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정 교수, 약가인하정책이 제약 성과와 행태에 미치는 영향 발표
일괄인하 이후 96개사 분석 결과, 건보재정 증가에 소비자부담 늘어
위수탁·코프로모션 등 생태계 악영향...’다면적 정책 수립’ 필요

최윤정 연세대 교수가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최윤정 연세대 교수가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2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약가인하 기조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국민 의료비 감소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적정 수준이 보장되지 않아 비급여 의약품이 증가함에 따라 국민 입장에서는 의료비용이 증가했고, 제약사에게는 매출저하와 낮은 수익성의 코프로모션 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제약산업의 생산 기반 강화를 위한 정책 수립 필요성의 제언도 이어졌다.

25일 서울 고려대학교 미래융합기술관에서 열린 '2024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 날 발표를 맡은 최윤정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는 '약가 인하 정책이 제약기업의 성과와 행태에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 약가인하 정책에 노출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매출액 성장 둔화, △비급여 전문의약품의 생산비중 증가, △급여 내 미인하 품목 생산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먼저 2022년 급여의약품의 건강보험 청구액(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준) 약 23조4000억원 2012년 4월 시행된 일괄약가 인하 이후 제약사 측면의 연구가 적었다는 점을 집중했다. 실제 약가인하가 본격 시행된 이후 오리지널 의약품의 사용 증가와 고가의약품 선호 현상 등을 봤을 때는 제약생태게에 일괄약가 인하가 미친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개별기업의 약가인하에 따른 지표 변화와 현재 제약사의 행태 변화를 바탕으로 이를 시뮬레이션, 제약사는 물론 소비자의 후생, 건강보험 재정 변화를 각각 분석했다.

연구진은 2008년부터 2019년까지 관측이 가능한 96개 기업을 추려 연도별 제약사의 제품명, 품목코드, 생산단가, 주성분코드, 포장형태, 함량, 급여/비급여여부 등을 함께 정리했다. 여기에 심평원의 약제급여 목록 및 급여상한 금액표를 맞춰 보며 약가 인하 정책과 그로 인한 상한금액 변화를 함께 계산했다. 특히 인과효과의 추정값을 식별할 수 있도록 상황에 따른 이중차분법(조치 전과 후에 따라 경향성을 두 번 나누는 형태의 통계기법)을 활용했다.

<참고> 처치(약가인하)-미처치(미인하) 기업 가정 조건

1. 급여 전문의약품 인하품목과 미인하품목 생산액 비중 50:50
2. 급여 전문의약품 중 미인하 전문의약품 생산 비중 5% 증가 
3. 급여 전문의약품에 대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부담은 의약품 가격의 약 75%, 소비자는 25%(건보공단 부담률 75.1% 참고)
4. 약가인하 정책으로 의약품 가격 약 15% 하락(약가인하급여 의약품, 미인하 전문약은 약가변동 없음)

그 결과 2012년 96개 제약사는 2013~2019년까지 미노출 기업(약가인하 적용을 받지 않은 기업을 가정한 것)에 비해 적게는 26.0%에서 많게는 51.2%까지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약가인하의 영향은 없었을 때보다 많게는 절반 이상 매출을 줄었다는 것인데 장기적인 성장세가 둔화되며 제약사가 긴 기간동안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막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 약가 인하 충격을 받지 않는 품목(미인하 급여의약품)의 생산을 늘리면서 재정부담이 증가하거나 소비자의 보장성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의 약가 인하군과 미인하군을 비교해보면 비중변화가 없을 때 ①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부담은 같은 기간 0.75에서 0.69선으로 소폭 줄어들었고 ②미인하 전문의약품의 비중이 5% 늘어나면 인하군의 건보 부담은 0.38에서 0.32로 줄어든 반면 미인하군 품목의 건보부담은 0.38에서 0.41 수준으로 증가했다. ③ 만약 급여 전문의약품의 수요(사용량)가 증가(16%)한 경우 미안 전문의약품의 비중 변화가 없어도 수요 증가로 인해 재정부담이 0.69에서 0.80으로 증가했다. 또 미인하 전문의약품 비증 증가 시 재정부담은 더욱 크게 증가했다.

