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책 방향과 시장 논리 이해는 선택 아니라 필수"

심유란 박사의 월간 차이나 GHINA [1] 개요
중국이 우리를 추월할 것이라는 예상은 적중했다. 낮은 가격을 앞세워 글로벌 원료의약품 공급 1등 자리를 차지했던 중국은 이제 '글로벌 혁신의약품 개발의 떼루아(terroir)'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경쟁하며 협력할까?
글로벌 제약 산업의 무대에서 중국 제약회사들의 행보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은 이제 정책 지원과 R&D 투자, 자본과 인재를 기반으로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거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제약산업의 변화는 국제 제약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파트너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조 단위로 성장하는 시장
중국 제약 시장은 이미 세계 2위 규모다. IMARC 그룹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시장 규모는 3065억 달러에 달했고 2033년 573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연평균 성장률은 7.2%다. Grand View Research도 2025~2030년 동안 7.8%의 성장률을 예상했다.
기관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시장이 크고 빠르게 성장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중국 인구의 고령화, 국민들의 공중 보건 인식 확대 및 구매력 향상 등이 제약분야의 성장을 떠받치고 있다.
모방에서 혁신으로
중국의 제약 산업의 중심축은 단순 제조에서 혁신으로 이동했다.
시장 확대 : 2023년 혁신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7097억 위안(99억 달러), 2024년에는 7534억 위안(105억 달러)로 증가했다.
R&D 위상 변화 :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에서 중국 신약의 비중은 2013년 3%에서 2023년 28%로 확대됐다.
글로벌 출시 : 중국에서 최초로 허가된 글로벌 신약 비중은 2017년 9%에서 2023년 29%로 늘었다. 중국은 이미 소비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신약의 상용화 무대가 됐다.
보험제도와 NRDL
중국의 국가 의료보험 급여목록(NRDL)은 혁신 의약품의 시장 진입을 가속화하는 주요 제도다.
이 제도의 전환점은 2017년 개혁이었다. 이전에는 고가 신약이나 혁신 치료제가 보험에 포함되기 어려워 환자 접근성이 크게 제한됐다. 2017년부터 중국 정부는 제약사와 약가 협상 체계를 도입하며 구조를 바꿨다. 이 개혁의 핵심은 "용량 대비 가격(volume-for-price)" 모델이다. 제약사가 가격을 크게 낮추는 대신, 정부가 광범위한 환자군을 보장해주는 방식이다. 이로써 환자는 더 빠르고 저렴하게 신약을 이용할 수 있고, 기업은 대규모 매출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협상 주기가 짧아져 매년 새로운 약물이 등재될 수 있게 됐다. 혁신 신약,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 등은 우선적으로 고려되며, 신약의 시장 진입 속도가 과거보다 크게 빨라졌다.
2023년에는 126개 신약이 협상을 통해 NRDL에 등재됐고, 2017년 개혁 이후 누적 871개 약물이 포함됐다. 2024년 협상에서는 후보 117개 중 89개가 성공해 76%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특히 세계 최초 신약의 등재 성공률은 90% 이상이었다. 다만 평균 63%의 가격 인하가 수반돼 기업에는 기회이자 부담으로 작용한다.
글로벌 협력과 라이선스 아웃
중국 제약사는 해외 제약사와 기술 협력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라이선스 아웃 거래액을 살펴보면 2022년 약 280억 달러, 2023년엔 380억 달러, 2024년에는 460억 달러로 증가했다. 그 중에서 ADC, 세포치료제, 이중항체 등 첨단 분야가 라이센싱 아웃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중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는 흐름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해외 규제 승인과 임상 데이터 신뢰성 확보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
시사점
중국 제약 산업은 생산 기지를 넘어선 복합 생태계로 자리 잡았다.
• 내수 시장과 정책 지원은 성장을 견인하고
• 혁신 중심의 R&D는 글로벌 파이프라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 보험제도 개혁은 환자 접근성을 넓히는 동시에 기업 전략을 재편한다.
• 라이선스 아웃 확대는 중국을 글로벌 기술 공급망에 깊이 연결시키고 있다.
한국 기업에는 중국이 기회이자 경쟁자다. 여기에는 바이오의약품, 디지털 헬스, 첨단 의료기기 분야에서 협력과 경쟁이 병존한다. 그러므로 중국의 정책 방향과 시장 논리를 이해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향후 한중 협력은 단순한 무역을 넘어 공동 연구개발·공동 생산·시장 공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심유란 스마트바이오팜㈜ 대표
ㆍ현 켐하이코리아 CDO
ㆍ전 연세대학교 약학대학 연구교수, 겸임교수
ㆍ전 심양약과대학교 제약공정대학 유기화학연구실 부교수
ㆍ경희대학교 약학대학 나노의약생명과학과 박사
ㆍ심양약과대학 제약학과 학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