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좀 투여 막히자 ECM스킨부스터 '풍선 효과' 누려
안전 관리 공백 속 "당국의 부작용감시 시스템도 미비"

중증 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인체조직이 수익성 높은 미용 시장으로 흘러들면서 안전성과 부작용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행 '인체조직안전법'은 인체조직의 용도를 질환치료 목적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미용 시장에서 '에스테틱 시장 최초', '스킨부스터 끝판왕' 등 자극적 광고를 양산하며 확산 중이다. 20년 전 의료계가 이 문제점을 경고한 바 있지만 ECM 스킨부스터는 '프리미엄' 이라는 이름을 달고 버젓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① 내 인체조직이, 남의 '피부미용'에 쓰이게 된 까닭은?
② 20년 전 경고했는데도 인체조직 상업화 우려 현실로

의료계도 20년 전 '경고음'

기증 목적 벗어난 미용·성형 전용 우려 

"인체조직의 사용은 장기이식의 경우처럼 긴급히 생명을 구하기보다는 생명의 질을 올리는 측면이 강하며 미용이나 성형 등의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장기이식에서처럼 생명을 구한다는 절박성이 희박해 그 사용목적이 기증자들이나 기증자 가족들의 원래 의도에서 벗어나 변질될 가능성이 크게 존재한다."

2004년 1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당시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한 '바람직한 인체조직활용제도 연구' 보고서는 인체조직의 치료 목적 외 사용에 대한 의학적·사회적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2004년 당시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했던 보고서 내용 일부 발췌. 미용성형 사용 우려와 그로 인한 알맞은 적응증 적용을 언급하고 있다.
2004년 당시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했던 보고서 내용 일부 발췌. 미용성형 사용 우려와 그로 인한 알맞은 적응증 적용을 언급하고 있다.

연구진은 "유효한 승낙에 의한 조직의 채취가 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치료의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이기 때문이므로 채취된 조직을 순수한 질병의 치료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조직 기증자가 자신의 조직이 미용목적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고지받고 동의하지 않는 한 순수 미용목적으로 조직을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증자 동의 없는 미용 목적 사용은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실제 해외에서 상업 목적 인체조직 사용이 문제가 된 사례도 언급됐다.  

연구진은 "미국에서는 인체조직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고가 미용성형 등 치료목적 이외의 사용"이라며 "상업 목적의 인체조직 사용으로 인체조직이 부족해지고 정작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사용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용 목적 사용이 늘어나면, 정작 화상 환자나 조직 재건이 필요한 환자들이 조직을 구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2004년 당시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했던 보고서 내용 일부 발췌. 미용성형 사용 우려 내용이 담겨 있다.
2004년 당시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했던 보고서 내용 일부 발췌. 미용성형 사용 우려 내용이 담겨 있다.

연구진은 국내 치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에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들이 다수 유통되는 현실을 지적했지만, 20년이 흐른 지금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엑소좀 막았더니 ECM 풍선효과" 
규제 사각지대서 새로운 시장 찾아 

한 미용성형 및 시술 전문의원의 홍보물. 해당 사이트에서는 엑소좀 화장품을 스킨부스터라는 이름으로 홍보하고 있다.
한 미용성형 및 시술 전문의원의 홍보물. 해당 사이트에서는 엑소좀 화장품을 스킨부스터라는 이름으로 홍보하고 있다.

ECM 스킨부스터가 급부상한 배경에 엑소좀 화장품 규제 강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2022년에는 소위 '엑소좀 화장품'을 주사로 피부에 주입하는 시술이 확산헀다. 의료기관에는 이로 인해 이물 육아종, 흉터, 색소 침착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보고됐다.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당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의원은 보건복지부에 의료기관의 화장품 불법 투여 실태조사를 주문했다.

최 의원은 의약품 허가는 식약처 업무이나 의료제품을 허가범위에 맞게 사용하는지 확인하는 것은 복지부 업무범위라며 관리 공백을 지적했다.

