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원, CIC 프로그램 확대와 병원 연계로 미국 진출 단계별 지원
보스턴 방문기 취재 수첩에 남은 BIO USA 현장
① 보스턴 CIC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국지사 (KHIDI USA)
보스턴 켄달스퀘어는 글로벌 바이오테크 생태계의 심장이다. MIT와 하버드, 주요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이 한데 모여 연구와 비즈니스를 펼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KIDI)은 이곳의 명성 높은 인큐베이션 센터 CIC에 한국 바이오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글로벌화의 첫발을 내딛고 있다.
박순만 미국지사 지사장은 "보스턴은 세계 최고의 바이오 생태계를 가진 권역이며, 특히 켄달스퀘어는 걸어서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텍 연구소에 접근 가능한 곳"이라며 "CIC는 명성이 높은 인큐베이션 센터로서, 한국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글로벌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비즈니스를 전개하기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보스턴 CIC, 한국의 좋은 기술을 글로벌화하는 거점으로"
현재 보스턴 지사의 전략적 목표는 명확하다. 한국 기업과 연구자들이 미국 현지의 바이오텍, CRO(임상연구기관), 컨설팅 기업, 하버드 대학 병원 및 NIH 같은 주요 연구센터와 협력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수행한다. 박 지사장은 "한국의 좋은 기술이 미국의 선진 바이오 환경에서 상품화되어 매출을 일으키도록 지원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뿐만 아니라 국내 우수한 기초·중개 기술들이 사장되지 않고 미국 시장에서 꽃피울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흥원이 가장 주력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2022년부터 운영 중인 CIC 입주 인큐베이션이다. 김용우 제약바이오산업단 단장은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할 당시, 보스턴 켄달스퀘어 지역이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위한 최적의 입지라는 판단 아래 CIC 인큐베이션 센터와 협력하게 됐다"며 "원래 계획은 기업당 1년 예산 지원이었지만, 당시 상황상 반년치 예산만 확보됐고, 지금은 이 프로그램이 고착화되어 기업당 최대 3년 지원을 원칙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IC 입주 프로그램은 현재 상시 30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 체제로 운영된다. 초기에는 입주 기업 수가 10~20개에 머물렀으나, 꾸준한 관심과 지원 확대를 통해 30개 수준으로 늘어난 상태다. 김 단장은 "기업들이 2~3년의 짧은 기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눈에 띄는 성공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진흥원의 직간접적 지원과 현지 네트워킹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는 오름테라퓨틱이다. 오름테라퓨틱은 보스턴 CIC에 입주해 현지에서 사업개발(BD) 활동을 진행하며,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와 계약에 이어, 버텍스(Vertex Pharmaceuticals)와도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김 단장은 "이 사례는 현지에서 직접 BD 활동을 펼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며 "특히 보스턴의 강력한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와 성공적인 딜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성공 사례는 휴온스의 국소마취제 '리도카인'이다. 김 단장은 "휴온스는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의약품으로는 최초로 FDA 승인을 받아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며 "현재 현지 유통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매년 매출이 두 배씩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오토텔릭바이오가 미국 FDA 임상 진행 중인 약물에 대한 멕시코 및 브라질 시장 판권 계약을 체결하는 등 소규모지만 꾸준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K-바이오, 준비하고 온다면 CIC가 성과내게 지원"
김용우 단장은 "CIC 입주 기업들이 함께 모여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현지의 한국계 연구자와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들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추가적인 비즈니스 기회도 창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순만 지사장은 "미국에서 독립적으로 오피스를 운영하는 것은 높은 비용과 복잡한 현지 규정으로 인해 쉽지 않다"며 "CIC라는 둥지 안에 여러 기업이 함께 입주함으로써, 정보를 교환하고 협력하며 현지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입주 기업들이 오직 비즈니스 디벨롭먼트(BD)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무형의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5년 CIC 프로그램에 선발된 기업들은 단순한 공간 입주를 넘어, 현금성 지원과 맞춤형 컨설팅, 현지 네트워크 연계 등 다양한 혜택을 받게 된다. 김 단장은 "가장 기본적으로는 CIC 공간 사용과 연간 약 1500만원의 입주비 지원이 제공되며, 이후 기업별 상황에 맞춰 차등화된 맞춤형 지원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특히 일정 기업은 최대 5000만원 규모의 심화 컨설팅 프로그램을 통해 시장 진출 전략, 기술이전, 인허가 등 고도화된 자문을 받을 수 있다. 진흥원은 또한 전 세계 240여 명, 미국 내 50~6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글로벌 전문가 풀(Global Professionals Pool)'을 통해 무상 컨설팅을 연계하고 있다. 이 중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10년 이상 심사 활동을 한 전문가도 포함돼 있다.
