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치료옵션 확대" vs 정부 "공장형 처방만 오남용 감시"
푸리민 16세 이하, 큐시미아 18세 미만 사용 가능
위고비, 삭센다, 제니칼 등은 12세 이상 사용 가능

국내 소아·청소년 중증·고도비만에 대한 치료 옵션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제기됐다. 지난해 국내에서 '위고비' 처방 연령이 확대된 가운데, 조기 치료의 임상적 유용성과 안전성을 고려해 다른 치료제에도 유연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과 대한비만학회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제10간담회의실에서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의 제한적인 국내 처방 환경 및 개선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27일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 처방환경과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국회 토론회에서 의료계 및 규제 전문가들이 소아 고도비만 치료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허현아 기자.
27일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 처방환경과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국회 토론회에서 의료계 및 규제 전문가들이 소아 고도비만 치료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허현아 기자.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비만치료제는 GLP-1 계열인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와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인 '큐시미아'(성분명 펜터민·토피라메이트)와 '푸리민'(성분명 펜터민), '제니칼'(성분명 오르리스타트) 등이 있다. 이 중 '위고비'와 '삭센다', '제니칼' 등은 12세 이상 사용이 가능하며, 마약류로 관리하는 '푸리민'은 16세 이하, '큐시미아'는 18세 미만 연령에 사용이 제한된다.    

미국은 앞서 '삭센다'와 '위고비' 주사 제형, '큐시미아'를 12세 이상 연령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을 확대했으며,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를 추가로 승인하는 등 접근성을 확대해 가고 있다. 

대한비만학회 홍용희 소아청소년위원회 이사(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날 국내 소아청소년 비만 관련 처방 환경과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최근 10년간 소아·청소년의 과체중과 비만 유병률이 증가하면서 2형 당뇨병 등 동반 질환도 함께 늘고 있다"며 "특히 여고생의 비만 증가는 향후 임신·출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아청소년 대상 비만치료제 선택 시 정신계 작용과 안전성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논의 자체가 제한적인 상황은 문제"라며 "중증·고도비만으로 학교생활 적응 장애나 정신과적 문제를 겪는 소아·청소년을 위해 치료 옵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치료제별 한계도 있지만 고도비만의 다양한 원인에 따른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해 사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왼쪽부터) 홍용희 교수, 조혜영 회장, 박정환 교수.
(왼쪽부터) 홍용희 교수, 조혜영 회장, 박정환 교수.

의료계 "비만 상황별 적용 가능한 치료옵션 다양하게"
'펜터민+토피라메이트' 복합제 연령제한 완화 요구   

홍 교수에 따르면 '제니칼'은 변실금 등 위장관계 부작용이, '삭센다'는 매일 1회 주사하는 용법이 부담으로 꼽힌다. '위고비'는 주1회 투여하는 편의성 대비 고비용 문제가 거론되며,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인 '큐시미아'는 정신계 부작용과 의존성 관리가 주요 쟁점으로 지목된다. 

조혜영 직전 한국약제학회 회장(차의과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은 그러나 "펜터민 복합제는 향정신성 의약품인 '펜터민' 성분 함량이 낮고, 체중 감소 효과를 유지하는 '토피라메이트' 성분 비중이 높아 의존성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다"며 "미국 FDA에서도 의존성이 낮아 의사의 처방 하에 사용할 수 있는 약물군(스케줄4)로 관리되는 만큼, 이같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소아·청소년 처방을 허용하고, 후향적 모니터링과 관찰연구를 통해 임상적 의존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박정환 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위원회 이사(한양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안전성 관리 측면에서는 임상연구가 없고 유럽에서 금지약물로 지정된 '펜터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임상적 데이터가 확보된 복합제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비만의 원인이 다양하고 환자 반응도 다르기 때문에 연령 제한을 완화하는 등 치료 옵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 정현철 과장(왼쪽)과 의약품규제과학센터 이재현 센터장.
식약처 정현철 과장(왼쪽)과 의약품규제과학센터 이재현 센터장.

 

정부 "의사 임상적 판단 수용하지만 과도한 남용 주시"
전문가 "의료·학술적 처방 허용, 사후 모니터링으로 검증"

반면 규제 당국은 의료계 일각의 무분별한 사용 가능성을 경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정책과 정현철 과장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처방에 대해서는 치료적 사유가 입증되면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정상적인 사용 범위를 벗어난 '공장형 처방'이 관리 대상"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포함한 마약류 의약품의 경우,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처방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전문가 검토를 거쳐 적정성을 판단하고 있다"며 "3회 이상 사전 알리미와 소명 기회를 거쳐 과도하게 남용되는 사례에 대해서만 행정처분을 의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약품규제과학센터 이재현 센터장(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은 이와 관련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면서 습관적 의존성을 유발하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은 오랜 과제지만 의학적·학술적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 국제적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마약류 의약품 안전관리 영역에서 국제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서 규제조화를 잘 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적 선택을 제한하거나 금지하기보다는 사전·사후 관리시스템을 활용해 합리적 사용을 유도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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