엑소좀 화장품 규제와
ECM 스킨부스터 부상
2022~2025 주요 경과
 
2022년
'엑소좀 화장품' 주사 시술 확산
이물 육아종·흉터 등 부작용 보고
문제 발생
 
2022년 10월
국정감사서 실태조사 주문
복지부·식약처 관리 공백 지적
국회 대응
 
2022년 12월
인천 남동구보건소, 의사면허
자격정지 결정 → 단속 본격화
행정조치
 
2025년
식약처 '화장품 표시·광고 관리지침' 개정
엑소좀·줄기세포 표현 사용 금지
규제 강화
 
2025년 5월
법원, 엑소좀 손주사 의사에
자격정지 3개월 처분 정당 판결
법적 종결

결국 2022년 12월 인천 남동구보건소가 엑소좀 화장품을 주사제로 사용한 의료기관 원장에 의사면허 자격 정지 결정을 내리고 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하면서 단속이 본격화됐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 자문을 통해 화장품의 주사 주입 행위가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식약처가 2025년 '화장품 표시·광고 관리지침'을 개정하며  인체 유래 줄기세포, 엑소좀, 리포좀 등이 들어있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금지됐다. '마이크로 니들', '미세침', 'MTS' 등 화장품 범위를 벗어나는 사용방법 표현도 금지됐다.

올해 5월 법원은 엑소좀이 포함된 화장품을 손주사 방식으로 얼굴에 투여한 의사에게 자격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하면서 약 3년에 걸친 문제를 마무리했다. 

당시 재판부는 "해당 제품이 피부 도포를 전제로 한 화장품이라 할지라도, 주사로 체내에 직접 투여한 이상 의약품으로 간주된다"며 "허가되지 않은 제품을 주사한 행위 자체로 법 위반이 성립하며 이는 명백한 비도덕적 진료"라고 판시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경과로 엑소좀 시장이 위축되자, 새로운 출구로 ECM 스킨부스터가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규제 체계의 분류 모호성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두 제품은 닮아있다. 엑소좀은 화장품과 의약품의 경계에서, ECM은 조직이식재와 의약품의 경계에서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쪽을 막으면 다른 쪽으로 이동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수익성을 노려 새로운 규제 공백을 찾아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모 의료기관의 외국인용 ECM 스킨부스터 홍보 게시글 일부. 무허가 제품이 사실상 K-뷰티의 첨병으로 여겨지는 셈이다.
모 의료기관의 외국인용 ECM 스킨부스터 홍보 게시글 일부. 무허가 제품이 사실상 K-뷰티의 첨병으로 여겨지는 셈이다.

 

식약처는 "부작용 없다"는데 업계 일각 "체계가 미비한 것 뿐" 

국회는 인체조직 오남용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국정감사 서면질의를 통해 "인체조직을 가공해 만든 스킨부스터를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경우 환자 고지를 의무화하는 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의료기관에서 인체조직을 미용 목적으로 사용해 이식한 후 부작용이 발생하면 식약처장에게 보고하도록 하는지, 현재까지 부작용 보고가 있었는지도 따져 물었다.

식약처는 "조직은행과 의료기관은 인체조직 이식 후 부작용 발생 시 식약처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미용 목적 사용과 관련한 부작용 보고는 없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업계는 이같은 답변이 실제로 부작용 '제로(0)'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피부이식은 의약품, 의료기관기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진료행위 근간인 질병코드도 없는 만큼 보고 체계 자체가 미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 의원은 "인체조직 이식결과 기록서에 사용목적을 명확히 하고 작성보고 및 추적조사를 보다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도 당부했다. 식약처는 개선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으나, 모니터링 체계 개선을 위한 규정 개정, 이해관계자 의견 조회 등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회는 인체조직 오남용에 따른 현장의 문제와 개선 경과를 면밀히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중증 화상 치료 및 재건에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할 피부이식재 수급이 부족해 정작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이 동물 피부조직을 이식하는 사례가 의료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미용 등 시급성이 떨어지는 인체조직 사용과 공급 구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치된 규제 공백이 인체조직 상업화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관계당국의 대응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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