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진 혈액학회 이사장
"해외는 IgG 400~600 구간도 예방적 투여 권고"
급여기준에 병원 처방의사마저 위축…공식 의견 제안 예정도

"CAR-T 세포치료제와 이중특이성 항체 등 면역항암제의 등장에도 감염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치료법은 여전히 급여 기준이 까다로워 암 치료 후에도 환자의 생명을 위험하게 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출입 전문언론기자단이 최근 대한혈액학회 67회 연례 회의 기간 중 만난 김석진 대한혈액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은 이같은 내용을 전하며 "급여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겉은 멀쩡해도 감염 위험 계속돼" ...암치료 환자 숨거둔 이유
김 이사장은 "CAR-T나 이중특이성 항체는 암세포만 골라서 미사일처럼 공격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라며 "암세포가 기원하는 조직의 표적을 공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상 B세포까지 함께 사멸될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뗐다.
항암 분야에서 새 약제로 자리한 소위 CAR-T 세포치료제는 특정 항원을 노리고 공격해 암을 사멸시킨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림프구 중 항체를 만들어 감염을 막는 B세포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그런데 정상 B세포 표면에도 이미 항원이 발현돼 있다. 명령을 받은 치료제는 암세포와 정상 세포를 구분하지 못한다. 자연히 외부 감염을 방어할 수 있는 면역력이 약해진다.
문제는 면역 저하가 일시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의 경우 치료 후 1~2주간 백혈구가 급감했다가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CAR-T 치료 후에는 B세포 고갈이 수개월에서 2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
김 이사장은 이런 위험한 상황이 암 치료 후 환자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실제 CAR-T 치료 후 2년째 완전관해 상태를 유지하던 환자가 3일 만에 폐렴으로 돌아가셨다. 나이가 많은 분도 아니었다. 마지막 검사에서 IgG 수치가 경계선에 있었다. 너무 억울했다. 조금만 신경 쓰면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고 전했다.

급여 기준은 '구시대'
투여 위해 환자에게 '선의의 거짓말'까지
B세포 고갈은 말그대로 항체를 만드는 공장이 멈추는 것과 같다. 이를 위해 외부에서 항체 완제품을 들여와 투여하면 감염 위험 증가를 막을 수 있다. 건강한 헌혈자의 혈장에서 추출한 IgG 항체를 모아놓은 것이기에 혈중 면역글로벌 수치가 일시적으로 올라간다. 상황을 보면서 항체 수치가 낮아지면 투여를 반복하는 식으로 환자의 감염을 개선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국내 면역글로불린(IVIG) 급여 기준은 여전히 과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현행 기준은 IgG 수치 400mg/dL 미만이라는 조건 그리고 '반복 감염'이라는 임상적 소견이 필요하다.
반면 해외의 경우 미국 33개 암센터가 만든 학술네트워크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NCCN)은 CAR-T 치료를 받은 다발골수종 환자에서 IgG 400mg/dL 미만이면 감염 여부와 무관하게 IVIG 투여를 권고하고 있다. 유럽종양학회(ESMO) 등에서도 400~600mg/dL 구간에서의 예방적 투여를 표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국내에서는 항체 수치) 400에서 600 구간은 엄두도 못 낸다. 400 이하에서조차 삭감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심사당국에서 급여를 삭감하면 병원이 손실을 떠안게 되는데다가 해당 의사에게 주의가 전달되기에 의료현장에서 처방이 쉽지 않은 구조하는 뜻이다.
김 이사장는 "IgG가 370 정도 나오면 '더 떨어질 때까지 다녀오시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며 "반복 감염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환자에게 감염 전례를 유도적으로 물어보고 의무기록에 기재하는 일이 벌어진다. 왜 제도가 의사들을 공식적으로 거짓말을 하게끔 유도하느냐"고 지적했다.
그가 든 유사한 사례는 B형 간염 급여 기준의 변경이다. 과거에는 과거에는 B형 간염 항원 양성 환자에게만 항바이러스제를 예방적으로 투여 했지만 맙테라(리툭시맙) 등 단일클론 항체 치료제가 의료 현장에 도입됐고 항원 음성 환자에서도 간부전 사망 사례가 보고되면서 급여가 확대됐다.
"100명 중 2~3명도 안 되는 빈도였지만 치명적이니까 바뀌었다. 같은 스토리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100만원서 5만원, 급여기준 바꾸면 막 맞는다고?
"남용할 수 없는 약"
면역글로불린 급여 기준 변경에 따른 남용 우려에 대해 김석진 이사장은 선을 그었다.
현재 면역글로불린 제제는 전액 비급여 적용시 환자가 1회에 10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반면 급여가 적용되면 5%만 부담하기에 산술적으로 5만원 선이 된다. 대충 항체 수치가 떨어지면 의료진이 투여하지 않겠느냐는 것인데, 절대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김 이사장은 "환자들은 '뽀글이 주사'라고 부른다. 단백질 제제의 특징상 거품이 있고 주사 시간도 오래걸린다. 부작용 문제도 신경 써야 한다"며 "환자들 역시 '오늘 또 뽀글이를 맞느냐, 힘들다'는 말을 할 정도다. 적정한 지시 없이는 남용할 수 있는 약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한혈액학회는 역시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내부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처방 현장의 의견을 모으고 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조만간 공식적으로 의견 제안을 드릴 예정"이라며 "결국은 해외의 표준화된 기준에 맞게 설정이 돼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