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흐름상 전 과정서 관리되지 사전 감지 시스템 필요
독감백신 콜드체인 유통과정 중 일부가 끊긴 사건으로 인해 독감예방 무료접종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독감마저 덮치는 경우 트윈데믹(Twindemic) 상황까지 우려된다.
콜드체인(cold chain, 혹은 쿨체인 cool chain)'이란, 제품의 생산자부터 소비자까지 제조·소비되는 동안 일정한 저온 범위를 유지하기 위해 적용되는 제반 활동과 장비를 말한다.
콜드체인 물류에는 제조부터 사용되는 시점까지 소정된 저온상태가 유지되도록 하는 모든 수단이 포함된다. 따라서 콜드체인은 온도에 민감한 제품을 제조, 입고, 보관, 출고, 운송 그리고 이러한 행위들을 '감시관리(monitoring)'하는 일련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2일, 만 13~18세를 대상으로 시작될 계획이던 정부의 독감백신 무료접종 사업이 전격 중단됐다. 일부 백신이 유통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21일 "일부가 상온에 노출됐다"는 제보가 접수됐고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제보자가 독감백신이 종이상자에 담겨 바닥에 놓여 있는 모습과 백신 수송차량 기사가 백신이 보관된 냉장차 문을 열어둔 채 백신 분류작업을 하는 모습 등을 촬영해 질병관리청에 보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특히 의료계의 눈총이 따갑다. 백신 역가저하에 대한 우려의 의견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샘플링(sampling) 검사 방법 및 종이박스 포장으로 백신이 공급된 것에 대한 부정적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 "만약 제보가 없었더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조차 모르면서, 무턱대고 독감백신을 맞을 뻔했다"는 말도 퍼지고 있다.
이에 반해, 제약업계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독감백신 가혹실험 보고서'를 근거로 '당국의 대응이 과도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히트뉴스에 따르면, 모 백신회사 관계자는 "운반과정에서 독감백신이 상온에 노출되고, 종이박스를 사용해 유통됐다는 것은 핵심을 벗어난 잘못된 문제 제기"라며, "상온에 노출되는 것은 제조사에서도 감안을 하고 가혹시험 등을 통해 확인하고 있으며, 아이스박스 대신 종이박스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이번 사태의 핵심은 독감백신이 상온에 얼마나 오래 노출돼 있었고 변질로 이어졌느냐에 대한 것이다"며, "잘못된 문제 제기로 백신유통과 관련한 잘못된 불신과 오해가 생길지 않을까 우려된다"고까지 강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번 사태와 관련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3일 "송구하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같은 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에서 "유감을 표한다", "실태를 판단해보면 국민들이 과도하게 걱정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의) 백신은 제조공장에서 도매상까지, 지역거점에서 각 병원과 보건소로 가기까지 냉동(장)차로 운송됐다", "냉장 상태를 현실적으로 벗어난 시간은 약 10분 내외로 보이며, WHO(세계보건기구)가 4가 (사)백신이 상온에 노출됐을 시 안전하다고 한 기간 2주에 비해 턱없이 짧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질병관리청도 답변 자료에서 "WHO의 2012년 '허가된 백신의 안전성 시험 자료'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사백신은 25℃에서 2∼4주, 37℃에서 24시간 안정하다고 돼 있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들을 분석해 보면 ▷우려가 크니 대책이 시급하다는 국민과 의료계 ▷우려가 너무 과도하다는 당국과 제약업체 일부 ▷상온에 노출되어도 변질만 안 되면 되는 것 아니냐 라고 생각하는 일부 백신제조업체 등 세부류로 갈리는 것같다.
그렇다면, 당국은 왜, 정부의 핵심 정책사업 중 하나인 독감백신 무료접종 시행일을 코앞에 두고 황급하게 백신접종을 중단시켰을까. 국민과 건강의 중추인 의료계가 심히 우려하도록 말이다.

그 이유가 되는 원인은, 총리령인 '생물학적 제제 등의 제조ㆍ판매관리 규칙(약칭: 생물학적제제규칙)'과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약칭: 의약품안전규칙) 등에 관련 조항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국은, 독감백신이 수송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것에 대해, 일단 다음 조항에 저촉된 문제로 판단했을 것이다.
생물학적제제규칙 제6조(수송)제2항제1호는 ▷'생물학적제제등의 저장온도를 유지할 것'으로 돼 있고 ▷의약품안전규칙 제62조제7호 관련 [별표6] '의약품 유통품질 관리규정(속칭, KGSP)' 제7호마목2는, '보관온도의 구분이 필요한 의약품은 운송 중에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여야 한다'로 규정돼 있다.
여기서 '저장온도 또는 적정온도'란, 통상 2℃~8℃(평균 5℃)를 뜻하지만 정확한 보관 온도에 관한 사항은 백신제품 설명서를 참조하도록 돼 있다.[백신 보관 및 수송 관리 가이드라인(제조·수입·도매·의료기관용), 식약처 질병관리본부(당시) 2020.7. 참조]
당국은 제보 내용을 황급히 조사해 봤을 테고, 독감백신의 상온 노출시간이 약 10분쯤인 것을 확인 한 후, WHO의 독감백신 실험 자료를 근거로 '과도한 우려는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국민 설득 명분을 찾았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다면, 이번의 독감백신 접종 중단 사태의 중심에는 두 가지 과제가 자리 잡고 있다.
첫째, 백신 콜드체인 국가 잣대인 '생물학적제제규칙'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다.
현행 콜드체인 규정에는 상온 노출시간 개념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WHO의 실험사례를 보면, 백신 역가유지 여부는 노출시간이 아주 중요한 개념인데도 말이다.
때문에 노출시간 문제와 관련해 콜드체인 국가 잣대가 다양하게 유권 해석될 소지가 크다. 이번 사태도 "독감 백신을 저렇게 상온에 노출시키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한 사람이, 그 노출 광경을 사진 찍어 당국에 보내서 문제가 불거진 것 아니겠는가.
따라서 백신 콜드체인 국가 잣대에, 과학적으로 노출이 가능한 시간 개념을 필히 새롭게 도입해야 할 것이다.
둘째, 백신 콜드체인이 제품 흐름상 모든 과정에서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백신 콜드체인 이행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지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자동관리 시스템을 빠른 시간 내 개발해 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