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이 울리는 경종…바이오제약에 쓴 약 돼야

 이게 어떻게 정상이었나 

2017년11월24일 장중 한때 시총 10조1388억원
순익 1096억의 전통제약 A사 시총 2조8795억원

신라젠 홈페이지 캡처
신라젠 홈페이지 캡처

신라젠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처절하다. 신라젠은 지난 달 30일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전 CFO(Chief Financial Officer, 재경부문 총괄 책임자)이었던 신현필 전무이사(전 경영기획본부장)를 다시 불러들여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작년 9월8일 신라젠 최대 주주인 문은상 대표이사의 일신상 사유로 인한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 사임으로,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된 주상은(전 레오파마 CEO, 전 Glaxosmithkline 사업개발 및 전략 마케팅 이사) 각자 대표이사(금년 3월30일부)와 쌍두마차가 됐다. 

한 기업체가 여러 명의 대표이사를 선정해 대표이사 각자로 하여금 회사를 각각 대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각자 대표이사 또는 각자 대표' 체제라 한다. 2인 이상의 대표이사로 하여금 공동행위를 통해 회사를 대표하도록 하는 '공동 대표이사' 체제와 확연히 구분된다.

신라젠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다급한 상태다. 새로운 투자자를 반드시 찾아야 할 입장이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11월30일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를 열고 그때부터 금년 11월30일까지 1년 한정된  개선기간을 신라젠에 부여했기 때문이다. 

'기심위'의 주요 요구사항은 최대주주 변경으로 알려졌다. 신규투자 유치 등의 방식으로 자본금을 500억 원 이상 확충하고 신규 최대주주의 지분을 15%이상 확보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주문이다. 기업 지배자를 필히 바꾸라는 요구다.

만약 '기심위'의 요구가 개선기간 내 이행되지 않으면 신라젠은 올해 11월30일 이후, 23일(개선계획 이행 결과 및 전문가 확인서 등 제출기간 7일+기심위의 재의결 시한 16일) 이내에 상장 폐지될 위기에 처해지게 된다.

그렇게 된 데는 신라젠이 공시를 통해 지난해 5월8일 전 경영진(이**, 곽**)에 대한 배임 혐의 그리고 작년 6월3일 당시 대표이사의 배임 혐의 등에 대한 공소 제기 사실 확인을 해줬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규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횡령 및 배임 혐의가 확인되면 ▷기업의 계속성 ▷경영 투명성 ▷시장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 폐지를 심의·의결할 수 있다.

당해 당국 등과 신라젠 주식지분을 92.51%나 소유하고 있는 17만4186명(20.12.31.기준)의 소액주주 및 증권업계 그리고 바이오 제약업계와 그 주변 및 언론 등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던 '신라젠'이 저렇게 되기까지 다음과 같은 '상징적'인 문제점들은 마치 바이오 제약업계에게 경종을 울리는 것 같다.  

첫째, 신라젠은 아래 [표]에서 보듯,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무려 9개년 동안 연속 적자를 내, 누적 당기순손실이 무려 4315억9300만원에 달하고 있다. 2019년에는 1132억 원 적자, 기업 공개를 하던 2016년에는 740여억 원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웬일인지 아무도 이제까지 그것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문제 삼은 일이 없다. 보통 기업체 같았으면 사달이 났어도 벌써 났을 텐데 말이다. 

아무리 돈 덩어리가 될 대망의 '바이오(bio) 벤처(venture)'라고 해도 신라젠처럼 17만여 소액 투자자들에게 신약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게 해 그것을 담보로 마냥 적자를 내도 좋다는 특권은 주어지지 않았다고 본다.  

'바이오(bio) 벤처(venture)' 기업체가 모두 몇 년 안에 흑자를 낼 수는 없겠지만 창업 15년인 신라젠은 너무 심했다.  