박 지사장은 "보스턴이라는 입지 자체가 가진 프리미엄이 크며, CIC 입주는 정부가 선정한 기업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현지 파트너들 사이에서도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진흥원이 보스턴에서 직접 운영하는 약 5명의 지사 인력은 단순한 사무처리 지원을 넘어서, 기업과 가족처럼 밀착된 동반자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단순히 지원만 제공하는 구조가 아니라, 함께 협의체를 만들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현지에서 자생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생태계의 핵심 중 하나는 재미 한인 바이오기업 대표자 협의체(KABA)와의 연결이다. 진흥원은 KABA와 정기적으로 공동 포럼을 개최하고 있으며, CIC 입주 기업과 현지 창업 경험이 있는 법인장 간의 심화 대화를 주선하고 있다. 박 지사장은 "제노스코 고종성 박사 등 한국계 창업자들이 분기별로 모여 세금, M&A, 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현장형 컨설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은 준비 없이 CIC에 진출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단순히 '보스턴에 들어가면 뭐가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오면 안 된다"며 "해외 진출을 위한 전략과 목표, 최소한의 자료나 데이터가 준비돼 있어야 현지에서의 연결이 성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클러스터 내 병원까지 협력 노려...K-바이오 성장위해 노력해"
향후 진흥원 보스턴 지사는 켄달스퀘어(Kendall Square) 내 병원 및 의료기관들과의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이다. 박순만 지사장은 "보스턴에는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브리검 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 다나파버암센터(Dana-Farber Cancer Institute)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들이 집중돼 있고, 이들 기관이 중심이 되어 산학연 융합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병원 중심의 클러스터 안에서 한국 기업들이 임상시험, 공동연구, 시제품 테스트 등 실질적인 협업을 할 수 있도록 물리적·제도적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며 "현재는 CIC 등 창업 기반 인프라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앞으로는 R&D 협력 중심의 새 센터를 추가로 설치해 병원 및 의료기관과의 접점을 보다 명확히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박 지사장은 이어 "보스턴의 병원들은 단순한 진료 기관이 아니라, 신약개발 전주기에 걸쳐 공동연구와 환자 기반 임상을 주도하는 핵심 축"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진입장벽을 낮추고 이들과의 협력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진흥원이 제도적 연계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만 지사장은 "미국, 특히 보스턴 캠브리지 권역에는 일본 기업들이 최소 20년, 거의 30년 먼저 진출해 있다"며 "지금 이 지역 바이오 생태계의 중심에서 가장 많은 인력을 두고, 가장 비싼 부지에 가장 좋은 건물을 사용하는 곳은 다케다제약이다. 이는 일본이 한국보다 훨씬 앞서 글로벌화를 시도했고, 그 결과를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CIC 프로그램은 보건산업진흥원과 보건복지부가 함께 시작한 일종의 전초기지 사업"이라며 "여러 기업이 함께 모여 시너지를 내는 방식은 여타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고, 한국만의 독창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기업들은 언젠가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주체들이며,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지금처럼 민관이 함께 지원하는 구조가 앞으로 더 큰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10년 후에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때쯤이면 유한양행과 같은 국내 기업이 이 지역에 자체 건물을 보유하고 있을 수도 있으며, 그 출발점이 바로 지금의 CIC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용우 단장은 "지금까지는 제한된 예산 안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지만, 안정적인 운영과 더 많은 기업 지원을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충분한 예산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CIC를 넘어 유럽, 일본, 중국 등 세계 주요 바이오 클러스터와의 협력도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피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