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바이오의약품협회 지원사업 간담회 참석자의 말
① 국산화 넘은 세계 시장 노릴 사업으로 키워야
② K-원부자재 쓰고 싶은 기업 리스크 헷징 필요
③ 교육, 인증, 코디네이터 등 '판갈이' 움직임 있어야
④ 4년은 너무 짧다, 오래 두고 키워야

"4년전 질문을, 지원사업이 끝나는 이 시점에서도 하고 있다."
올해 마무리하는 '바이오의약품 원부자재 상용화 지원 사업'에 참여한 기업과 수요기업, 정부기관이 모인 간담회에서 업계가 공감한 한 마디가 이렇다. 분명 성과를 내고 있지만 K-바이오 기반이 될 원부자재 사업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지난달 29일 열린 간담회에서는 이 때문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나왔다. 전 산업군 중에서도 발전이 매우 빠른 바이오의 핵심은 '원부자재 산업 역량'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히트뉴스>는 주요 참석자들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원부자재를 살리기 위한 작심발언을 모아봤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고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인천광역시, 인천테크노파크, 인하대학교,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등이 참여하는 2022~2025년도 진행사업. 바이오의약품 원부자재 개발 시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간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고 전주기적·맞춤형 지원을 통해 국내 원부자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의 일환이다.
지원 대상에는 배지, 싱글유즈백, 필터 등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모든 원부자재가 포함되는데 구체적으로는 ① 시험평가 및 인증 지원 ② 법령·시장정보 DB 구축 및 활용 ③ 수요·공급기업 협력 플랫폼 운영 ④ 교육 프로그램 제공 ⑤ 국내외 전시회 참가 및 마케팅 지원 ⑥ 실증평가 및 실습교육 지원 ⑦ 사업 종료 후 홈페이지와 DB를 통한 지속적 정보 제공 등이 있다.
간담회에는 GC녹십자, 일양약품, 바이온팩 등 수요·공급 기업과 KCL, VCAST 등 연구기관, 서울대 교수, 인천시 관계자 등이 함께 모였다.
먼저 발표한 최정민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이사는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소부장 핵심 품목이 80여개에 달하지만 국산화 자급률은 5~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다행히 정부가 2030년까지 이를 1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유관기관이 나서 원부자재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과 관련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만날 자리부터 만들어야
국산화? 이제는 세계화 위한 정책 지원 필요
강은영 KCL 연구원은 4년간 사업을 진행하며 느낀 근본적 문제를 지적했다. "코로나19 때 해외 제품을 대체하기 위해 국산화를 추진했지만, 문제는 수요 기업에서 국산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며 "수요 기업은 공급 기업이 어떤 제품을 만드는지 모르고, 공급 기업은 수요 기업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강 연구원은 실제 기술 지원이나 R&D 지원 사업과 더불어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이 직접 만날 수 있는 전시회, 지지털 교류회나 대면 매칭 자리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연구원은 "단순 국산화가 아니라 글로벌 인증을 중심으로 우리나라를 허브로 만드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며 "수요 기업에서도 FDA 등 해외에서 통용될 수 있는 인증을 요구하고 있다"며 "글로벌 인증 등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남호 바이온팩 차장 의견도 궤를 같이 했다. 그는 "이 사업을 통해 홍보 동영상 제작, 해외 전시회 부스 지원 등을 받았는데 이런 지원이 실제로 수출 성과로 이어졌다"며 "금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이런 작은 지원들이 시작 단계에서 더 유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소모품 국산화를 진행하며 많은 바이오 업체가 제품을 사용해주셔서 성장했지만 다음에 어떤 품목을 국산화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튜빙 등은 이미 다른 업체들이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찾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잘하는 부분과 어려운 것을 조합해 협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리스크' 질 수밖에 없는 수요기업
공급사와 간극 메꾸려면? 유도요인 필요
최순우 GC녹십자 구매지원팀장은 수요 기업의 현실적 어려움을 설명했다. 최 팀장은 "공급 기업들이 자신들이 잘 만드는 제품을 우선시하다 보니, 수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제품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떤 아이템을 공급할 수 있는지, 수요 기업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서로 파악이 안 돼있다"며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의 매칭 필요성을 먼저 전했다.