둘째, 그러한 신라젠의 시총이 2017년11월24일 장중 한때 10조1388억 원(주가 15만2300원×당시 주식총수 6657만1161주)에 달했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제약업계 넘버원이며 100년 가까운 역사가 축적된 제약사 A사의 그날 시총은 2조8795억 원, 넘버투 제약사 B사는 2조6698억 원에 불과했다. 그들의 그날 시총은 각각 당시 6년(2012~2017) 연속적자를 낸 신라젠 시총의 4분의1일이 조금 넘는 28.4%, 26.4%에 지나지 않았다. 2017년 신라젠이 570억2100만원 순손실을 보고 있는 동안, A사는 1096억3700만원, B사는 567억1100만원의 순이익을 올렸음에도 말이다.   

이게 어떻게 정상적인가.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소액 투자자들이 신라젠의 주식에 집중적으로 몰려들어 기현상을 만들었는데, 이들을 유도(誘導)하고 부추기며 이용해 이득을 올린 자들은 과연 누구들일까. 

셋째, 2019년8월1일(미국 샌프란시스코 기준) 신라젠의 유일한 희망이자 '꿈의 항암제'라 불리던 펙사벡(Pexa-Vec, 코드명 JX-594)의 간암 대상 임상3상(PHOCUS) 결과에 대해 미국 DMC(Independent Data Monitoring Commitee,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는 '임상시험 중단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와 함께 신라젠과 소액 투자자들의 꿈도 같이 무너져 내렸다.

이를 두고, 국내외 전문가들 중 일부는 '미리 예견된 일'이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들은 △신라젠이 펙사벡(JX-594) 원천 개발자인 미국 '제네렉스'사를 2014년 인수할 당시 이미 임상2b상이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하지 못한 상황에서, 모험을 걸고 임상3상의 무용성 평가(신약이 환자에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때 반증하는 절차)를 진행했다는 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15년 펙사벡의 임상 3상을 승인하면서 환자 100% 사망시점을 임상종료 시점으로 보지 않고 이례적으로 강화된 40% 사망시점을 임상종료 시점으로 보도록 DMC에 요청했다는 점 △임상3상은 임상2상 결과를 근거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신라젠의 경우 임상2a상과 임상2b상은 단독 요법으로 진행했지만, (임상2b상의 결과가 좋지 않아) 임상3상은 불가피하게 설계를 변경해 병용 요법으로 진행했다는 점 △당시 신라젠은 세계 전체의 간암환자 비중이 50%나 되는 중국에서 임상3상 시험에 기대를 걸었으나 복잡한 사정으로 인해 중국에서 환자 모집도 끝내지 못했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넷째,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2019년8월 금융위원회가 긴급·중대(패스트트랙) 사건으로 검찰에 넘긴 '신라젠 불공정거래 사건'과 관련해, 2020년6월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당시 문은상 대표이사 등 신라젠 전·현직 임원 4명을 구속·기소하고, 당시 관련 페이퍼컴퍼니 '크레스트파트너'의 임직원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한바 있다.

문 전 대표이사 등은 2014년3월 세칭 '자금돌리기' 수법으로 자기자본 없이 350억 원 상당의 신라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해 1918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2014년 '크레스트파트너(페이퍼컴퍼니)'가 당시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으로부터 350억 원을 대출받아 이를 문 전 대표 등에게 빌려줬고, 문 대표 등은 이 돈으로 신라젠 BW를 사들였다." 그리고, "신라젠은 납부된 BW 대금 350억 원을 이틀 뒤 '크레스트파트너'에 빌려줬고, '크레스트파트너'는 같은 날 동부증권에 빌린 돈 350억 원을 갚았다." 또한, "신라젠은 1년 뒤 350억 원의 BW 원금을 문 대표 등에 상환했고, 이 돈은 '크레스트파트너'로 흘러가 '크레스트파트너'가 신라젠에 빌린 돈을 갚으면서 자금 거래는 끝났다"고 인식하고 있다.

 검찰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문 전 대표 등이 2015년 11~12월 1000만주의 신주인수권을 주당 3500원에 행사하며 부당한 이익(1918억 원)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350억 원이라는 돈이 한 바퀴 도는 사이 문 전 대표 등은 자기자본 없이 신주인수권을 확보했지만, 막상 신라젠에는 자금 조달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들이 신라젠에 대한 자신들의 지분율을 높이고자 350억 원 규모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한 뒤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기로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앞으로 위와 같은 혐의 내용이 어떻게 판결이 날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작금의 신라젠 사태가 바이오제약에 쓴 약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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