(위부터) 약가인하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은 곳부터 적게 받은 곳의 실제 매출과 2012년 일괄약가 인하 이전 추이를 적용한 업계들의 예상 매출 추이.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은 즉 비급여 및 약가미인하 제품을 가진 회사들의 성장세가 급속도로 증가한 반면 급여 인하의 타격을 크게 받은 고영향 제약사의 성장률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부터) 약가인하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은 곳부터 적게 받은 곳의 실제 매출과 2012년 일괄약가 인하 이전 추이를 적용한 업계들의 예상 매출 추이.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은 즉 비급여 및 약가미인하 제품을 가진 회사들의 성장세가 급속도로 증가한 반면 급여 인하의 타격을 크게 받은 고영향 제약사의 성장률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괄약가, 건보재정 효과는 '안하느니만 못했다'(?)
비급여·미인하 증가 여파로 환자 약제비 부담 13% 늘어

연구진은 일괄약가 인하 이후 국내 제약사의 행태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약가인하 정책의 영향을 받은 기업은 매출액 감소를 방어하기 위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일괄 약가인하 이후 상대적으로 비급여 전문의약품의 생산을 더욱 증가시킨 반면 급여 의약품의 생산은 상대적으로 성장이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전문의약품 포트폴리오에서 급여의약품의 생산을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공급 역량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령 2011년 기준 급여 전문의약품 중 인하 제외 제품군의 생산액 비중은 2012년 약 0.6%p 증가한 이후 2017년까지 약 0.6~10.5%p 높아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2018년까지를 기준으로 따지면 평균으로 계산하면 5.7% 수준이다. 약가인하가 정작 본 목적이었던 건강보험재정의 부담 완화 효과를 약화시켰고 약가 미인하 대상 약제를 늘리면서 재정부담 확대를 불렀다고 추정할 수 있다.

2012년 약가인하 전처럼 각 회사들이 움직였을 때 제약사는 13.5% 매출이 감소하지만, 건강보험재정은 15% 절약 그리고 소비자는 10.4%의 약제비 부담이 감소하는 결과를 낳는다. 반면 비급여의약품의 비중이 10%p만 늘어도 생산자는 12.0% 이윤이 감소해 일부 매출 방어에 성공, 건강보험재정은 24.4% 감소되는 반면 소비자는 비급여로 13.8%의 약제비를 더 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건강보험의 재정만 놓고 봤을 때 2012년 일괄약가 인하로 인한 제약사의 움직임이 없었다면 건보재정 부담은 0.75에서 0.69로 약 0.6%p 감소했다. 이는는 건강보험 공단의 약가 인하 대상 의약품 부담액이 0.38에서 0.32로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약가인하 정책으로 건강보험공단의 재정 부담은 0.75에서 0.70으로 약 0.5%p 감소하는데 지나지 않았다. 약가인하 미대상 의약품의 부담이 늘어나면서건강보험공단 부담이 0.38에서 0.41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급여비중 미변화와 10%p 하락에 따른 변화율. (가장 위부터) 제약의 매출 하락폭은 비급여 등의 증가로 1.5%p가 줄었고 건강보험재정은 24.4%[가 줄어들었지만 정작 소비자는 약제비 사용금액이 13.8%p 줄어들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회사 경영을 위해 비급여와 약가미인하 제품이 증가해 사실상의 풍선효과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급여비중 미변화와 10%p 하락에 따른 변화율. (가장 위부터) 제약의 매출 하락폭은 비급여 등의 증가로 1.5%p가 줄었고 건강보험재정은 24.4%[가 줄어들었지만 정작 소비자는 약제비 사용금액이 13.8%p 줄어들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회사 경영을 위해 비급여와 약가미인하 제품이 증가해 사실상의 풍선효과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약가인하 위주의 정책에서 비급여 의약품이 늘어나면 장기적으로는 의약품 소비액(16%p 증가)에 비해 장기적(28%p 증가)으로 더욱 건보재정에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를 종합하면 제약기업들은 약가인하에 따른 성장 둔화를 막고자 급여 미인하와 비급여의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었는데, 이로 인해 소비자의 약제비 부담액은 오히려 증가시키고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절감 효과를 상대적으로 감소시키는 악영향을 끼쳤다는 뜻으로 정리된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이같은 약가인하의 일변도 정책이 결국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위수탁생산을 통해 생산단가를 떨어트리면서 제조역량을 떨어트린 점 △매출 확보를 위해 수익성 낮은 코프로모션 증가로 이어진 점 △수입산 원료 대체로 약품 생산 기반을 악화시킨 점 등을 앞으로의 과제로 남겨놔야 한다는 뜻이다.

최 교수는 "정책이 의도하지 않았던 혹은 고려하지 않았던 기업의 행태 변화로 인해 소비자 후생과 건보재정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제약산업 생태계에 장기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생태계의 이해 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정책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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