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hit| 국가 지원 사업 내역 공개는 식약처 의무

2020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제약사의 의약품 설계기반고도화(QbD, Quality by Design) 도입을 지원하기 위해 컨설팅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상 업체 수와 컨설팅 지원 범위만 공개할 뿐 대상 업체는 늘 비공개 해왔다.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식약처와 사업 주관 기관인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모두 대상 업체와 세부 컨설팅 분야는 비공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업 기관의 입장이 무색하게, 사업 시작 한 달 안에 대부분의 컨설팅 선정 업체들은 언론을 통해 소식을 알린다. 주요 컨설팅 내용까지 밝히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전반적인 사업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지금까지 식약처와 KIMCo는 정책설명회 및 간담회 등을 통해 의약품 QbD 도입의 중요성과 지원 내용을 계속해서 강조해 왔다. 허훈석 KIMCo PL은 지난 6월 개최된 '의약품 품질고도화(QbD) 사례공유 세미나'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QbD는 꼭 필요한 요소"라며 "글로벌 의약품 인허가 시 강화되고 있는 품질 요구사항에 따라 CTD 자료는 QbD기반으로 준비하는 것이 실질적인 의무사항으로 간주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명훈 식약처 의약품품질과 사무관도 같은 달 개최된 '2022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정책설명회'에서 "의약품 제조업체가 최초 의약품 허가를 받은 이후에도 더 우수한 품질의 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 제조설비나 첨가제 등 의약품의 제조·품질을 관리하는 데 변경사항이 계속하여 발생할 수 있다"며 "제품 개발단계부터 과학적 근거와 위험성 관리에 기반해 QbD 시스템을 적용한 경우, 식약처에서 인정한 범위 내에서는 변경 허가 등 행정 절차 없이 자체적으로 변경 관리를 할 수 있어 신속·원활하게 품질 개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국내 제약 기업들의 의약품 QbD 도입을 지원하기 위해, △제형별 예시모델 개발 △QbD 기초 기술 개발 △제약 스마트공장 혁신기술 지원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등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식약처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의약품 QbD 예시모델 개발 사업을 매년 다른 제형으로 실험실 및 시험 생산 규모로 진행해왔다. 

식약처의 이런 열성적인 지원과 홍보로 QbD 도입에 관심을 가지는 업체 수는 점점 늘고 있지만, 컨설팅 사업에 선정된 각 업체 명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등 제한적 정보공개는 업체 입장에서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QbD 컨설팅을 수행할 제형 종류, 공정 과정 및 개발 목적 등은 상호 계약 또는 기술보호를 위해 비공개일 수 있지만 말이다. 

이 사업은 결국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정부 지원 사업으로 진행된다. 각 제약회사는 국내 제약업계 회사들 중 대표로 선정돼 국가 지원을 통한 각자의 생산 역량을 키워나간다. 

의약품 QbD 컨설팅에 참여한 업체들이 사업 종료 후, 생산량 증가와 생산비용 감소를 가시적 성과로 삼는 등 컨설팅 사업의 장점을 주장하는 것을 보면 그 효과에 대해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식약처는 회사와의 계약 하 비공개를 외치고, 회사는 그것과 관계없이 자사 진행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물론, 비공개를 원하는 회사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국가 예산이 투입된 상황에서 사업 내역 공개가 가능한 선에서 진행 대상과 현황을 밝히는 건 식약처의 의무다.

각 회사를 통해 업체 주관적 정보가 대중에게 퍼져나가기 전에 우리나라 규제기관인 식약처가 이를 객관적이고, 업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분석해 선제적으로 발표한다면, 업계와 국민에 의약품 QbD 도입의 중요성을 알리고, 긍정적 감시를 독려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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