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기초·필수의약품, 직판, PBM 영향 등 '문제 없다' 자평
내외부 평가, 투심잡기, 1기집행부 약가인하 실패등 분석 겹쳐

연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의약품 고관세 적용은 물론 약가인하 정책 발표로 자국 기업과 세계 제약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문제가 크지 않다'며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실제 영향이 크게 미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데다 투심 저하 분위기를 미리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휴온스는 13일 보도자료를 내어 트럼프 행정부의 처방의약품 가격 인하 행정명령과 관련 입장을 전하며 자사 주력 제품인 국소마취제의 미국 수출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했다.
회사는 현재 생리식염주사제, 리도카인염주사제 등 총 7종의 FDA 품목허가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주력제품인 리도카인 제품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필수의약품 목록에 포함됐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공급부족의약품(Drug Shortages List)에도 속하는 만큼 약가 인하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휴온스 관계자는 "금번 행정명령의 핵심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구조 개선 정책과 약가인하 대상 약물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약가의 격차가 크고 많은 지출을 일으키는 고가 의약품의 가격 인하가 주 대상일 것"이라며 그 영향력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
흥미롭게도 13일 오전 셀트리온도 미국의 '최혜국 약가 제공 행정명령'이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셀트리온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등 중간 유통 구조 개선으로 바이오시밀러 제조사가 정부와 직접 약가협상 가능 △고가 의약품 약가 인하를 통한 바이오시밀러 처방 확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최혜국 약가 제공을 위한 병행 수입 활성화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며 미국 내 직판 영업망과 유럽 시장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에 출시하지 않았던 제품을 추가로 선보여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이를 활용한 마케팅 시너지를 창출해 판매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셀트리온 측은 이번 행정명령이 바이오시밀러 제조사, 특히 미국 현지 직판 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향후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 수출을 위한 주요 품목을 보유한 회사들 역시 사실상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약가 명령이 자사의 수익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지난해 리브리반트와 병용 급여를 허가받은 항암제 '렉라자'를 보유한 유한양행은 로열티를 받는 것으로 실제 회사 측에 끼치는 관세 영향이 없다는 점을 전하고 있다.
면역글로불린 제제 '알리글로'로 미국 진출에 성공한 GC녹십자 역시 미국 내 필수의약품 지정으로 행정 명령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평가받고 있다. 미국 시장 에 진출한 보툴리눔톡신 보유 기업 중 휴젤은 '레티보'(미국 제품명) 계약 당시 파트너사가 관세 부담을 지도록 하는 계약이 맺어진 점 덕분에, 대웅제약도 판권이 파트너인 에볼루스에 있다는 점 덕분에 우려 만큼 타격을 입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같은 업계의 반응은 미국시각 11일 나온 미국인과 납세자가 처방의약품 비용을 타국과 일치시키는 내용의 행정명령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트럼프는 우리 시각 13일 오후, 미국 시각 12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에 따라 미국 내 제약사는 두 가지 기로에 놓였다. 하나는 30일 이내 미국 내 처방되는 의약품의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정부의 향후 제한을 받을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미 정부는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인하 목표치를 설정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경우 '최혜국 가격'이라고 불리는 정부 제시가를 적용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미국 내 제약사가 해외 판매를 통해 이익을 얻은 만큼 미국 내에서는 약가를 깎을 수 있다는 논리가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다. 실제 미국 정부는 이번 행정명령을 두고 제약사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자사 제품의 가격을 낮추고, 미국에서는 높은 약가를 적용해 그 차액을 메우고 있다고 봤다. 간단하게 미국에서 개발을 했으면서 정작 해외에는 의약품 가격을 내리고 미국 환자를 봉으로 삼고 있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약가를 59%가량 인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이같은 조치에 미국제약협회(PhRMA)는 즉각 반발했다. PhRMA 측은 발표 이후 입장을 통해 "미국 환자에게 최혜국 가격으로의 인하는 제약사들의 투자 계획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PBM이라고 불리는 의약품 처방 관리회사를 포함한 중개업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보험사-기업-정부기관 등 약제비 부담주체를 대신하는 협상 및 관리회사. 약가협상을 비롯해 사보험 내 처방집 관리, 약국 네트워크 관리, 처방전 관리, DUR, 환자지원 프로그램 등 약과 관련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 미국 내 제약사에게는 처방을 위해 매우 중요한 존재로 꼽힌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불투명한 가격 책정과 리베이트 문제가 불거지며 PBM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다국적 제약사가 국내사와 협상에서 높은 가격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가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점 △필수의약품 등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점 △미용 등을 비롯한 일부 제품의 경우 관세가 적용되어도 실제 가격이 높지 않다는 점 등이 국내 제약업계에는 처음 우려만큼 영향이 있을 것인지 의문이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국내 제약업계를 바라보는 투자자의 우려가 이어지는 이상 이번 문제와 선을 그어 투자심리와 기대감을 유지하려는 제약사들의 선제조치 아니겠냐는 게 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의약품 수출량이 높은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관세 자체의 영향보다 이로 인한 기업 가치 저하 문제가 업체들 입장에서 더욱 크게 작용하는 듯 싶다"며 "더욱이 과거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에도 약가인하를 추진했지만 자국 제약업계를 비롯해 안팎의 반대로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던 만큼 일단은 크게 질러놓고 상황에 따라 문제를 고치는 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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