀 수주 활동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히트뉴스  일본은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씀해주셨지만,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데 여러 장벽이 있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미팅 등을 진행하시면서 이들 기업이 중점적으로 보는 것 그리고 우리 기업들이 좀 더 갖춰야 할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태형  그동안 일본 시장과의 스킨십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롯데의 바이오 사업 진출 방식과 중장기 플랜을 홍보하면서 현재 풀 가동 중인 시러큐스 사이트의 우수함과 향후 조성될 송도 제조소의 구체적인 생산 가능 역량과 타임라인을 잘 어필했습니다.

여기에 기업들이 보는 다양한 규모의 수주에 기반을 둔 트랙레코드는 보수적이나 일본 업계 내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빅파마 대상의 수주 계약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계획된 일정에 맞춰 송도 바이오플랜트를 준공 후 크고 작은 트랙레코드를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를 CMO 파트너의 관점으로 바라볼 때, 시러큐스 제조소는 다수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이력 및 생산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미국 진출시 검토에 필요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검토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여기에 시러큐스ㆍ송도 제조소 모두 일본에 비해 자연재해(지진 등)에서 보다 자유로운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고, 그런 점에서 안정적으로 제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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