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범 가톨릭의대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강상범 교수.
강상범 교수.

히트뉴스는 11일 보도에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향후 경쟁 구도를 설명하면서 마치 SC(subcutaneous, 피하 주사) 제형으로 전환하기만 하면 시장 점유율이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처럼 묘사했다. 그러나 이는 시장과 임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해석이다. SC 제형이 분명 환자 편의성과 투약 접근성을 개선하는 장점은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 시장 지배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점유율은 단지 투여 경로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약가, 입찰 구조, 처방 관성, 브랜드 신뢰도, 디바이스 완성도, 환자 지원 프로그램, 적응증별 임상 근거, 그리고 무엇보다 해당 제형이 실제 치료 성과를 얼마나 개선하는지가 함께 작동한다.

OECD도 최근 보고서에서 특허가 남아 있는 SC 제형 오리지네이터는 단순한 편의성뿐 아니라 디바이스, 교육, 환자 관리 앱, 의료진 지원 체계 등을 묶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즉, SC 제형은 경쟁력의 한 요소일 뿐 성공의 자동 장치는 아니다.

이 점에서 램시마SC 사례를 일반적인 SC 바이오시밀러 성공 공식으로 읽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램시마SC가 유럽과 미국에서 주목받은 이유는 단지 '정맥 주사보다 편하다'는 수준을 넘어선다. 램시마SC의 본질적 강점은 인플릭시맙(infliximab)이라는 분자 자체의 약동학을 유리하게 바꿨다는 데 있다.

기존 정맥주사(IV) 인플릭시맙은 투약 직후 농도가 급상승한 뒤 서서히 떨어지는 패턴을 보이지만 SC CT-P13은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노출을 유도하며 여러 연구에서 IV 대비 더 높고 일관된 최저 농도(trough concentration)가 보고됐다. 이는 IBD처럼 유지 요법에서 충분한 약물 노출이 질병 조절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질환에서 매우 중요한 차별점이다.

실제로 CT-P13 SC 관련 연구들은 이러한 약동학적 특성이 단순한 실험실 수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임상적 의미를 가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LIBERTY-CD와 LIBERTY-UC 연구는 CT-P13 SC 유지 요법이 활성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서 유효하고 안전하다는 점을 입증했고 이후 확장 연구와 실제 진료 자료에서는 높은 약물 지속률, 최저 농도 상승, 염증 지표 안정화가 관찰되었다.

다시 말해 램시마SC의 경쟁력은 '자가 주사라 편하다'는 소비자적 편의성만이 아니라 IBD 치료에서 실제로 더 유리한 약물 노출 구조를 제공한다는 임상적 설득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제성도 마찬가지다. 램시마SC의 장점을 단순히 '주사실에 덜 오니까 편하다' 정도로 축소하는 것은 부정확하다. SC 제형은 외래 또는 낮병동 자원 사용을 줄이고, 투약 관련 인력·공간·시간 부담을 낮추며, 환자 입장에서도 이동과 체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SC 바이오시밀러가 이런 경제성을 동일하게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램시마SC는 인플릭시맙의 유지 치료 구조 자체를 바꾸면서 의료 자원 절감 효과와 약제 노출 안정성을 동시에 제시했기 때문에 경제성 담론에서도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즉 램시마SC의 성과는 'SC라서'가 아니라 SC 전환이 임상 효익과 의료경제학적 효익을 동시에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렇다면 다른 바이오시밀러들도 SC 제형만 확보하면 같은 길을 갈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종양학이나 류머티즘 영역에서도 SC 제형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해당 영역에서는 이미 오리지네이터가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기기 친화성, 지원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제형 변경이 약동학적 또는 임상적 우월성을 동반하지 못한다면 시장은 이를 단순한 편의성 경쟁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다. 결국 SC 전환이 성공하려면 제형 혁신이 아니라 치료 가치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이 점에서 램시마SC는 일반적인 바이오시밀러라기보다 오히려 '바이오시밀러를 넘어선 바이오베터적 성격'을 일부 갖는 특수 사례에 가깝다. 실제로 미국에서 짐펜트라(Zymfentra)는 바이오시밀러가 아니라 별도 신약 경로로 승인받았고, 이는 규제 당국 역시 단순 복제 개념만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램시마SC의 성공을 근거로 '앞으로는 SC 바이오시밀러 시대'라고 단정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이는 정확히 말하면 '일부 제품에서, 특정 질환군에서, 임상적·경제적 차별성이 입증된 SC 제형이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타당하다.

결국 시장은 투여 경로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에 반응한다. 램시마SC가 오리지네이터를 밀어낸 것은 피하 주사라는 형식 때문이 아니라 infliximab 치료의 약동학을 개선하고, IBD에서 더 안정적인 질병 조절 가능성을 보여주며 동시에 의료 현장의 비용 구조까지 건드렸기 때문이다. 이 특수한 성공 사례를 모든 SC 바이오시밀러의 미래로 일반화하는 순간, 산업 분석은 희망 섞인 구호가 될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SC면 된다'는 단순 서사가 아니다. 필요한 것은 각 제품이 임상적 차별성, 약동학적 우위, 환자 편의, 의료 경제성을 얼마나 동시에 입증할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일이다. 램시마SC의 성공은 분명 의미가 크다. 그러나 그 성공을 설명하는 언어는 '피하 주사'가 아니라 '입증된 치료 가치'여야 한다.

 알림  이 반론문은 11일 오전 히트뉴스가 <바이오시밀러 SC면 다 잘되는 줄 알지만... 처방 패턴 바뀌면 '헛일'(관련기사 참조) 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보도한 이후 받은 것입니다. 히트뉴스는 전문가의 견해를 담고 있는 반론을 통해 독자들이 균형잡힌 시선으로 기사를 볼 수 있도록 원문 그대로 게재합니다. 히트뉴스는 쌍방향 소통을 소중히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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