그는 실제 한 공급업체와 협력이 오래 걸렸던 사례를 들며 내부 각 부서와 협의하고 요청했지만 공급업체가 제시한 아이템이 우리 내부에서 우선순위가 낮았던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자와 외부자 간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공급 기업에는 전략적으로 만들고 싶은 제품이 있지만 수요 기업에는 바꿀 수 있는 제품과 우선순위가 따로 있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최 팀장은 수요 기업 내부의 입장 차이도 설명했다. "공장이나 품질관리 부서는 변경하지 않는 게 가장 편하다. 구매 부서는 변경하고 싶지만 리스크가 크다. 공급 주체를 변경한다고 해서 내부적으로 인센티브가 있는 것도 아니다"며 "국산화 제품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리스크를 수요 기업이 부담하기 때문에, 세제 혜택이나 지원금이 있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곽준신 일양약품 백신 QC팀 차장도 수요 기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곽 차장은 "고부가가치 제품은 접근이 어렵고,백이나 필터 같은 제품이 금액적으로나 수요 측면에서 더 많은데 바로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허가 중 문제를 아쉬운 지점으로 찍었다. 예전에는 제품 이름만 기재했지만, 최근 식약처는 회사명과 재질까지 상세히 기재하도록 요구하면서 식약처 이외 기관을 건넜다 와야 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허가증에 등재되면 변경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정작 원부자재가 식약처의 관할이 아니어서 아쉽다는 의견을 전했다.
곽 차장은 "제품에 직접 적용해야 검증이 가능한데, 백신 하나만 해도 수십억원이 든다. 필터나 백을 바꿔서 테스트하면 제품을 버려야 하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그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이런 검증 비용이나 위험성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다면 더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오조차 생소한 영세 기업 많다
교육, 코디네이터, 기준까지 '한 데 묶어야'
이상윤 쏠와이즈 대표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를 통한 클러스터 사업에도 관여한 그는 "시흥시의 경우 전체 기업이 1만4000개인데 바이오 관련 기업이 360개, 소부장업체가 포함된 경영인협회 대의원만 200여명이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이 자기 제품이 제약이나 바이오의 어디에 쓰여야 할지 무엇과 관련됐는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그는 "5인 미만 영세 기업이 많은데, 이들은 바이오 전문 용어조차 생소하다. ESG 경영 교육을 시켜도 참여율이 20~30%에 그친다. 먹고살기 바쁜 상황에서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바이오 원부자재 사업을 키우려면 계몽 수준의 기초 교육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실제 네트워킹이 결합된 교육을 제시했다. 실제 서울대학교의 경우 바이오 최고경영자 교육과정을 모집하는데 소부장 관련 업체를 모아 3개월에서 6개월 과정을 운영하며 교육과 업체 파악, 네트워킹 등을 결합한 수료 과정을 도입하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코디네이터 도입 제안도 나왔다. 이 대표는 "이 분야를 전담할 수 있는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그룹을 구성해 지자체별 업체 리스트를 정리하고 매칭하는 역할을 맡기자. 이들이 제약바이오의 기본 지식을 갖추고 업체들을 연결해준다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영 연구원은 더불어 단체 표준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활용하는 BPOG처럼, 업체들이 통용할 수 있는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 원부자재 협의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이를 활용해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맞춤형 인증 표준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희선 연구원 역시 현실적인 인증루트를 통해 시장에 진입하는 하나의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현재 식약처와 연계해 세포주, 벡터, 생물학적 원료 등에 대한 GMP 인증 사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일부 원부자재 업체에게는 처음부터 GMP 수준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하지만 모든 업체에 GMP 인프라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인 만큼 고부가가치 원부자재는 우선적 인증 대상으로 삼고 영세 업체에는 단계적이고 현실성 있는 인증 루트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그는 강조했다.

'우리도 끌고 가고 싶다'
4년은 너무 짧다, 결국은 꾸준한 사업만이 살린다
회의 말미에는 후속 사업을 위한 필요성이 강조됐다. 박혜윤 인천광역시 바이오산업팀장 등을 비롯한 시 측도 "(사업 이후에도) 시 자체적으로도 사업을 구성하려 하고 있다"며 이번 사업이 1회성으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강은영 연구원은 "이 사업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동안 억 단위 매출 실적을 달성한 것이 상용화 필요성을 어필할 수 있는 큰 레퍼런스가 됐다"며 "다른 소부장 사업과의 차별점을 두면서 후속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시간이 걸리지만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순우 팀장은 "큰 돈이 아니더라도 이 사업이 계속 진행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여기서 만난 업체들의 정보를 얻는 것 자체가 큰 성과였다. 저희가 쓸 수 있는 업체는 이미 알고 있지만 새로 진출하고 싶은 업체들을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이 꾸준히 국산화와 상용화를 논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